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방일 놓고...'디데이'까지 치열한 한ㆍ일 막판 '기싸움'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14:32

한·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데드라인'이나 마찬가지인 19일 오전까지도 기싸움과 상호 압박을 거듭했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는 별개로 이처럼 사전 협의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커진 만큼 향후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만나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연합뉴스.

[19일 새벽] 日 언론 "23일 정상회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방일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오는 23일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보도했다. 또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도 회담 의제로 포함됐다고 전했다.

19일 오전 요미우리 "23일 정상회담"
韓 "미지수" vs 日 "미확정" 기싸움
'막말 日 공사' 경질 여부가 관건

앞서 일본 언론은 지난달 초부터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방일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잇따라 보도했다. 닛폰뉴스네트워크(NNNㆍ6월 9일)→요미우리(6월 15일)→산케이(7월 6일)→마이니치(7월 8일)→니혼게이자이(7월 11일)→요미우리(7월 19일) 등 순서다.

다만 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두고 요미우리가 구체적인 방일 소식을 재차 보도한 건 최근까지 양국 외교 라인 간에는 조율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오전 7시] 靑 소통수석 "언론 이용에 강한 유감"  

청와대는 일단 선을 그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7시 20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특정 언론을 이용해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슬그머니 이렇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서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다. 일본의 소위 '언론 플레이'에 재차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을 향해 비하 표현을 쓴 데 대해 "올림픽 전에 경질 등 실질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전해진다면, 일본 정부의 응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소마 공사에 대한 인사조치 등의 방침을 정해야 문 대통령의 방일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의 조건 제시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사진기자단.

[오전 9시] 靑 "막판 장애 남아...성사 미지수"

박 수석의 라디오 인터뷰 약 1시간여 뒤 청와대가 발표한 고위 관계자 명의의 서면 브리핑은 더 선명했다.

"막판에 대두된 회담의 장애에 대해 아직 일본 측으로부터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회담의 장애'는 소마 공사의 막말을 일컫는다.

청와대는 이어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도 밝혔다.

[오전 11시30분] 日 "유감…인사 조치는 판단 중"

곧이어 일본 정부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의 오전 11시 35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입장을 밝혔다. 가토 장관은 소마 공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일본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이었다.

다만 구체적인 인사 조치와 관련해선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가 엄중한 주의를 준 것으로 안다"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적재적소 (인사 배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ㆍ일 정상회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오시면 외교상 정중히 대응하겠지만 현 단계에서 방일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연합뉴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연합뉴스.

회담 성사 시 테이블 위 의제는?

청와대가 '납득할만한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이 유감 표명을 하는 것으로 응답한 셈인데, 관건은 청와대가 이를 납득할지 여부다.

이에 더해 3대 현안에서 일부라도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청와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회담 성사 시 정부가 의제로 제시한 세 가지 현안은 ▶위안부ㆍ강제 징용 등 과거사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일본의 수출규제 등이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의 경우 양국이 그간 평행선을 달린 만큼 의제로 올리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내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이미 한국인 전문가가 포함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단이 구성된 상황에서 일본이 추가적 성의표시를 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는 이미 양국 간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논의의 접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양국이 '가시적 성과'를 각기 어떻게 정의할지에 따라 결과물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상회담 관련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유감 표명'이 난무하는 악재가 거듭되며 양국 간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게 문제다. 정상회담이 성사돼 합의문 등의 형식으로 결과물을 내더라도 실질적 후속조치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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