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12억 아파트 5억에"…반시장적 규제 쏟아내는 與주자들

중앙일보

입력 2021.07.18 18:42

업데이트 2021.07.18 20:54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18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곧바로 택지조성원가 연동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추미애의 지대개혁 출발! 12억(원) 아파트 5억(원)에도 공급 가능” 제목의 글에서 “(택지)조성원가와 연동한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를 낮춰 시세의 절반 이하로 공급할 수 있고, 주변 시세의 거품도 걷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발 주자인 추 전 장관이 본격적으로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反)시장적 부동산 규제 공약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3기 신도시 논란에 “분양가 조정”

이달 초 정부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분양가 공개로 불거진 공공주택 고(高)분양가 논란이 이번 공약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 앞서 추 전 장관은 지난 6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3차 TV토론 때 “노무현 정부 때 시행하던 택지조성원가 연동제를 박근혜 정부에서 감정가로 바꾸면서 주택가격이 높아졌다”며 “이걸 다시 택지조성원가 연동제로 돌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후 분양가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3기 신도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조성원가 연동제로 환원해야 한다”는 글을 이날 재차 페이스북에 올렸다. 추 전 장관은 “지금 사전청약이 실시되는 지역도 추후에 분양가를 조정할 수 있다”며 소급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과 성남 복정1 등 정부가 조성한 수도권 신규택지의 사전청약이 시작된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한 공사 현장에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과 성남 복정1 등 정부가 조성한 수도권 신규택지의 사전청약이 시작된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한 공사 현장에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공급 늘린다면서…규제 공약 봇물 

선발 주자들의 부동산 규제 공약 전쟁도 갈수록 급진화되고 있다. 앞서 ‘기본주택’을 제시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공택지에 짓는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일반 분양은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 주도의 부동산 시장 개입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재명표 부동산 정책의 차별점이 “관료장악”이라며 현행 부동산 문제가 “결국은 기재부, 국토부 이런 관료 집단들이 대통령 지시를 제대로 이행 안 한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려면 조세 강화, 부담 강화, 금융 제한 등으로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마친 뒤 행사장 밖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마친 뒤 행사장 밖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신설,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등 공약 전반이 규제를 늘리고 세금을 더 걷어 시장을 장악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이 지사를 맹추격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부세법)을 대표발의하겠다”며 상한을 넘는 택지소유에 대한 부담금 부과, 개발이익 환수 강화, 유휴토지 가산세 부과 등을 예고했다. 

이 법안들이 90년대 제정, 시행됐다가 헌법불합치, 위헌 결정을 받았다는 지적에 이 전 대표는 “토지공개념에 대한 게 아니라 입법 기술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조항을 조정해 위헌 소지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소속인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18일 기자들에게 “토지공개념으로 발생한 세금·부담금의 50%는 국토균형발전에, 나머지 50%는 청년주거문제 해결에 쓸 것”이라며 “5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제도 도입, 주택부 신설, 헌법 내 주거권 신설 등을 공약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12억→5억 아파트’로 주목도를 높인 추 전 장관은 이 전 대표보다 한층 과격한 토지공개념 도입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앞서 ‘근본적 지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우리가 맨 먼저 했다”면서 “과세·이익 환수 등에 좀 더 집중한 내용의 ‘지대 개혁 3법’ 내용을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능” “표 의식” 비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일 오전 토지공개념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일 오전 토지공개념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추 전 장관이 주장하는) 조성원가 연동제의 경우 지가(地價)가 상승할 때는 로또가 되지만, 반대로 지가가 하락할 때는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는 단점이 있다”면서 “그래서 원가 연동제를 적용하는 나라가 별로 없다. 탄력적 활용은 고려해볼 만하지만 전면 적용은 시장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5년 9월 국토부가 공공주택에 감정가를 적용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로또 보금자리주택’을 방지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토지공개념법은 사회 전체에 부담이 된다는 수많은 기존 연구가 있다”면서 “유휴토지 가산세 부과가 시행되면 노는 땅에 창고·골프연습장 등 임시 건물을 일부러 짓고 부수는 사회적 비용이 추가되고, 공장 부지 같은 경우 증축 시점에 맞춰 땅을 매입하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택지상한제의 경우 이윤활동에 집중해야 할 기업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개인까지 전면 도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현 정부 5년 동안 왜 안 했겠나. 선거철 표를 의식한 공약들만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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