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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장으로 읽는 책

마거릿 애트우드 『나는 왜 SF를 쓰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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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나는 왜 SF를 쓰는가

나는 왜 SF를 쓰는가

참 놀랍게도, “기독교인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어째서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렇게나 신속하게 제 책을 거울삼아 본인의 모습을 발견해 내는 걸까요? … 우선, 저는 소설을 쓸 때 인간이 이미 해본 적이 없는 일은 하나도 넣지 않습니다.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의 모습 혹은 우리의 일부를 보여주는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땅바닥에 커다란 구멍 하나가 파여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면, 거기에 구멍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친절 아닐까요?  마거릿 애트우드 『나는 왜 SF를 쓰는가』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 등으로 노벨상 단골 후보인 애트우드의 ‘SF론’. 인용문은 『시녀 이야기』를 금서로 지정한 미국의 한 학군에 보낸 공개서한의 일부다. 소설의 성적 묘사를 문제 삼고 기독교 폄훼 주장을 편 극우 기독교 단체들에 대한 항의문이기도 하다. “활자가 아직도 이토록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니, 격려가 되는 일입니다. … 『시녀 이야기』에 담긴 성적인 요소라 한다면 모든 전체주의 체제는 어떻게 해서든 인간의 성과 생식을 통제하려 한다는 설정일 듯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전체주의 정권이 서로 다른 인종 간, 계급 간의 혼인을 금지했습니다. 어떤 정권에서는 산아를 제한했고, 어떤 정권에서는 출산을 강요했습니다. 노예 소유주들이 단순히 더 많은 노예를 만들어내겠다는 목적으로 자신의 노예를 강간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애트우드 디스토피아를 이해하는 가이드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