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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중국·대만 분쟁 발생한다면 한국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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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현영 기자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지난해 10월 대만 진먼다오에서 관광객들이 탱크 상륙을 저지하는 구조물을 보고 있다. 대만 해협 건너 직선 거리 3.2㎞에 중국 샤먼시가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대만 진먼다오에서 관광객들이 탱크 상륙을 저지하는 구조물을 보고 있다. 대만 해협 건너 직선 거리 3.2㎞에 중국 샤먼시가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 1년 차 때인 2017년 워싱턴 외교가 화두는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북핵 문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면 격돌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트럼프는 북핵, 바이든은 대만해협 #집권 1년 차 아시아 안보 위기 요인 #시진핑 장기 집권 노려 공격할 수도 #“방어 실패하면 팍스 아메리카나 끝”

4년이 지난 지금 조 바이든 행정부 첫해를 지배하는 아시아 긴장 요인은 대만해협이다.

요즘 아시아 전문가들을 만나면 북한 얘기는 쏙 들어가고 대만 얘기를 꺼낸다.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북핵 문제는 당분간 현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대신 급격한 정세 변동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 대만, 양안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은 왜 대만을 지지하나, 중국은 대만을 침략할까, 한다면 언제가 될까,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의 동맹은 움직일까 같은 질문이 화상회의와 전문지 기고에 넘친다.

미 행정부와 싱크탱크는 대체로 대만 해협이 위기라는 데 동의한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중국은 대만에 대한 접근에서 점점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만 정책 기조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요약된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을 확인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행정부 고위 인사를 교류하는 등 사실상 두 개의 중국을 인정해왔다.

중국과 대만 군사력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중국과 대만 군사력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 양안 관계에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것인가를 놓고 바이든 행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40여년 만에 전략적 모호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미 외교협회(CFR)는 최근 “중국의 군사적 능력과 팽창 의지, 양안 관계 악화가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통일’을 위해 무력을 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대만을 중국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 집권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목표로 내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에 대만 통일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의 평화적 통일을 설득하기 위해 내세운 ‘일국양제’ 논리가 홍콩 보안법 사태로 무너지면서 무력을 사용한 통일 시도를 예상하는 시각이 있다.

그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필립 데이비슨 전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합병하려는 의도는 “6년 안에 실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임인 존 아퀼리노 사령관도 “우리가 모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울 수 있다”며 조기 군사 행동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6월 하원 청문회에서 “아퀼리노 제독과 데이비슨 제독이 중국이 대만을 침략해 장악할 의도가 있고 이 같은 결정을 내다고 말했다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직 전면적인 공격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며 “비용이 이익을 훨씬 초과할 텐데, 시 주석과 그의 군은 그걸 계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키스 클라크 당시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가운데)와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만났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키스 클라크 당시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가운데)와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만났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대만 지지는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본격화했다. 트럼프는 전례를 깨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취임 축하 전화를 받았다. 단교 이후 최고위 행정부 인사인 앨릭스 에이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만에 보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력 수위를 한 차원 더 높였다. 지난 1월 취임식 때 대만 대표를 처음으로 초대했다. 상원의원들을 대만에 보내 코로나19 백신 기부를 약속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미·일 정상회담, 주요 7개국(G7) 및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하는 문구를 넣어 국제사회 공감대를 확보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문제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성패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고,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면서 격돌하게 됐을 때 미국이 실패할 경우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석했다.

대만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이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고, 이는 곧 아시아에서 미국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다자외교 무대 복귀를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세계 고급 반도체의 80%를 생산하는 첨단 기지인 대만이 공격당하면 세계 전자산업이 멈추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뿐 아니라 모든 나라 이해관계가 대만해협에 걸려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자연히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견제하는 미국 동맹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은 미국과 한배를 탔다. 최근 대만 침략에 대비한 워게임과 합동 훈련을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미·일·대만 3각 정보협력 필요성도 제기된다. 호주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하는 데 합의하고 발표했지만, 더 이상 논의는 진전되지 않는다는 외교가 전언이다. 미·중 관계의 큰 틀 안에서 양안 갈등과 한반도 위기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 5월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의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우리가 대만을 방어하지 않으면 한ㆍ일과 괌에서 중국을 저지하는 우리 능력은 어떻게 될까”(릭 스콧 상원의원)

“중국이 대만 침공을 시도하면 북한은 도발 기회로 삼을까”(조시 홀리 상원의원)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고 군대를 주둔시키면 미군이 북한을 저지하고 한반도를 방어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조시 홀리 상원의원)

한국이 고민해 답을 구해야 할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