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바이러스 변이와의 싸움, 끝은 어디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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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아침에 해가 뜨는 거나 마찬가지로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그 변이란 것이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 사스-코브-2의 무수한 변이 가운데 델타 변이가 우려되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pike: 돌기) 단백질이 인체 세포에 더 잘 융합해서 전파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1, 2차 백신 접종으로 다스릴 수 있다지만 앞으로 어찌 될지는 알 수 없다. 암이나 감염증 환자의 약 30%에서는 항체가 생성되지 않았으나, 3차 부스터샷(booster shot: 추가접종)으로 효능이 높아졌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백신과 바이러스 변이의 힘겨루기
부스터샷 vs 접종완료 1% 30개국
올 겨울 독감 대유행 가능성 있어
조류인플루엔자 관리도 강화해야

백신과 바이러스 변이는 애당초 앞서거니 뒤서거니 겨루게 돼 있었으므로 부스터샷 논의는 예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부스터샷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과학적 근거와 백신 격차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는 6월 말부터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사람에게 부스터샷을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7월 중순 면역력이 손상된 성인에게 부스터샷 접종을 개시했다. 영국은 부스터샷 임상시험을 거친 뒤 9월부터 개시한다. 미국 규제기관은 부스터샷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으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부스터샷 백신을 개발해 보건당국에 3차 접종 허가를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7월 12일 기준 코로나 백신은 하루 평균 2천9백6십만 도스의 접종속도로 30억 도스가 접종됐다. 그러나 2차 접종 완료 비율이 1% 이하인 국가가 30여 개국이고 접종 시작도 못 한 국가도 여럿이다(Our World in Data). 이들 국가가 감염 급증의 진원지가 될 수가 있는 상황에서 몇몇 국가에서 부스터샷이 시작됐으니 국가 간 백신 대격차가 우려된다.

한편 델타 플러스 변이에다 람다 변이까지 확산하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6월 30일 감염 제로 추구의 방역 기조를 바꾼다는 이례적 발표를 했다. 봉쇄, 감염자 추적, 확진자 집계 대신 중증환자 관리 위주로 새로운 로드맵을 짰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8월 초까지 인구 580만명의 3분의 2가 2차 백신 접종을 마칠 것이므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중증 예방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상시적인 변이에 대응하는 장기 백신 접종계획 수립에 더해 마스크 착용 등의 수칙은 그대로 유지한다. 부스터샷도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독감)보다 전파가 빠르고 증세도 심하다. 요컨대 독감처럼 코로나와 ‘같이 살아가기로 한’ 싱가포르의 결단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독감은 어떻게 문명과 공존하게 됐을까. 최초의 독감 대유행은 1580년 아시아에서 발원했고, 1700~1900년 사이 16차례 유행했다. 1918년 ‘스페인독감’ 팬데믹 이전의 대유행은 1889~90년 아시아(러시아)독감이었다. 1957년과 1968년에 유행한 아시아독감은 각각 200만명과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독감 대유행이 아시아에서 빈발한 이유는 인구가 조밀한 조건에서 가금류와 가까이 생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 신종플루(돼지독감)가 돌아 미국에서 유행한 지 한 달 만에 34개국에서 22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1930년대 독감 백신이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지구촌의 독감 사망자는 연평균 65만명이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에 독감까지 겹칠 것을 우려해 유럽은 접종 캠페인을 벌였고, 방역 조치 덕분에 독감 환자는 예상과 반대로 대폭 감소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독감 급감으로 올겨울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 샘플 확보가 제한되고, 매년 획득하던 자연 면역력 결핍으로 이번 겨울 독감 대유행이 닥칠 수 있다는 예측이다(미 국립과학원회보 PNAS 등). 시뮬레이션에 의한 이런 예측대로 꼭 들어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독감 백신 수요가 늘 것은 분명하다.

독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변이속도가 매우 빠르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H와 N의 돌기가 있다. H는 숙주세포에 들어갈 때 열쇠 역할을 하고 N은 증식한 뒤 숙주세포를 빠져나올 때 절단기 역할을 한다. 이들 단백질은 H가 18종, N이 11종이 알려져 있고, H와 N 사이의 조합으로 신종독감 바이러스가 생겨난다. 1957년 전의 독감 바이러스는 H1N1으로 명명됐다. 1957년 아시아 독감은 H2N2, 1968년 홍콩독감은 H3N2형으로 둘 다 조류인플루엔자와 돼지독감 바이러스 유전자가 융합을 일으켜 생겨난 것이었다.

2020년 코로나 충격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 도처에서 피해를 준 조류인플루엔자 뉴스는 묻혀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H5N1을 비롯한 H5Ny형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일부는 이미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이된 것으로 확인됐고 치사율도 높았다. 다음 단계로 사람끼리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변이가 일어나는 날에는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의 대규모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의 우려가 더 크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체계 강화 등 유비무환의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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