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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감독이 칸 황금종려상, 역대 두번째…"괴물 받아줘 고맙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제 74회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줄리아 뒤쿠르노(가운데) 감독이 아가타 루셀, 뱅상 랭동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제 74회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줄리아 뒤쿠르노(가운데) 감독이 아가타 루셀, 뱅상 랭동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38세 프랑스 여성감독이 칸영화제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폐막 #이병헌은 여우주연상 시상 #재치있는 농담에 객석 웃음

1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올해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줄리아 뒤쿠르노(38) 감독의 공포영화 ‘티탄(Titane)’이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1946년 영화제가 시작된 이후 여성 감독의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 1993년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 이후 28년만이다.

칸 세번째 노크에 '황금종려상'… "내 영화 완벽하지 않다는 것 안다"

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줄리아 뒤쿠르노(왼쪽)와 시상자 샤론 스톤. REUTERS=연합뉴스

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줄리아 뒤쿠르노(왼쪽)와 시상자 샤론 스톤. REUTERS=연합뉴스

뒤쿠르노 감독은 "어린 시절 매년 칸 시상식을 보며, 무대에 오른 저 영화들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그 무대에 있지만, 내 영화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받은 상이 내가 여성인 것과는 관련이 없길 바란다"면서 “제인 캠피온이 이 상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많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탄’은 그의 네 번째 영화로, 그와 칸은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앞서 2011년 단편 ‘주니어(Junior)'와 2016년 첫 장편 ’로우(Raw)'가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다양성 불러내고 괴물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 감사"

‘티탄’은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 조각이 박힌 소녀가 성인이 되어 자동차에 이상한 집착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된 뒤, 경찰을 피해 행방불명 소년으로 위장해 소년의 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다. 앞선 작품 ‘로우'에서 채식주의자였던 주인공이 억지로 토끼 생간을 먹은 뒤 '인육'을 탐하게 된 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등 극단적 요소의 조합으로 괴기와 스릴러를 자아낸 감독은 이번 영화로는 칸 현지에서 ‘2021년 가장 충격적 작품’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가장 매혹적 작품’ 등 강렬한 평가를 받았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내 영화가 괴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다양성을 불러내고 괴물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 '아네트', 감독상

지난 10일 칸 레드카펫에 선 마리옹 꼬띠아르. 꼬띠아르 주연의 '아네트'는 감독상을 받았다. REUTERS=연합뉴스

지난 10일 칸 레드카펫에 선 마리옹 꼬띠아르. 꼬띠아르 주연의 '아네트'는 감독상을 받았다. REUTERS=연합뉴스

심사위원대상은 핀란드 주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컴파트먼트 넘버6’와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히어로’가 공동으로 받았다. 감독상은 마리옹 꼬띠아르와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한 올해 개막작 ‘아네트’의 레오 까락스 감독이 차지했다.

심사위원상은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태국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와 이스라엘 감독 나디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이 공동 수상했다. 각본상은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와 오이 타카마사가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노르웨이 베우 르나트 라인제브(오른쪽)가 받았다. 시상자인 이병헌(왼쪽)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여우주연상은 노르웨이 베우 르나트 라인제브(오른쪽)가 받았다. 시상자인 이병헌(왼쪽)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남우주연상에는 호주 영화 ‘니트램’의 케일럽 런드리 존스가, 여우주연상에는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의 르나트 라인제브가 호명됐다.

한재림 '비상선언' 첫 상영, 티에리 프레모 "훌륭하다!"

현지시간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10분간 이어졌다. 임시완, 이병헌, 한재림 감독, 송강호가 함께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현지시간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10분간 이어졌다. 임시완, 이병헌, 한재림 감독, 송강호가 함께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이병헌은 이날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나섰다. 과거 박찬욱 감독이 시상자로 나선 적은 있었지만,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다. 이병헌은 무대에서 “여기에 와서 너무 기쁘고 수상자 모두 축하드린다"는 짧은 인사말을 프랑스어로 한 뒤, 이후 영어로 ”올해 칸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개막식엔 봉준호, 심사위원에 송강호가 있었고,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는 저와 성이 같기 때문“이라고 짧은 농담을 던져 객석에서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심사위원을 맡은 송강호는 감독상에 레오 카락스를 호명했다.

폐막 전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도 호평을 받았다. 상영이 끝난 뒤 현장에서 기립박수가 이어지고,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가 “놀랄 만큼 훌륭하다! 경탄스럽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홍상수 감독의 ‘당신의 얼굴 앞에서’가 올해 처음 신설된 칸 프리미어 부문에 선보였고, 윤대원 감독의 ‘매미’는 학생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2등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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