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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접종 일주일 앞, "모더나-AZ 겹쳐 시간당 40명 예약" 벌써 혼란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써 현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5~59세와 60~74세의 2차 접종 일정이 2주간 겹치게 된다. 단기간 대규모 접종자가 몰리면서 과부하에 따른 오접종 사고가 잇따를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9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내달 23일부터 2주간 상당수 동네 병·의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와 모더나 2차 접종이 동시에 진행된다. 지난 5~6월 AZ 백신을 맞은 60~74세 706만명가량은 11주가 지난 8월 12일~9월 4일 2차 접종이 잡혀 있다. 그런데 이달 26일부터 내달 28일까지 모더나를 맞게 될 55~59세 또한 4주 뒤인 8월 23일~9월 25일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즉 2주(8월 23일~9월 4일)간은 AZ와 모더나 접종이 겹치는 것이다. 50~54세 모더나 1차 접종(8월 16~28일)도 일부 걸쳐 있다. 교육·보육 종사자의 화이자 2차 접종과 잔여 백신 접종까지 병행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지난 5월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65~74세 어르신들이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5월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65~74세 어르신들이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방역당국은 이 시기 접종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의사 1인당 예진 인원을 당초 100명에서 150명으로 올려 안내한 상태다. 추진단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한을 1.5배로 늘리면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9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예진 인원을 조정하기로 의료계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위탁의료기관에서는 150명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접종자가 예약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간호조무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더나와 AZ가 겹치니 1시간에 40명씩 예약돼 있다”라며 “작은 병원에서 대기할 장소도 없는데 원장은 의자를 꺼내놓고 수액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면 되겠다고 한다. 헛웃음이 나온다”고 썼다. 이 글에는 비슷한 상황을 하소연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모더나 겹쳐서 1시간에 60명인데 어찌할지 난감하다” “8월 23일은 167명, 8월 29일은 178명(이 예약돼 있다)” “8월 23일에 180명인데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할 것 같다” 등이다. 한 간호조무사는 “공간도 안 되고, 직원도 부족한데 어떻게 다 수용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추진단은 그러나 150명을 넘어선 예약은 불가능하다며, 시스템상의 일시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기존에 4주를 넘겨 예약된 모더나 2차 접종 일정을 일괄적으로 당기는 작업을 하면서 일부 상한을 초과한 곳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2차 접종은 가예약 개념으로, 다시 조정할 것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모더나 접종 대상자 가운데 2차 접종 일정이 허가 기준인 4주 이후로 예약된 경우가 있어 당국이 이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다시 일정이 분산될 거라는 게 추진단 설명이다. 그러나 당장 접종자와 의료기관에선 2차 일정이 여러 차례 변동되는 것이라 혼란이 불가피하다.

지난 5월 27일 서울 성북구 샛별의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서울 성북구 샛별의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게 되는 만큼 오접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반기에도 백신 종류를 잘못 접종하거나 용량을 미달·초과하는 식으로 오접종한 사례가 379건 있었는데 접종 대상자가 늘고 취급 백신도 더 늘면서 사고가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이비인후과 원장은 “나름 교육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잘못하면 실수가 있을 수 있어 신경이 쓰인다”며 “주별로라도 나눠서 모더나면 모더나, 화이자면 화이자 식으로 접종하면 좋겠는데 당국에서 빨리 접종은 해야겠고 수급이 되는 대로 백신을 풀다 보니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별 고유 색상을 정해 접종 대상자와 예진표 등에 스티커를 붙이고 접종 공간을 구분하는 식의 대책을 마련해 안내했지만, 현장에선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의료진은 “보건소에서 백신별 대기 장소와 접종 장소, 관찰실 등을 구분해 접종 계획 서류를 내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1만4000여곳 위탁의료기관 가운데 예약이 꽉 차는 경우는 20%도 안 될 것”이라며 “안전 문제가 없도록 모니터링하겠지만, 대부분은 여유가 있는 상태라 크게 우려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접수, 예진, 접종 단계마다 철저히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병원마다 예행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처음 접종하는 곳에선 용량이 백신마다 달라 헷갈릴 수 있으니 여러 상황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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