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파키스탄서 중국인 노린 버스테러···시진핑 대노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8 14:35

업데이트 2021.07.18 18:18

지난 14일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州) 코히스탄 지역에서 발생한 버스 폭발사고 현장에 현지 주민들과 구조대가 모여있다. 중국인과 파키스탄 건설 기술자를 태운 출근 버스가 폭발 후 계곡에 구르는 사고로 중국인 9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4일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州) 코히스탄 지역에서 발생한 버스 폭발사고 현장에 현지 주민들과 구조대가 모여있다. 중국인과 파키스탄 건설 기술자를 태운 출근 버스가 폭발 후 계곡에 구르는 사고로 중국인 9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인 9명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진 파키스탄 버스 폭발 사고를 중국인을 노린 조직적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테러범 색출을 위한 수사팀을 직접 파견했다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8일 보도했다.

中 기술자 등 13명 사망, 28명 부상
시진핑까지 나서…수사팀 현지 급파
왕이 부장, 중앙아 이어 중동 순방
중앙아 테러 조직-신장 연계 차단

17일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셰이크 라시드 아흐마드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긴급 통화를 갖고 양국 수사팀이 협조해 테러의 배후 조직을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이자 중국과 유일한 ‘전천후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제사회의 ‘절친’이다.

이런 파키스탄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파장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이번 테러는 지난 14일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州)에서 중국의 국영 건설회사 거저우바(葛洲垻) 그룹이 진행 중인 19억 달러(2조1700억원) 규모의 다수 댐 수력발전소 현장으로 향하던 출근 버스에서 발생했다.

사건 직후 AFP는 현지 경찰을 인용해 40여 명의 중국인 엔지니어와 측량사 등이 탄 버스가 산악 지대를 달리던 중 갑작스러운 폭발로 버스가 계곡으로 굴러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도로나 버스에 폭탄이 사전에 설치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AFP는 전했다. 사고로 중국인 9명 외에도 파키스탄 군인 2명과 현지인 2명이 숨지고 중국인 28명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약 350㎞ 떨어진 곳에 건설 중인 다수 댐 프로젝트는 일대일로의 대표 프로젝트인 총 공사비 620억 달러(70조7420억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의 하나다. 2017년 시공,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며 임란 칸 총리가 지난달 공사 현장을 시찰했을 정도로 파키스탄 정부가 챙기고 있는 사업이다.

1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병원에서 치료 중인 부상자를 우웨이(吳偉) 중국 외교부 국외안보사무국 부국장(왼쪽 두번째)이 위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병원에서 치료 중인 부상자를 우웨이(吳偉) 중국 외교부 국외안보사무국 부국장(왼쪽 두번째)이 위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CPEC는 중국 서부 국경과 인도양을 접한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통칭한다.

중국은 사건 직후 파키스탄 탈레반(Tehreek-e-Taliban, TTP)의 수법과 비슷하다면서 테러 가능성을 주장했다. 첸펑(錢峰)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 교수는 “그동안 파키스탄 정부군의 공격에 잠잠했던 TTP가 최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자 아프간 국경 일대에서 활동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이번 버스 테러는 범행을 자인하는 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단순 테러사건이 아닌 제3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환구시보에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파키스탄 버스 테러의 책임 규명을 거론했다. 자오커즈 부장은 전날 통화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인 피습 사망 사건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시진핑 주석이 중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16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통화를 갖고 “중국 조사팀을 이미 파키스탄에 파견했다”며 “파키스탄은 중국 수사팀과 협조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지고 정확하게 사건 진상을 밝혀 테러범을 법에 따라 엄벌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중국인 피살을 놓고 시 주석을 위시한 중국 수뇌부가 총출동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4일 파키스탄 버스 테러가 발생한 다수댐과 지난 4월 20일 호텔 테러가 발생한 퀘타시.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의 핵심 프로젝트인 파키스탄 과다르항. [구글지도]

지난 14일 파키스탄 버스 테러가 발생한 다수댐과 지난 4월 20일 호텔 테러가 발생한 퀘타시.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의 핵심 프로젝트인 파키스탄 과다르항. [구글지도]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에는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수도인 퀘타의 한 호텔에서 자살 차량 테러가 발생해 4명 이상이 숨지기도 했다. 사건 당시 눙룽(農融) 주파키스탄 중국대사가 현지를 방문 중이어서 중국 대사를 노린 테러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주파키스탄 중국 대사관은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눙 대사는 사건 당시 호텔에 없었으며 중국인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아프가니스탄 연락그룹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장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아프가니스탄 연락그룹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장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서부 국경 지대가 불안해지자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행보가 빨라졌다.

지난 12일 4박 5일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순방했다. 왕이 부장은 14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아프가니스탄 연락 그룹’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의 질서 유지 방안을 논의했다.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친 왕이 부장은 귀국하지 못한 채 17일부터 20일까지 다시 3박 4일 일정으로 시리아·이집트·알제리 중동 3국 연쇄 방문에 나섰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극단주의 세력이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와 연계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첸펑 칭화대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파키스탄 폭발 사고는 시진핑 주석의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이 사상자 발생 위험에 대비해 ‘정신적 준비’를 하도록 상기시켰다”며 “현지 테러 조직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현지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 북부 지대 반(反)공산당 무장세력의 침투로 치안 약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해 중국이 600여 ㎞의 철조망 만리장성을 구축해 가동에 들어갔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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