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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박스오피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박스오피스(box office)가 무슨 뜻일까? ‘박스’와 ‘오피스’를 각각 해석하면 박스와 사무실이 된다. 그래서 요즘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골판지 침대나 골판지 칸막이처럼 골판지 박스로 꾸민 사무실이 아닐까 짐작해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박스오피스’는 원래 극장의 매표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산업 초창기엔 박스처럼 생긴 매표소에서 표를 팔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박스오피스’는 차츰 의미가 확대돼 영화별 입장 관객 수나 매표액 또는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이는 흥행 수입 등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등처럼 사용된다. 요즘은 영화뿐 아니라 연극이나 공연 등에서도 이 용어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라면 몰라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에서 굳이 ‘박스오피스’란 말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제화 시대에 외래어 사용을 무턱대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한 것이므로 가급적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립국어원은 ‘흥행수입’으로 바꿔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관객수’ ‘입장객수’ 등으로 불러도 괜찮을 듯하다.

영화와 관련해서는 이 외에도 외래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스크린쿼터(screen quota)’가 있다. 자국 영화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일정 기준 이상 자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국어원은 대체어로 ‘상영 시간 할당제’를 제시하고 있다.

‘로드무비(road movie)’와 ‘컬트무비(cult movie)’도 종종 듣는 말이다. 각각 ‘여정영화’ ‘소수취향 영화’로 바꾸어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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