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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히말라야 완등, 하산 도중 실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홍빈

김홍빈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57) 대장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 고봉인 브로드피크(8047m) 등정 뒤 하산 과정에서 조난을 해 실종 상태에 빠졌다.

해외 등반대, 구조 나섰지만 실패 #91년 조난당해 동상, 손가락 절단 #15년 도전 끝 장애인 첫 14좌 정복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홍빈 대장이 정상 등정 이후 하산 과정에서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현지에 있던 해외 등반대가 구조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산악연맹은 김 대장의 실종 소식을 듣고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는 “현지와 연락을 취하며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한국인이 포함된 구조대와 접촉했으나 성공 여부는 아직 모른다”고 전했다. 김 대장은 해발 7900m 부근에서 조난된 뒤 19일 오전 9시 58분(현지시간) 구조 요청을 보냈고, 해외 등반대가 조난 현장을 찾아갔지만 구조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장은 전날 오후 4시 58분(한국시간 오후 8시 58분) 브로드피크를 등정했다. 류재강(등반대장), 정우연(장비·식량), 정득채(수송·포장) 등 6명의 대원이 김 대장과 함께했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김홍빈 대장이 18일 오후 8시 58분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베이스캠프에서 포즈를 취한 김 대장. [사진 광주시산악연맹]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김홍빈 대장이 18일 오후 8시 58분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베이스캠프에서 포즈를 취한 김 대장. [사진 광주시산악연맹]

장애인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건 김 대장이 최초다. 비장애인을 포함하면 세계에서 44번째다. 한국인으로는 엄홍길·고(故) 박영석·김재수·한왕용·김창호·김미곤에 이은 7번째다. 김 대장은 무선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장애인 김홍빈도 할 수 있으니 모두들 힘내십시오”란 메시지를 전했다.

6년 전 악천후로 브로드피크 등정을 포기했던 김 대장은 당초 지난해 재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미뤘다. 지난달 14일 출국한 6명의 원정대는 현지 적응을 마친 뒤, 2주 동안 컨디션을 조절하고 지난 14일 48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16일 캠프3(7100m)까지 진출한 원정대는 극심한 폭설과 잦은 크레바스(눈덩이 또는 빙하가 깨져 내릴 때 생기는 틈)로 어려움을 겪어 예정보다 하루 지체된 사흘째 정상 공략에 나섰다. 17일 밤 11시 캠프를 떠난 원정대는 18시간 연속 등반 끝에 1.8㎞의 서쪽 능선을 통해 브로드피크 꼭대기에 올랐다.

김 대장은 1983년 송원대 산악부에서 처음 산을 만났다. 27살이던 91년 북미 최고봉인 드날리(6194m·당시 명칭 매킨리)를 단독 등반하다 조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동상을 입었고 열 손가락을 절단했다. 좌절에 빠졌던 김 대장은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찾았다. 장애를 얻기 전 고산 등반을 위해 훈련 삼아 배워둔 스키였다. 전국체전 노르딕 스키 종목(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던 그는 장애를 입은 뒤 알파인스키로 전향했다. 99년 국가대표가 된 그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 패럴림픽에도 출전했다.

2006년 다시 산으로 돌아간 그는 가셔브룸 2봉을 시작으로 14좌 완등에 도전했다. 2007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등정했고, 2009년엔 7대륙 최고봉 완등 기록까지 세웠다. 2015년에는 세계 4위 고봉 로체(8516m)에 오르다 네팔 대지진 참사로 등반을 포기했으나, 2년 뒤 재도전해 성공했다. 2019년 가셔브룸 1봉에 오른 김 대장은 브로드피크를 마지막으로 15년 만에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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