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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푸르지오' 새 주인 만났는데, 주가가 계속 푸른색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번엔 정말 주인이 바뀔까요?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중흥건설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호반건설이 인수하려다 불발된 2018년 이후 3년 만인데요. 매각 대상은 KDBI가 보유한 지분 50.75%. 인수 가격은 2조1000억원. 인수가 확정되면 중흥건설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대 건설사로 도약!!

대우건설

2000억 깎아준 매각…잡음 장기화 불가피
‘국내+주택’ 비중 큰 두 회사 간 시너지 의문
‘푸르지오’ 탄탄한 브랜드 파워 희석도 우려

아파트 건설 현장. 셔터스톡

아파트 건설 현장. 셔터스톡

일단 얘깃거리는 충분합니다. 중흥건설그룹은 시공능력평가(2020년 기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을 보유. 6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거니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 네임밸류나 역사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게 보일 수 있죠. 수치만 따지면 새우-고래 정도까진 아닙니다. 대기업 순위로 보면 대우건설이 42위, 중흥그룹이 47위. 자산도 각각 9조원대로 대단한 격차가 있는 건 아닌 듯.

1980~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대우건설은 그룹 해체 이후 외톨이가 됐습니다.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탄탄한 경쟁력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덕에 1년 만에 회생.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금호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죠.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주인을 찾는 게 쉽지 않았고, 결국 산업은행이 떠안았죠.

다시 좀 팔려고 내놨더니 2018년 호반건설이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해외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인수를 포기. 다시 3년이 지나 중흥건설이 호반건설과 비슷한 위치까지 온 거죠. 워낙 부침이 있는 업종이다 보니 건설회사치고 사연 없는 곳 없다지만 유독 기구한 운명이긴 했습니다.

중흥건설. 중앙포토

중흥건설. 중앙포토

자,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죠.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건 대우건설 주가에 긍정적일까요? 대우건설 주가는 올해 들어 6월까지 약 50% 뛰었습니다. 경기 회복과 부동산 공급 확대 등이 호재로 작용했죠. 하지만 6월 말부터 하락하는 추세. 인수 소식이 전해진 6일에도 주가는 전날보다 2.53% 하락했고, 이후로도 계속 파란색입니다. 인수 이벤트가 적어도 반등의 계기가 되지 못한 건 확실한 듯.

새 주인 후보를 정했다는 건 큰 변수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죠.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중흥건설은 본입찰 때 2조3000억원을 적어냈는데 경쟁업체와 금액 차이가 크자 조정을 요청했고, 결국 2000억원을 줄이는 데 성공. 그런데 말입니다. 비싸다고 투덜대니 깎아준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매각이 급해도요.

당연히 문제의 소지가 있죠. 노조의 강한 반발도 심상치 않습니다. 총파업도 불사한다는데 당분간 여러 형태로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참고로 2018년 호반건설 인수 진행 때도 주가 흐름은 별로였습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셔터스톡

서울 아파트 단지. 셔터스톡

좀 더 멀리 보죠. 인수 절차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두 회사가 만나는 게 양쪽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까요? 소위 말하는 ‘시너지’가 있어야 의미 있는 만남인 거니까요. 원래 대우건설은 해외 사업으로 유명한 회사(세계 경영!!)였지만 해외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주인 없는 회사였던 터라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죠.

지금은 국내 매출 비중이 80%대까지 올라왔고, 해외 사업 중 비중이 큰 플랜트 부문은 2016년 25%에서 지난해 13%대까지 낮아졌습니다. 인력도 많이 줄었고요. 중흥건설 역시 대부분이 국내. 2010년 이후 세종시 공공택지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사세를 키웠죠. 두 회사 모두 국내와 주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미죠. 시너지보단 그냥 더하기 정도?

대우건설이 지은 잠비아 카중굴라 대교. 연합뉴스

대우건설이 지은 잠비아 카중굴라 대교. 연합뉴스

대우건설은 현재 약 4년 치 일감인 39조원가량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수치입니다. 이중 주택건축부문 수주잔고의 90%는 도시정비나 민간도급입니다. 민간 시장은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한, 그야말로 수주 전쟁터죠. 건설 역량엔 큰 차이가 없으니 브랜드가 아주 중요한 역할! 대우건설 역시 그동안 ‘푸르지오’로 탄탄한 인지도를 쌓았죠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브랜드 통합이나 변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표. 회사도 각각 운영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네요.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습니다. 삼성은 래미안, 현대는 힐스테이트, GS는 자이 등 건설사의 덩치가 클수록 고급 브랜드로 인식하는 상황이고, 이게 실제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셔터스톡

셔터스톡

여러 걱정거리가 있지만, 단기 전망은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주택시장 분위기가 괜찮은데요. 올해만 해도 과거 호황기와 유사한 40만 세대 이상의 분양 실적을 보일 전망입니다. 대우건설도 당장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할 듯. 증권가가 긍정적으로 시각을 유지하는 배경입니다. 다만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경고음이 커진 상황,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거란 점은 잘 살펴야겠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투자한다면 당분간 뉴스를 열심히 봐야할 듯

이 기사는 7월 1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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