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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9 09:31:28

베트남서 한인 '무단 화장' 논란···유족은 유골도 못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16:01

업데이트 2021.07.19 16:45

베트남에 거주하던 재외국민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지난 13일 사망했다. 호치민 당국은 이튿날 A씨의 시신을 화장했는데, 가족은 물론 현지 공관에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 한-베트남 간 '코로나19 협력'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베트남에 거주하던 재외국민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지난 13일 사망했다. 호치민 당국은 이튿날 A씨의 시신을 화장했는데, 가족은 물론 현지 공관에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 한-베트남 간 '코로나19 협력'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최근 베트남 당국이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사망한 한국인의 시신을 무단으로 화장한 사실이 알려지며 현지 교민 사회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고위급 외교 협의를 통해 '코로나 협력'을 당부한 직후라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한-베트남 코로나 협력" 무색
통보 없이 교민 시신 화장한 베트남
외교부·공관은 사망 사흘 후에야 인지
6일째 유해조차 못 받은 가족들
"한-베트남 코로나19 협력" 무색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호찌민에 거주하던 재외국민 A(58)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베트남 방역 당국의 조치에 따라 생활 치료시설에 격리됐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증상이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지난 13일 사망했다.

문제는 호찌민 당국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A씨의 시신을 화장했다는 점이다. 가족은 물론 현지 공관과 베트남한인회 등은 A씨가 사망했으며 시신이 화장됐다는 일체의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

베트남한인회에 따르면 A씨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됐던 또 다른 교민이 호찌민총영사관 등에 “A씨의 휴대전화가 계속 꺼져 있고 행방이 묘연하다”고 신고를 한 뒤에야 뒤늦게 A씨의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현지 공관과 외교부는 A씨가 숨지고 나서 사흘 뒤인 지난 16일이 돼서야 시신이 화장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사망 후 6일째 유해조차 못 받아

베트남은 최근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서며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백신 수급조차 불안정해 현지 교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호치민 시내의 한 도로와 거리. [AP=연합뉴스]

베트남은 최근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서며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백신 수급조차 불안정해 현지 교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호치민 시내의 한 도로와 거리. [AP=연합뉴스]

게다가 한국에 거주중인 A씨의 가족들은 사망 6일이 지나도록 아직 유해조차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호찌민 당국이 A씨의 유해를 보관중이란 사실을 확인했고, 이번주 내로 한국의 가족들에게 유해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호찌민 당국은 방역수칙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시신을 사망 24시간 이내에 화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에 대해서도 이런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외국인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했을 경우 현지 공관이나 한인회에 사망 소식을 즉시 알리고 난 뒤 시신을 화장해 왔다. 호치민 당국이 A씨의 시신을 무단으로 화장한 것 자체가 베트남과의 코로나 대응 협력 외교에 구멍이 생긴 탓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베트남 코로나 협력" 무색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부이 타잉 썬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백신 접종용 주사기 등 250만 달러 규모의 방역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한-베트남 간 코로나19 대응 협력에 뜻을 모았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부이 타잉 썬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백신 접종용 주사기 등 250만 달러 규모의 방역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한-베트남 간 코로나19 대응 협력에 뜻을 모았다. [연합뉴스]

특히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달 한·베트남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코로나 19 대응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베트남을 방문, 부이 타잉 썬 베트남 외교장관을 만나 백신 접종용 주사기 등 250만 달러(약 28억원) 규모의 방역 물품 지원 의사를 전했다.

이어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 및 팜 밍 찡 총리를 각각 예방한 자리에선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의제로 다루며 양국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한국민이 사망한 사실조차 베트남 당국이 한국 공관에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서 외교부가 정 장관의 베트남 방문 성과로 홍보한 코로나 협력이 무슨 실질적 의미가 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5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신정부 출범 후 첫 양국 정상급 교류 차원에서 응웬 푸 쫑 당서기장과 통화했지만, 이번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인 탓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공유 및 재발방지책 마련 등 아무런 요청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의 시신이 통보 없이 화장됐음에도 문 대통령은 베트남 측에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대북 공조만 요청한 셈이 됐다.

베트남에 거주중인 교민 박정렬(49)씨는 “코로나19에 걸려 사람이 죽고 아무런 통보 없이 시신이 화장될 동안 영사관과 대사관에선 뭘 하고 있었느냐”며 “베트남은 지금 백신 부족과 병상 부족에 더해 변이 바이러스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우리 교민들은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면 바로 화장당한다는 공포에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해외 공관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재외국민의 명단을 관리, 매일 현지 방역당국과 소통하며 확진자의 상황을 확인하고 특이사항은 없는지 점검한다”며 “A씨의 경우 코로나19로 몸상태가 나빠지며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해당 정보가 우리 측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이런 불상사가 생겼다”고 말했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은 베트남 당국이 A씨의 가족에게조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A씨의 시신을 화장한 것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또 베트남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한·베트남 간 코로나19 협력 체계 점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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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무단 화장 사건에 대한 현지 교민들의 공포가 커지자 외교부와 현지 공관은 최근 베트남 외교부·보건부 및 방역조치를 총괄하는 국가지도위원회 측에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땐 반드시 지체 없이 가족이나 공관에 통보해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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