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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속 살인사건 DNA 반전…20년 복역 美남성, 누명벗었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1985년 3월 11일, 조지아주 남부 캠던 카운티의 흑인 교회. 한 백인 남성이 흑인인 해럴드와 델마 스웨인 부부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한동안 범인을 찾지 못했고, 이 살인 사건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그 뒤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건 15년이 지나서다. 미제 사건 수사반이 지난 2000년 이 사건을 살펴보던 중 범인으로 백인 남성 데니스 페리(59)를 특정하고 체포했다. 페리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2건의 살인혐의로 기소됐고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났다.

19일 미국 현지언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 등에 따르면 이틀 전 조지아주 브런즈윅 지방검찰청이 36년 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기소된 페리의 기소를 공식적으로 취하했다. 20년간 복역한 뒤 지난해 석방된 그는 공식적으로 '살인범' 누명을 벗게 됐다. DNA 분석기술의 발전 덕분이었다.

지방검찰청은 지난해 5월 사건 현장의 안경에서 나온 DNA가 에릭 스페어(57)라는 인물의 것과 일치한다고 조지아주수사국(GBI)에 알렸고, GBI는 수사를 재개했다. 페리를 기소했던 검사 측은 재수사에 반대했으나, 페리의 변호를 맡은 인권단체 '이노센스 프로젝트'가 자체적으로 DNA 검사를 시행한 끝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결국 법원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가 페리와 관련이 없다"며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뒤집고 그를 석방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페리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지 않고, 재기소 여부도 밝히지 않은 채 버텨왔다. 그 뒤 지난해 선거로 선출된 키스 히긴스 검사가 "DNA 증거가 페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검찰은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사건이 종결됐다.

한편 용의자인 스페어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스페어는 86년 경찰 조사 당시 인종차별적 언사를 사용하며 흑인 피해자를 죽였다고 자랑까지 했지만, 경찰은 그에게 알리바이가 있다는 이유로 용의 선상에서 제외했다. 문제의 DNA는 당시 분석기술이 부족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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