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 신고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특별수송화물. 하지만 세관 당국이 상자를 뜯어보니 태국산 발기부전치료제 ‘카마그라’가 나왔다.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이 제품은 심혈관계 질환자가 잘못 먹으면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방전 없이 해외 직구(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거래 방식)만으로 손쉽게 국내로 들여왔다. 세관 엑스 레이(X-ray)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은박지로 내용물을 감싸고 이를 다시 과자 봉지로 위장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19일 관세청은 특송 및 우편화물로 반입하는 해외 직구 상품 안정성을 집중 검사해 의약품 등 부정물질을 함유한 제품 681건(11만정)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를 통해 지난 5월 24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약 한 달간 이뤄졌다.
해외 직구로 구매할 수 없는 불법 제품을 들여오는 방식은 다양했다. 다른 제품 속에 숨겨 통관을 피하거나 겉 포장 라벨을 다른 제품으로 위조하는 속칭 ‘라벨 갈이’ 수법도 있었다.
이번에 적발한 또 다른 제품도 원래 건강기능식품으로 신고돼 있었다. 실제 상자를 열어보니 신고한 대로 건강기능식품 용기가 빼곡히 차 있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 용기 속 내용물은 성 기능 강화 제품인 프라스텔론·타다라필 계열의 의약품이었다.
이번 집중 검사 기간에 적발한 위해 성분 함유 제품은 멜라토닌 같은 수면유도제가 204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성 기능 개선 제품이 19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 제품이 전체 적발 건수의 절반이 넘는 59%를 차지했다.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스테로이드제 계열 제품과 체중 감량을 유도한 다이어트 제품도 각각 13%와 6%를 차지했다.
적발 물질 성분별로 살펴보면 멜라토닌(26.7%)과 성 기능 강화 성분인 실데나필·타다라필(18.4%)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심지어 돼지 발정제 같은 동물용 의약품에 들어가는 요힘빈(0.9%)도 다이어트 약으로 둔갑해 몰래 들여오다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잘못 먹으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다. 일부 건강식품에는 대마에서 추출하는 마약류 성분인 칸나비디올(CDB)도 검출됐다. 모두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 성분으로 오·남용하면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관세청은 “정상적인 제품으로 위장해 통관을 시도하려는 불법 위해 식품류의 안전성 집중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해외 직구 식품을 구매할 경우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와 수입식품정보마루(impfood.mfds.go.kr) 홈페이지에서 유해 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