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나와 털끝만 닿아도 검언유착···檢, 매일 한동훈만 캤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5:00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재(36) 전 채널A 기자가 지난해 3월 31일 첫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474일째인 지난 1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보도 석 달 뒤 같은 해 6월 25일 회사 인사위원회를 통해 취재윤리 위반으로 해고됐다. 이어 7월 1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 현재 울산지검 차장)에 의해 구속된 뒤 올해 2월 4일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가 보석을 허용할 때까지 204일간 구속수감됐다.

'강요미수 무죄' 이동재 기자 인터뷰

이 전 기자는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구속한 검찰에 대해 “이런 식으로 영장을 청구하면 대한민국에 누군들 구속을 못 시키겠나 싶더라”라고 했다.

“檢, 구속 이후 매일같이 한동훈만 물었다”

당시 검찰 수사 과정은 어땠나
‘답정너’ 조사라고 생각한다. 구속 이후 매일같이 불러 ‘한동훈’만 물어봤다. 나와 한 검사장과 비슷한 횟수로 연락하던 법조계 취재원은 족히 100명은 된다. 물론 친여(親與) 성향 검사들도 있다. 내 사건 수사 기록이 1만8000쪽이나 되더라. 민생범죄를 수사해야 할 가장 우수한 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 수사에 낭비됐다. 공소장에는 발언 순서나 날짜가 뒤바뀌거나 문장문장을 잘라 붙인 부분이 많았다. 이미 다 보도된 내용을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 기자는 건국 이래 첫 ‘강요미수’ 혐의 구속됐다.
“한동훈 검사장 외에 송경호·신봉수 차장 등도 이번 사건에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서가 영장신청서에 첨부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나와 털끝만 닿아도 ‘검언유착’인가. 황당하더라. 이런 식으로 영장을 청구하면 대한민국에 누군들 구속을 못 하겠나 싶었다.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는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수사 당시 차장검사였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윤석열 전 총장에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를 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무죄 선고에 “완벽한 검언의 재판방해”라고 했다.
사법부의 판단조차 수긍하지 못하는 게 이젠 안타깝다. “채널A 측이 재판 출석을 안 하는 방법을 통해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이하 보고서)’가 증거채택이 안 되도록 했다”는 추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오히려 우리는 보고서 작성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이 열리길 희망했다. 보고서를 쓴 사람은 휴대폰과 노트북 불법 압수수색에 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불출석했다.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나는 202일이나 수감돼 있었다. 이는 이미 다 공개된 내용인데, 알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면 문제가 있다. 진상조사 당시 나는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수 없었다. 조서 열람같은 형식적 절차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그 보고서에는 내용적 문제가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1일 국회 법사위에서 ‘검언유착 의혹’ 수사 관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1일 국회 법사위에서 ‘검언유착 의혹’ 수사 관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제보자X가 판 함정, 낚였다…‘권언유착’ 수사해야”

MBC는 지난 17일 뉴스데스크에서 “한 종편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 방식을 고발했을 뿐 검사장의 실명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검언유착) 의혹의 실체를 예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본인들이 만든 프레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듯하다. 시청자들도 황당했을 것 같다. 그럴수록 ‘권언유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본다. MBC가 제목‧내용에서 ‘검언유착’을 언급한 보도를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130건이 넘게 나오더라. MBC는 내 영장청구서 내용을 깨알같이 보도하는 등 검찰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을 보도했다. MBC라디오 ‘김종배 시선집중’에서 검색해보니 방송에서 최소 34번 ‘검언유착’이 언급됐다. 해당 기자는 그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탔고 수상 소감에는 “검언유착이 있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도 취재윤리 위반을 지적했다.
재판부의 의견에 대해 유념하고 있다. 그러나 ‘제보자X’로 불린 지모씨가 먼저 접촉해오기 전까지의 취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판결문에도 나와 있듯 지씨가 엄청난 취재자료를 넘길 것처럼 접근하며 사실상 ‘함정’을 팠다. 지씨가 먼저 “기자님도 유시민을 치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라고 묻기도 했다. 특종 욕심에 낚인 것이다. 사기 전과자에게 내가 당할 줄은 몰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MBC도 몰래카메라를 찍는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지씨와 동행 취재를 벌였다. 이 부분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씨는 이 전 기자에 먼저 “검찰과 교감이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건지, 이 대표도 뭔가 있어야 하잖아요” “정관계 인사에 금품을 전달한 장부와 계좌파일이 다 있다”며 검찰이 이 전 대표를 선처를 해줄 수 있다는 증빙자료, 녹취록과 녹취 파일을 요구했다.)

이 사건 본질을 ‘권언유착’이라고 보나
그렇다.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이 명백한 허위라는 게 1심 재판에서 밝혀졌다. 선택적 수사를 한 검찰, 거짓 공작으로 국민을 선동한 정치인들과 ‘받아쓰기’ 한 언론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수사 도중 “왜 ‘권언유착’ 수사는 안 하나? 수사가 공평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검사가 “우리가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 끄라”고 하더라. 검찰은 지난 1년 4개월간 선택적으로 채널A 의혹 수사에만 신속했다. 그래서 최근 MBC의 ‘경찰 사칭’ 사건도 너무도 명확한 사건이지만 제대로 수사가 되겠나 싶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 씨의 박사학위 논문 논란을 취재하던 MBC 기자 2명은 경찰을 사칭한 혐의로 고발됐다.)

유시민 이사장을 겨냥한 무리한 취재였다는 지적도 받는다
3만명에게 7600억원대 피해를 낸 이철 VIK 전 대표의 금융투자 사기 사건이 사태의 본질이다. 수천만원 남짓한 전 재산을 날린 피해자 중 일부는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 명사가 사기업체가 대주주였던 제약회사(신라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2차례 초청 강연도 했다. 보통 연예인들의 2시간 강의료가 1500만원 수준인데 몇십만원만 받았다고 하니 궁금증이 안 생기나. 많은 기자들은 같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나는 의혹이 있으면 취재한다. 말은 똑바로 하자. 난 오히려 현 야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더 많이 썼다.

(※이철 전 대표가 이끌던 VIK는 ‘명사 초청 특강’이란 이름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유명 정치인과 여권 인사들을 불러 직원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유 이사장은 MBC라디오에서 60~70만원 수준의 강연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VIK 사기로 징역 12년이 확정됐고, 또 다른 불법 투자금 유치 사건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를 받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진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를 받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진영 기자

“‘검언유착’ 좌표 찍히고 생매장, 국민도 피해자”

이번 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피해자)으로 출석한다
재판부가 부르면 당연히 출석하는 게 국민의 의무다. 친여(親與) 인사와 유튜브·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도 좋으니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는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최근에야 그의 허위 발언을 재인용한 콘텐트와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는데 피해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내겐 검언유착 프레임이라는 좌표가 찍혔고 산 채로 매장됐다. 나뿐만 아니라 이런 프레임에 이용당하는 국민도 피해자다. 유시민 이사장마저도 알릴레오 방송에서 이를 언급하며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제 그들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핵심’이 없는 ‘허상’이 됐다. 대체 최강욱 대표가 왜 그랬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이동재 기자 발언 요지’란 글을 올리면서 이 전 기자가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검찰이) 유시민 집과 가족을 털고 노무현 재단을 압수수색 할 것” 등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향후 계획은
하루빨리 복직해 쓰고 싶은 기사가 많다. 원래 취재했던 것들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다. 다시 기사를 쓰고 싶다. 다만 일부 언론사 기자가 내가 이철 전 대표에게 “투항하라”고 했다는 둥 없는 얘기를 한 게 있어서 정리 중이다. 나를 고발하고 채널A 재승인 취소를 강하게 주장한 ‘민언련’ 역시 허위사실을 주장한 바 있어 따로 정리 중이다.

(※이 전 기자는 자신을 해고한 채널A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김명수 부장)는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을 10월 14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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