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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폰 울리면 자가격리···노마스크 英 '핑데믹'에 떨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18:30

업데이트 2021.07.19 18:46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한 영국이 새로운 고민거리에 휩싸였다. 이른바 ‘핑데믹(pingdemic)’, 자가 격리자 증가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다.

확진자 접촉 대중에 자동 '핑' 전송
방역해제 조치 따라 기하급수 증가
"자가격리 많아져 경제 멈출 우려"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클럽에 수 천명의 젊은이 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이날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을 제외한 나머지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모두 풀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클럽에 수 천명의 젊은이 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이날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을 제외한 나머지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모두 풀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18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 현지 언론은 영국이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를 제외하고 나머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자유의 날(Freedom Day)’을 하루 앞두고 경제 전반에 ‘핑데믹’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핑데믹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리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근로자가 늘면서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관리하는 ‘접촉자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이 접촉자들에게 보내는 알람 ‘핑’(ping)과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을 결합했다.

영국은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이 앱을 도입했다. 휴대전화에 앱을 깔면 6피트(약 1.8m) 내에 15분간 접촉한 모든 사람을 기록한다. 이후 누군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접촉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을 전송한다. ‘핑’을 받을 경우 10일간 자가격리가 권고된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앱이 ‘중요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최근 영국 내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된 상황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불거졌다. 연일 하루 확진자 수가 5만 명대를 오가는데, 사람들의 이동량은 줄지 않으니 접촉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BBC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발송된 ‘핑’은 50만 건 이상으로, 전주와 비교해 46% 증가했다.

영국에서 '자유의 날'이 선언된 19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브릿지역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에서 '자유의 날'이 선언된 19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브릿지역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경고음에 직격탄을 맞은 건 생산 현장이다. 하루에도 여러 자가격리 인원이 발생하면서 일손 부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공품 생산 공장의 타격이 크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 보니 접촉자가 한 명만 발생해도 근로자 상당수가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영국 북부 선덜랜드에 있는 닛산자동차 공장도 약 900명이 연쇄 자가격리에 들어가 생산 속도가 줄었고, 롤스로이스 자동차 공장도 자가격리 근로자가 늘면서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생산품 운반도 문제다. 운송업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연쇄적으로 배달까지 지연되는 것이다. 특히 육류 등 신선 가공 제품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조만간 물류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공 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라인 지하철은 운전사들의 자가격리로 지난 주말 운행을 중단했고, 로열 메일의 택배 분류센터는 지난주 확진자 발생으로 우편배달에 비상이 걸렸다. 군에서도 약 5200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심지어 방역을 책임지는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수낙 재무장관 등 내각 1·2인자가 모두 격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데일리메일은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성인 약 600만 명이 격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과 리시 수낙 재무장관(왼쪽).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과 리시 수낙 재무장관(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앱에서 ‘핑’을 받은 사람들의 자가격리에 법적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핑을 받은 사람들도 자가격리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당장 생산업·소매업계는 일선 현장 상황을 모르는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앱에 따른 자가격리 권고 규제를 풀거나 격리 일수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소매상협회(BRC)의 헬렌 디킨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의 자가격리가 이미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핑’을 받았다고, 무조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매장은 인력 부족으로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결국 ‘자유의 날’이 오더라도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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