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덤블링 해도 잼 못발라"…MIT 교수가 말하는 로봇의 진실[팩플]

중앙일보

입력 2021.07.18 08:01

업데이트 2021.07.18 08:42

김상배 MIT교수와 네이버랩스가 공동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지난 6월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직접 본 미니 치타는 실제 동물 치타처럼 가볍고 날쎈 몸놀림을 자랑했다. 사진 박민제 기자

김상배 MIT교수와 네이버랩스가 공동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지난 6월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직접 본 미니 치타는 실제 동물 치타처럼 가볍고 날쎈 몸놀림을 자랑했다. 사진 박민제 기자

네이버는 최근 수년간 로봇 연구에 공 들이고 있다. 분기점은 사내 연구조직 네이버랩스를 분사시킨 2017년. 그 후 2년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네이버는 로봇팔(앰비덱스 AMBIDEX)과 실내 주행 로봇(어라운드G)을 공개했다. 다시 2년이 지난 2021년, 네이버가 올해 말 완공할 제2 사옥은 로봇 친화 빌딩이다. 자율주행 수하물 배달 로봇 어라운드D가 100대 이상 배치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로봇 관련 특허 237건을 출원했다.

팩플레터 125호의 요약본
팩플인터뷰, 김상배 MIT교수 인터뷰

소프트웨어 기업 네이버가 하드웨어 로봇에 열심인 이유, 네이버 서비스를 오프라인에 심겠다는 의지에서 나온다. 로봇은 온라인 강자 네이버의 오프라인 선발대인 셈.

김상배(46)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기계공학부 교수는 네이버의 ‘로봇 트랜스포메이션’에 가장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연구자다. 2012년부터 MIT 생체 모방 로봇(인간·곤충·동물의 특성을 딴 로봇) 연구소장으로 일하는 그의 로봇 논문 피인용 건수는 9000건이 넘는다. 2018년 네이버랩스와 공동으로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개발했으며 이듬해 네이버랩스 테크컨설턴트(고문)로 합류했다.

김상배 MIT교수는 2019년부터 네이버랩스 기술고문으로 일하며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등을 공동개발해왔다. [사진 네이버]

김상배 MIT교수는 2019년부터 네이버랩스 기술고문으로 일하며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등을 공동개발해왔다. [사진 네이버]

배달 로봇, 바리스타 로봇 등 일상에서 로봇의 존재감이 커지는 시대에 김 교수는 로봇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연구 자문을 위해 한국에 온 김 교수를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랩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실험실·공장 밖은 위험해

배달·서빙 등 실생활 서비스형 로봇이 늘고 있다. 현재 기술수준은?
로봇의 여러 기능은 크게 ‘이동’과 ‘일한다’로 나뉜다. 이동 기술은 성숙했다. 평평한 곳에서 자율주행하는 로봇은 많다. 네이버의 ‘어라운드D’만 봐도 2차원 카메라 센서로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잘 간다. 하지만 일, 즉 사람이 손을 써야 하는 분야는 아직 발달이 더디다. 
자동차 제조 공장에선 이미 로봇 손을 쓰지 않나.  
공장은 실생활 환경이 아니다. 변수가 적고 정형화돼 있다. 공장에선 위치를 제어하고 일을 반복해서 시키면 된다. 하지만 같은 공장이어도, 케이블 끼우는 건 로봇이 하기 어렵다. 케이블마다 모양이 제각각이라서다.
‘미니 치타’는 백덤블링을 한다. ‘알파고’는 인간 바둑기사를 이겼다. 그래도 부족한가.
로봇도 그렇고 AI도 그렇고, 사람들은 로봇을 ‘의인화’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4족 보행 로봇이 체조선수들이나 하는 백덤블링을 가뿐하게 할 때 다들 섬뜩함과 놀라움을 느낀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못하는 어려운 일(동작)을 해내는 로봇이니 사람이 쉽게 하는 일쯤은 당연히 다 잘하겠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런데 아니다. AI와 로봇은 딱 그것만 잘하는 것이다.
그것만 잘하다니?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지만 그건 수십년간 바둑기사가 쌓은 철학적 깊이까지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냥 숫자만 계산해 이기는 답을 내는, 고도로 발달된 계산기인 것이다. 미니 치타를 개발할 때 백덤블링보다 더 어려웠던 건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잘 걷게 만들기였다. 걸을 땐 방향을 갑자기 비튼다든지 흙바닥에서 갑자기 미끄러운 바닥을 걸어야 한다든지, 오만가지 변수가 생긴다. 상황에 맞게 로봇이 다리를 다르게 움직이도록 해야 했다.
김상배교수 약력. [사진 팩플]

김상배교수 약력. [사진 팩플]

사람에겐 쉬운데 로봇한텐 어려운 일, 또 뭐가 있나.
사람 말을 사람처럼 알아듣는 로봇은 아직 없다. ‘빵에 잼을 바르다’라는 표현을 사람은 바로 알아 듣는다. 그런데 로봇은 아니다. 로봇에겐 병에서 얼마만큼의 잼을 퍼서 빵에 어느 정도 두께로 바를지까지 정량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인간이 쓰는 동사의 90% 이상이 로봇에겐 어렵다. 닦다, 정리하다, 설거지하다 같은 말이 로봇에겐 너무나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바둑·체스 잘 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로봇, 하나를 보면 하나만 안다

로봇이 잼바르기 잘하려면, 뭘 연구해야 하나.
요즘 우리 연구실에선 인간의 손을 주목하고 있다. 사람은 손으로 복잡한 많은 일을 해낸다. 우리는 그중 하나라도 로봇이 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주머니에서 열쇠 꺼내세요’란 명령을 로봇이 실행하려면 한두 페이지 이상 코드를 써야한다. 주머니를 찾아서 적당하게 벌리고, 거기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고, 그걸 잘 집은 후, 주머니 밖으로 꺼내기까지. 이렇게 쪼개진 단계마다 로봇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프로그램 구조를 짜고 있다.
로봇의 발전이 사실은 소프트웨어에 달렸단 얘긴가.
그렇다. 우리 연구소도 역량의 95%를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하드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미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영역은 소프트웨어다. 
네이버는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클라우드 기반 로봇 엠비덱스를 공개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왼쪽)가 엠비덱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박민제 기자

네이버는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클라우드 기반 로봇 엠비덱스를 공개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왼쪽)가 엠비덱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박민제 기자

네이버도 소프트웨어 기업인데, 로봇에 열심이다.  
(네이버를 지켜보니) 제조업 회사들과는 마인드가 다르더라. 당장 로봇 만들어 팔겠다는 게 아니고, 데이터와 기술 차원에서 로봇에 투자해왔다. 로봇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결합해 다방면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림을 그린다. 로봇은 일종의 알고리즘을 시험해보는 플랫폼이다. 이걸 이해하는 네이버는 10~20년 길게 보고 로봇을 연구한다.

김 교수는 2006년 스탠포드 박사 과정 재학시절 스티키봇(Stickybot)을 개발했다. 도마뱀처럼 스티키봇은 유리벽을 수직으로 기어 오르는 로봇. 스티키봇은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 44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이후 MIT에서 치타의 운동능력을 갖춘 4족 보행 로봇 ‘치타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김 교수의 치타 시리즈는 현대차가 지난해 말 인수한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과 유사하다. 비슷한 시기(2012~2013년)에 나왔지만 치타는 전기모터 방식,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엔진·유압방식을 택한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전기모터를 쓰면 엔진·유압보다 효율이 좋고 가격도 싸다”고 말했다.

김상배 MIT교수와 네이버랩스가 공동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지난 6월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직접 본 미니 치타는 실제 동물 치타처럼 가볍고 날쎈 몸놀림을 자랑했다. 사진 박민제 기자

김상배 MIT교수와 네이버랩스가 공동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지난 6월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직접 본 미니 치타는 실제 동물 치타처럼 가볍고 날쎈 몸놀림을 자랑했다. 사진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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