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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사가 만든 부동산 자동시세 플랫폼...감정평가업계 어떻게 바꿀까?

중앙일보

입력

[태평양감정평가법인]

[태평양감정평가법인]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은 최근 전국 모든 부동산의 시세를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랜드바이저'를 선보였다. 온라인 시세추정 서비스는 빅밸류(로빅), 공감랩(하우스머치), 랜드북, 나집사랩 등 많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경쟁하는 분야다. 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감정평가법인이 직접 플랫폼을 개발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이 최초다.

랜드바이저에 접속해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부동산의 추정 시세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건물 입면도, 유사 매매사례 비교 기능을 제공하며, 취득세, 중개·등기비용, 재산세, 상속·증여세, 양도세 확인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전망대서울스카이에서 본 송파지역 아파트 모습. [뉴스1]

롯데월드타워전망대서울스카이에서 본 송파지역 아파트 모습. [뉴스1]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은 오성범 감정평가사가 주축이 된 사내 연구·개발팀을 설립하고 3년여간 연구 개발 끝에 부동산 자동평가모형(P-AVM)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은 이 통계 모형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성범 감정평가사는 "처음에는 사내 업무를 전산화하는 작업으로 시작했는데, 양질의 부동산 관련 데이터가 축적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활용해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자동평가모형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랜드바이저 서비스는 연간 350만 건의 실거래 데이터뿐만 아니라,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탁상감정 정보 50만 건을 추가로 활용해 모형의 정확성을 높였다. 서비스의 제공범위는 전국 모든 부동산으로, 거래가 많지 않은 비도시 지역까지 추정시세를 제공해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에 국한되었던 기존 시세추정 서비스의 약점을 보완했다. 데이터가 부족해 추정시세를 산정하지 못하는 경우 감정평가법인에 직접 탁상감정을 문의할 수 있도록 했다.

오 감정평가사는 "실거래가의 경우 거래당사자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높거나 낮을 수 있는데, 감정평가정보는 중립적 지위에서 감정평가사가 현장조사 및 자료 분석을 통해 생산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통계 모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태평양감정평가법인]

[태평양감정평가법인]

그동안 몇몇 프롭테크 기업이 감정평가 시장 진출을 노리며 업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대표적인 곳이 빌라 시세 자동산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밸류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지난해 5월 빅밸류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 정한 무자격자에 의한 감정평가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이 빅밸류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면서 사태가 일달락됐지만, IT 기술로 무장한 프롭테크기업에 대한 기존 산업의 반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기존 감정평가사들 사이에선 온라인 시세추정 서비스가 감정평가 업무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오성범 감정평가사는 "'제살깎아먹기 아니냐'는 오해가 많았고, 내부 반발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프롭테크 기업의 도전이 거세지는 상황해서 감정평가업계도 위기의식을 갖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가 내놓은 시세추정 서비스는 감정평가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랜드바이저가 다른 프롭테크 업체들처럼 직접 감정평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추정 시세를 활용한 자문 업무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보유한 장기 담보 채권을 매년 새롭게 평가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자동 시세추정 모델을 활용하면 실제 담보 채권의 가치가 유지되고 있는지 등을 비교적 쉽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국세청에서 상속·증여세를 신고하는 데 있어 제대로 신고가 된 건지 검토할 때도 시세추정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오성범 감정평가사는 "프롭테크 기업의 롤모델로 꼽히는 미국의 질로의 경우 시세추정 모델을 1년에 70번 정도 개선한다고 한다.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감정평가업계는 감정평가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의식해 통계적 평가방법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제도의 허용범위 내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수준의 비감정평가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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