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정기의 소통카페

모호한 정보와 근거없는 낙관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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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음식점 주인은 탈진 상태였다. 4단계 거리두기 시행으로 금요일(16일)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다 갈라져 있었다. 아내는 친정어머니를 모시는 식사자리를 못하게 되었다고 알리다가 ‘휴우’하는 한숨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손님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영업은 죄인이 아니다’ ‘살고 싶다’는 절망과 분노의 호소가 아프게 세상을 메우고 있다.

정부 방역 자랑뒤 4차 대유행
국민은 정보 부재, 소통서 소외
정부, 확실한 정보 빨리 알려야

비전문가라도 코로나19 대처는 ①거리두기 ②마스크 착용 ③확진자의 치료 ④백신접종 ⑤피해 국민지원 ⑥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와 국민 불안감 해소가 핵심임을 안다. 시행착오로 혼란은 겪었지만 ①과 ②는 정부의 노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잘 대응했다. ③은 의사·간호사·선별검사자 등 의료 종사자의 치료 헌신으로 선방했다. 그러나 ④⑤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를 야기하며 정책에 대한 불신과 국민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모두 정부가 해야 하는 부문이다.

백신 접종은 궁극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백신 확보에 실패한 여파로 접종의 차질, 공백, 예약 마비와 같은 고통이 발생하고 있다. 눈에 선한 모더나 CEO와 대통령의 화상전화 뉴스를 보며 박수를 친 2000만 명분 공급 약속이 현재 2%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에 이르면 망연자실. 가뭄에 입술이 타들어가는 농부가 땡볕 하늘만 쳐다보는 꼴이다. 언젠가 비는 오고야 말듯이 언젠가 백신은 오겠지만 이런 신세가 된 대한민국이 속상한 거다.

소통카페 7/19

소통카페 7/19

피해를 입은 국민에 대한 지원은 전국민 지원과 하위소득자 선별지원을 놓고 다투고 있다. 급기야 여야의 대표 만남에서 국민전원 지급에 합의 문제 자체를 놓고 또 이전투구다.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에 대해 ‘100분 만에 말을 뒤집는 100분 대표’니 ‘귤 맛을 잃고 탱자가 됐다’니 하며 조롱한다. 언론도 피해지원에 대한 애타는 여론보다 번복 유무 같은 주변부에 초점을 맞추며 호들갑이다. 중요한 것은 물이 없어 헐떡이는 물고기 신세가 된 피해 국민에게 신속하게 물을 공급하는 것인데, 국회는 선거 셈법을 하느라 긴급한 물 대신 말로만 요란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느라 달을 놓치고 있는 국회를 쳐다보아야 하는 우리 신세가 처량하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코로나는 여야의 정쟁이나 정권 홍보의 대상이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된다. 이제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 국가’ ‘K-방역이 국제 표준이 됐다’는 식의 자화자찬일랑 멈춰라. 터널의 끝이 보이고,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고, 코로나의 종식이 멀지 않았다는 근거 없는 희망사항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무책임도 삼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의 방역 성공을 자랑하면서 대통령이 낙관론을 펼친 다음이면 (작년 2월의) 1차 유행, (8월의) 2차 유행, (12월의) 3차 유행, (이번) 7월의 4차 유행이 어김없이 왔다.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의 상황 판단력이 걱정스럽다. 과학적 점검과 분석을 거친 자료와 정보를 보고받았다면 이렇게 연이어 예측이 빗나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보좌진에도 의문이 든다. 뛰어난 능력의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서 일하고, 결정은 집단지성의 결과라고 청와대는 말하지만 국민을 곤경에 빠뜨렸으면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방대본의 코로나 현황 발표와 각종 미디어의 산더미 같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확한 정보에 목말라한다. 정보가 모호해서 국민이 공감하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백신 확보와 접종에 대해 확실한 것과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혼합하지 말고 분리해서 명료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정보 공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어떤 코로나 대응책이 예정되어 있고, 개개인과 언제 어떻게 관련성이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정보가 국민이 바라는 진실 정보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취임사를 기억한다.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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