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소아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치료 패러다임 바꿀 때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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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김미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4개월 만에 외래에 온 경수의 얼굴은 여전히 밝았다. 대변과 혈액 검사를 확인해 보니 역시 정상이었다. 오늘은 8년 전 크론병으로 진단받고 5년여의 치료 후에 모든 약을 끊은 경수가 정기적으로 외래를 방문하는 날이다. 경수는 3년째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서서히 진행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스테로이드를 쓰다 말다 하거나 항염증제 복용에 면역조절제를 추가하는 기존의 치료를 반복하다 보면 금세 수년이 흐른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어느새 진행된 크론병은 결국 협착이라는 진단으로 귀결되기 쉽다. 또한 빠르게 호전이 오게 되는 스테로이드는 끊으면 재발이 잘 되고 성장 장애 등의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므로 소아청소년의 크론병 치료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이것을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 방침의 전환이 불가피했다. 부작용이 무서워 의료진이 꺼리는 톱-다운 치료, 즉 생물학적 항체 주사와 면역조절제를 초기부터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소아청소년의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은 주로 염증 단계이기 때문에 강력한 항염증 효과가 있는 항체 주사가 초기 치료에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10년 전부터 톱-다운 치료 전략을 사용한 필자의 병원은 이제 열매를 거두고 있다. 우선 협착이 매우 줄어들며 수술률이 떨어졌고 경수처럼 모든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톱-다운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부작용을 예측하기 위해 약물의 농도와 내성을 측정하는 치료 약물 모니터링을 처음부터 도입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 목표가 과거에는 증상의 호전이나 임상적 지표의 관해였다면 현재는 내시경적 관해, 즉 궤양 자체를 없애려는 노력으로 가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 치료 약물 모니터링에 기반한 톱-다운 전략이다. 그 결과로서 전에는 크론병의 최종 경과인 장 협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지만 이제는 질병 자체의 경과를 초기부터 변화시킬 수 있게 됐다.

치료의 근본은 환자의 입장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내 가족이 병에 걸렸다고 가정해 보면 사실 답은 나온다. 눈부시게 변하고 있는 현대 의학의 발전 속에서 이제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의 질병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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