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비즈 칼럼] 철도 공공성 강화, 독점운영이 답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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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재훈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운영이사

이재훈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운영이사

국가 기간교통망의 공공성 강화는 현 정부 교통정책의 핵심이다. 철도의 특성에는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성, 안전성 등이 있다. 철도는 그 자체로 공공성을 가진 교통수단이다. 우리나라 철도는 국영기업의 독점체제로 인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낙후했다. 정부는 철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4년 철도 선진국처럼 시설 투자와 운송을 분리하는 철도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철도 노선의 시설 투자는 국가가 하되 철도 운송은 독점체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원리에 따르도록 했다.

철도 구조개혁의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시설 투자는 구조개혁 이전보다 연평균 다섯 배 이상(연평균 5.2조원) 늘었다.

2016년 말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이 사업을 개시하며 철도 운송의 경쟁체제도 도입했다. SR은 코레일과 비교해 10~20% 저렴한 요금을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SR의 다양한 마일리지 제도 등으로 추가 요금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코레일은 독점 운영 때 일방적으로 폐지했던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시켰다. SR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코레일은 셔틀버스 도입, 도심 공항터미널 운영 등으로 서비스도 개선했다. 고객 만족도는 향상했다.

만약 코레일이 철도 운송을 독점하고 있었다면 이런 성과가 있었을까. 일각의 주장처럼 코레일과 SR을 통합해 과거처럼 코레일 독점으로 돌아간다면 공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독점은 소비자의 선택권 박탈, 서비스 품질 저하,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한다. 그래서 독일·영국·일본 등 철도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철도 운영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코레일과 SR을 통합하자는 주장은 철도 구조개혁을 허사로 만들 수 있다. 구조개혁의 목적은 독점 운영의 폐해를 없애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고 철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는 80년대부터 국영 철도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성과가 미미했다. 독점 운영 구조에서는 경영 합리화나 경쟁력 제고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중요하게 부각한다. 철도는 친환경적이면서 공공성이 높다. 철도 중심의 지속 가능한 교통 체계를 구축하고 철도 운영의 경쟁체제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요금 인하 등 고객 서비스를 향상하면서 안전성을 제고하고 철도 수송 분담률을 높일 수 있다. 철도 공공성 강화는 독점 운행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확대를 통해 철도의 이용률을 높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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