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행위" 때리는 이낙연, 치고빠진 이재명…민주당 경선 과열

중앙일보

입력 2021.07.18 18:22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18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총공세에 돌입했다.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도교통연수원 고위간부 J씨가 이른바 ‘이재명 SNS 봉사팀’이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이 전 대표를 ‘친일’ ‘기레기’로 규정하고 “총공격해달라”고 독려하는 등 비방 공세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에선 대선 주자들간 공방이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죄행위. 고발과 수사 필요” 전면공세 나선 이낙연 캠프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낙연 캠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민주주의를 해치고 국민을 속인, 결코 용납 못할 범죄행위”(박광온 의원)라고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단순 내부 조사로 그칠 게 아니라 고발과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윤영찬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이낙연 캠프는 중앙 선관위에도 관련 조사를 요구했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이 지사는 J씨와 어떤 관계인 것이냐. 여론조작 사실은 언제 알게 됐느냐”고 따져 물었다. 캠프 자체 조사 결과, 2017~2018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J씨는 성남시 산하 성남FC 홍보팀 직원으로 재직했고,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는 이 지사 캠프에서 일을 했으며, 경기지사로 취임한 뒤에는 교통연수원 간부로 일하는 등 이 지사와의 인연이 짧지 않다.

박 의원은 이어 “여론조작에 나선 게 J씨 한 사람인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민주당 중앙당의 조사 및 진상조사는 물론, 경기도 역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광양을 방문한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가 특정 후보에 대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보하는 불법선거운동은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 지사를 향한 공세 기조를 이어갔다. 정 전 총리는 언론인터뷰에서 “바지 발언은 무슨 소린지 너무 당황했다. 나도 바지 내린 거 몰랐는데, 국민이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직위해제 후 감사” 이재명의 치고 빠지기

18일 비대면 정책발표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18일 비대면 정책발표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에 이재명 지사는 “정치 중립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J씨를) 직위해제 처분을 하고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정책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지적이 있어서 실제 확인해봤는데 경기도 직접 산하기관은 아니고 경기도와 관련이 있는 기관의 구성원이 그런 비방 행위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내부 지침에 어긋나고, 공직자는 아니지만 자중해야 하는 사람이 물의를 일으킨 건 책임지는 게 맞다”며 몸을 낮췄다.

이 지사의 이같은 대응은 일종의 ‘치고 빠지기’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예비경선 초반에 수비로 일관하다 지난 14일 “전략실패”를 선언하며 공세로 전환했던 이 지사가 다시 저자세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예비경선 초기 “기본소득에 대해 오락가락”(이낙연), “도대체 기본주택을 어디에 한다는 거냐”(박용진) 등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지난 5일에는 여배우 스캔들을 묻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향해 “바지를 한 번 더 내려야 하느냐”며 발끈하는 일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론 당 내부 화합을 이유로 수비에 치중했다.

그랬던 이 지사는 지난 14일 이낙연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는 ‘옵티머스 사무기기 제공 의혹’을 언급하며 공격수 모드로 전환했다. “부당한 공격이 이어지면 반격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방어만 하다가 반칙도 당하고 그런 게 쌓였다. 전략실패였다”는 이 지사의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18일에는 이낙연 캠프의 대대적인 공세에도 네거티브 역공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공약이행률’ ‘군필 포스터’ 아웃복싱도 격화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17일 소년공 시절 부상으로 비틀어진 자신의 팔 사진을 공개했다.   장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이른바 '군필 원팀' 공세에 정면대응한 셈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17일 소년공 시절 부상으로 비틀어진 자신의 팔 사진을 공개했다. 장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이른바 '군필 원팀' 공세에 정면대응한 셈이다. 연합뉴스

대신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한 정책 검증성 발언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자리를 오래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어진 책임을 다 하는게 중요하다. 공약이행률을 보라. 안 지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걸 지적해야 한다”며 “그건 네거티브가 아니라 평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전남지사 시절 공약이행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두관ㆍ박용진ㆍ이낙연ㆍ정세균 후보의 모습이 함께 담긴 ‘군필 원팀’ 포스터를 두고도 이 지사는 17일 소년공 시절 부상으로 비틀어진 팔 사진을 공개하며 정면 대응했다. “차라리 미필 소리를 들어도 놓으니 그림에서 저를 빼달라. 비열한 마타도어에 동참하기 싫다”고 한 김두관 의원을 향해, 이 지사는 “장애의 설움을 이해하고 위로해 줘 감사하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지사의 이런 장외 여론전을 두고 이낙연 캠프에서는 “바깥에서 빙빙 돌면서 아웃복싱으로 돌려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신경민 전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경선이 격화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네거티브가 너무 거칠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거 같은데 자중 메시지를 내야하는지 고민”(수도권 중진), “2007년 이명박·박근혜, 2017년 문재인·안희정 때에 비하면 아직은 시작도 안했다. 그러나 조금 더 가면 도를 지나치게 될 것”(수도권 재선)이란 우려도 나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에서는 권력 획득이 제1 목표인 만큼, 대선 경선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면 네거티브 공방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2007년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공방이 격했던 건 일차적으로 둘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공방을 통해 둘의 지지율 상승 효과가 오면 향후 공방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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