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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과 차별화 없다’는 이재명…속속 엿보이는 다른 국정 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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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은 있어도 차별화는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하는 말이다. 이 지사는 스스로 문재인 정부를 계승·발전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일원’임을 자임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 계승이냐, 아니면 이재명 1기냐’라는 질문에도 이 지사는 “둘 다 맞는 말이다. 이게 똑같을 순 없는 것이고, 제가 청출어람 해야 한다”(1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 국민체육센터에 설치된 경기 수원시 코로나19 제3호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 국민체육센터에 설치된 경기 수원시 코로나19 제3호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경선 초반 ‘이재명=반(反) 문재인’이라는 프레임 공세를 막아내는 데 주력했던 이 지사는 최근 잇따른 기자회견에선 자신이 구상하는 차기 정부의 색깔도 드러내고 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선 ‘소득 주도 성장’을 ‘공정 성장’·‘혁신 성장’으로 보완하고, 국정 중심축엔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보다 사회·경제적 개혁을 놓는 방식이다.

“경제 성장, 임금 증대만으론 쉽지 않아”

(서울=뉴스1)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화상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대선 1호 공약으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발표하고 "추세적으로 하락해온 경제성장률의 우하향을 멈추고 우상향의 지속성장으로 전환시킬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 제공) 2021.7.18/뉴스1

(서울=뉴스1)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화상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대선 1호 공약으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발표하고 "추세적으로 하락해온 경제성장률의 우하향을 멈추고 우상향의 지속성장으로 전환시킬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 제공) 2021.7.18/뉴스1

이 지사는 18일 온라인 정책발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 “사실 임금소득 주도 성장에 가까웠다”며 “경제 성장이 소득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까, 임금 지급하는 측 가운데 약자인 한계기업·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을(乙)과 병(丙)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며“충분히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 지사가 집중하는 것은 ‘공정 성장’이다. 이 지사는 “소득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1차 분배를 강화해야 한다.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일에 대한 대가로 몫을 조금 더 가져야 한다”며 갑을관계 시정을 통한 공정경쟁 질서 확립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특히 논쟁적인 공약은 하청기업·납품업체·대리점·가맹점·소상공인 등 을(乙)에게 단체결성 및 협상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 지사는 “일자리는 중소기업이 90% 이상 감당한다.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워줘야 좋은 인재를 쓰고 더 많은 보수를 줄 수 있다”며 “이 구조를 바꾸는 게 더 큰 일이다. 임금을 단순히 올리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리점·가맹점 사업자단체에 실효성 있는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대리점법·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이학영 의원과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두 의원은 각각 이 지사 캠프의 경기도 선대본부장과 민생본부장을 맡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법안도 이 지사 캠프 중앙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이 지난달 22일 발의했다.

‘검찰 개혁’→‘사회·경제 개혁’ 무게 이동?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조금 아쉬운 건 사회·경제 개혁에 주력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상당 부분 검찰개혁이나 적폐청산 과제를 정리했으니, 앞으로는 그런 사회·경제 개혁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력기관 권한 분산에 사실상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사회·경제 개혁을 국정 기조 1순위에 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도 이 지사는 “검찰의 완전한 수사권 박탈은 시기상조 같고, 필요한지도 공감이 안 간다”며 ▶기소배심제 도입 ▶검찰 내부 수사·기소 기능 분리 ▶형사사건 수임료 상한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소편의주의 폐지’라는 총론은 문재인 정부 정책과 유사하지만, 각론에서는 작지 않은 차이가 드러난다.

다만 이 지사가 이런 ‘다름’을 당분간 전면에 내세우긴 어려울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 지사 입장에선 경선에 필요한 ‘집토끼’(민주당 지지층)와 본선에 필요한 ‘산토끼’(중도층)를 모두 겨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경선 초반부터 적통(嫡統) 논란 등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게 몰아친 탓에 보폭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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