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소마 공사의 망언..일본의 속마음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청와대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결국 올림픽 참석 정상회담 무산 #문재인 '위안부합의' 파기,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 '공손한 무시'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가 한일관계와 관련해 국내 언론 매체에 부적절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가 한일관계와 관련해 국내 언론 매체에 부적절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1. 도쿄 올림픽에 맞춘 한일정상회담이 무산됐습니다. 청와대가 19일 오후 6시 일과마감 시간에 발표했습니다. 23일 정상회담 하려면 늦어도 20일 준비팀이 떠나야하니 ‘마지막까지 고민했다’는 메시지입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양국협의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정상회담 성과로 삼기에는 미흡하고..그밖의 제반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2. 한일관계는 참 민감합니다. 박수현이 언급한 ‘제반상황’엔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소마 히로히사의 망언이 포함됩니다. 소마는 지난 15일 jtbc기자들과 오찬하면서 외교관의 발언이라기엔 믿기지않을 정도의 저속한 발언을 했습니다.
‘일본은 한일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데 문 대통령 혼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다.’

3. 청와대에선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외교부는 jtbc보도 다음날인 17일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일본의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일본 가토 관방장관은 19일 ‘외교관으로 부적절했다.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만..우리 정부가 요구한 즉시경질 대신 ‘엄중경고’에 그쳤습니다.

4. 정상회담은 상당히 성사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9일 아침‘23일 정상회담 열린다’고 보도했습니다.

박수현 수석은 이에대해 ‘방일에 부정적인 여론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여론을 따르는 것은 쉬운 선택이지만 대통령으로서는 또 다른 외로운 길을 가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대여론이 많지만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5. 그런데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6시 ‘회담무산’이 발표됐습니다. 결국 거의 합의된 정상회담이 소마 공사의 망언으로 파탄나버린 모양새가 됐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상회담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성과가 있었을까? 회의적입니다. 일본은 회담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6. 스가 총리의 생각은 지난 6월 12일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서 분명히 확인됐습니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3번이나 스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스가는 외면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스가 총리가 G7에서 제일 신경 쓴 건 문재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스가 총리가 정상회담 안하려고 문재인 피해다녔다는 겁니다.

7. 이유는 ‘정상회담을 할 경우 받게될 여론의 비난’때문이랍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문재인이 2017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파기하고,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한국을 ‘믿지못할 나라’라며 상대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들 표현으론 ‘공손한 무시’입니다.

8.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박근혜 시절인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는..‘위안부 문제는 (이번 합의로)..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이 집권하자마자‘위안부합의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해버렸습니다.
강제징용 문제도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괄타결됐고, 실제로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도 했습니다. 그런데 54년이 지난 상황에서 대법원이 ‘새로 배상하라’고 하니..일본 입장에선 ‘못믿겠다’는 겁니다.

9. 물론 이런 문제도 2021년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미일 동맹강화를 강조하는 바이든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모르겠지만..아무튼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에게 배상을 요구하던 판결이 2021년 들어서면서 뒤집어져 일본정부 손을 들어줬습니다.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와 징용 관련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라는 얘기입니다. 소마의 망발도 사실은 이런 일본 정부의 입장을 얘기하던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망발이지만 일본정부의 혼네(속마음)인 셈이죠.

11. 그런데 박수현 수석이 시사했듯..한국의 여론, 적어도 문재인 지지자들의 여론으론 용납이 안됩니다. 스가 총리가 9월 총선과 자민당 총재 자리를 두고 국내여론에 민감하듯..문재인 정부 역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론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한일관계정상화는 문재인 이후 정부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