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오래 먹으면 어렵다? 되레 더···" 임신 속설 총정리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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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임력 오해와 진실
정자·난자 같은 생식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가임력이 떨어진다. 같은 난임 치료라도 연령에 따라 임신 성공률이 달라지는 이유다. 결혼이 늦었다고 임신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생물학적 나이는 되돌릴 수 없지만, 생식세포의 노화 속도를 늦춰 가임력은 지킬 수 있다. 배아를 키우고 착상을 돕는 각종 난임 치료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50세 여성이 시험관 시술로 임신·출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남아 있는 가임력을 지켜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포인트를 짚어봤다.

X월경이 규칙적이면 만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건강한 가족]
월경 주기 일정해도 안심은 금물
심한 스트레스·비만은 임신 방해
다낭성 난소증후군, 피임약 도움

대표적인 오해다. 월경 주기가 규칙적이면 매달 배란이 돼 비교적 자궁·난자의 상태가 건강한 것은 맞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이다. 생물학적 나이가 많아질수록 난자의 질이 떨어져 임신이 잘 안 된다. 자연 임신이든, 수정관 시술이든 마찬가지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 난임으로 진단받는 경우는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자궁·나팔관 등 다른 문제로 난임을 겪는다.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황경주 교수는 “월경 주기가 일정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6~12개월가량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난임 치료를 시작한다. 결혼·임신 계획 등이 불확실하다면 난자 냉동 등 가임력을 보존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면임신이 잘될 수 있다

우울·불안·초조 등 심리적 스트레스가 클수록 임신이 어렵다. 폐경도 빨라진다. 정자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한 쪽 나팔관이 막혀 있는 등 문제는 각종 난임 치료로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착상이다. 현재의 난임 치료 수준으로는 배아가 모체의 자궁 내막과 결합하는 착상을 직접 돕지 못한다. 착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자궁 내막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간절히 임신을 원하는 마음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반복된 난임 치료 실패로 임신을 완전히 포기했을 때 아기가 찾아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차여성병원 난임센터 임수연 교수는 “부정확한 임신 정보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난임 부부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X 배란일만 맞추면 임신에 성공할 가능성 높다

월경 주기가 일정해도 배란일은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배란 테스트 등 각종 검사로도 배란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언제 난자가 배출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 배란일에 맞춰 한 번만 부부관계를 가지는 것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 어려울 수 있다. 황경주 교수는 “배란 예정일을 기준으로 주 2회 정도 주기적인 부부관계를 권한다”고 말했다. 애정이 넘치는 주기적 부부관계는 정자의 운동성도 높인다.

X 시험관 시술 직후엔 누워 있는 게 착상에 좋다

근거 없는 속설이다. 시험관 시술로 배아를 이식한 후 오래 누워 있어도 착상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간혹 ‘임신이 잘된다’며 부부관계 직후 다리·엉덩이를 위로 올리거나 물구나무를 서기도 한다. 임신이 잘되는 자세는 없다. 서울마리아병원 가임력센터 주창우 센터장은 “중력이 정자의 운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자는 움직이는 꼬리 덕분에 여성이 누워 있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등 자세와 상관없이 목적지인 나팔관을 향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뚱뚱하면 정자·난자 약해져 임신이 잘 안 된다

몸이 건강해야 임신도 잘된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는 “비만이면 정자·난자의 생식 능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임신을 준비할 때는 부부가 살부터 빼야 한다. 부부가 함께 조깅 등 유산소 운동을 주 3~4회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하다. 임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性)호르몬은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고 잘 때 일정하게 분비된다. 교대근무를 하는 등 밤낮이 바뀌면 호르몬 교란이 심하다. 가임력을 떨어뜨리는 술·담배도 삼간다.

X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가임력이 떨어진다

피임약은 약을 먹는 동안에만 피임이라는 약효가 유지된다. 당연히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임신 가능한 상태로 회복한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면 월경 주기가 정상화돼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피임약 복용 중단 후 2년 내 임신 성공률은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 성공률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임수연 교수는 “피임약을 먹는 동안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임약을 복용 중인 만 35세 이상 흡연 여성이라면 피임약의 에스트로겐 성분으로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인 혈전이 잘 생길 수 있어 주의한다.

X과배란 주사가 폐경 유도해 둘째 갖기 힘들다

과배란 주사는 난자를 여러 개 배란시켜 임신 가능성을 높여주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여성은 평생 쓸 수 있는 난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처음에는 난소 안에 미성숙 난모세포로 있다가 초경을 기점으로 폐경 때까지 매달 성숙된 난자를 하나씩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난자가 동시에 준비를 하다가 선택받은 우성 난자 하나만 남기고 퇴화한다. 주창우 센터장은 “과배란 주사는 자연스럽게 없어질 운명이었던 다수의 난자를 살려 채취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쓰일 난자가 아니라 없어질 난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과배란 주사가 폐경을 앞당기거나 난소 기능 저하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궁근종·자궁내막증 등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질환도 악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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