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끼 데리고 걸어온 듯" 전북대 출몰한 흰뺨검둥오리 가족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재익 교수 "부리 끝 노란색, 흰뺨 맞다"

지난 15일 오후 1시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캠퍼스.

어미와 새끼 6마리, 분수대 물위 떠다녀 #목격 직장인 "카이스트 명물 거위 연상"

전통 한옥 누각인 '문회루(文會樓)'가 있는 건지광장에 야생 오리 가족이 나타났다. 어미 1마리와 새끼 6마리가 분수대 물 위를 유유히 떠다녔다.

오리 가족은 한가로이 헤엄을 치면서도 머리를 물속으로 처박고 잠수하곤 했다. 어미가 물 위로 도드라진 정원으로 올라가 수풀 사이에 알을 품듯이 앉았다.

지난 15일 낮 전북 전주시 전북대 캠퍼스 내 분수대에서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어미는 물 위에 도드라진 정원 수풀 사이에 앉아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 15일 낮 전북 전주시 전북대 캠퍼스 내 분수대에서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어미는 물 위에 도드라진 정원 수풀 사이에 앉아 있다. 김준희 기자

"덕진공원서 새끼들 데리고 걸어왔을 듯"

그러자 새끼들도 어미를 따라 정원 위로 올라가기 위해 점프를 시도했다. 너도나도 연신 날개를 퍼덕이며 안간힘을 썼지만, 2마리만 착지에 성공했다. 나머지 4마리는 이내 포기한 채 다시 헤엄과 잠수를 즐겼다.

점심을 먹은 후 전북대 교정을 찾은 직장인 김세희(40)씨는 오리 가족을 보자 휴대전화 카메라에 모습을 담았다. 김씨는 "청둥오리는 겨울 철새로 알고 있는데,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에 저수지도 아닌 도심에 있는 분수대에서 보니 신기하다"며 "카이스트 명물인 거위 가족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전주 낮 최고 기온은 35도였다.

전북대에 나타난 오리 가족은 김씨의 예상처럼 청둥오리일까. 오리 가족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전북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인 한재익(수의학과) 교수에게 오리 가족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며 "청둥오리가 맞냐"고 물었다.

흰뺨검둥오리 어미가 분수대 내 정원 수풀 사이에 알을 품듯이 앉아 있다. 김준희 기자

흰뺨검둥오리 어미가 분수대 내 정원 수풀 사이에 알을 품듯이 앉아 있다. 김준희 기자

"원래 철새…국내에 일부 텃새로 정착"

한 교수는 "어미의 머리 문양이 흰뺨검둥오리인 것 같다"며 "청둥오리 암컷 머리 문양이 흰뺨검둥오리와 언뜻 비슷하지만, 부리 끝이 노란색인 것을 보니 흰뺨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한창 육아 시기라 분수대에서 알을 낳아 부화했다기보다 인근 덕진공원에서 왔을 가능성이 더 있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학계에 따르면 흰뺨검둥오리(이하 흰뺨)는 몸길이 약 61㎝의 대형 오리다. 우리나라 호수나 못·습지·간척지·논·하천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물가 풀숲에 둥지를 틀고 한배에 10∼12개의 알을 낳는다. 주로 암컷이 21~23일 알을 품는다. 먹이는 수초 잎이나 줄기·새싹·풀씨·열매 등이고, 곤충도 먹는다.

한 교수는 "다른 새들은 텃새와 철새가 명확히 구분이 안 되거나 기후 변화 때문에 겨울에 남쪽으로 내려가던 새들이 안 가는 경우가 있다"며 "흰뺨은 원래는 철새인데, 요새는 일부가 국내에 텃새로 정착해 사는 조류"라고 설명했다.

흰뺨검둥오리 어미가 새끼 6마리와 함께 전북대 캠퍼스 내 분수대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김준희 기자

흰뺨검둥오리 어미가 잠수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어미가 새끼들 데리고 다니는 습성"  

덕진공원은 흰뺨 가족이 발견된 전북대 분수대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약 10만㎡ 되는 큰 연못이 있고, 해마다 이맘때 피는 연꽃으로 유명하다.

흰뺨 새끼들은 어미처럼 날 수 없는데 어떻게 덕진공원에서 전북대 분수대까지 왔을까. 한 교수는 "(흰뺨은) 새끼들이 태어나면 바로 둥지를 떠나 돌아다니는 애들"이라며 "(덕진공원) 어딘가에서 태어난 후에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걸어왔을 듯하다"고 했다.

흰뺨 가족은 먹이가 풍부한 덕진공원을 왜 벗어났을까. 한 교수는 "흰뺨은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게 습성이라 아마 지나다가 (전북대 분수대에) 물이 있으니 머무는 듯하다"며 "분수대도 만든 지 몇 년 됐기 때문에 먹을 게 아예 없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대는 2018년 9월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국비 등 53억원을 들여 교내 옛 분수대 자리(1만2000㎡)에 건지광장을 조성했다.

흰뺨검둥오리 새끼가 어미를 따라 정원 위로 올라가기 위해 물 위에서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흰뺨검둥오리 새끼가 어미를 따라 정원 위로 올라가기 위해 물 위에서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생후 250일 지나 짝 찾아 가정 이뤄" 

전북대에 나타난 흰뺨 새끼들은 태어난 지 얼마나 됐고, 언제쯤 독립할까. 한 교수는 "새끼들은 깃털이 노란색이고 크기가 어른 손바닥 정도면 태어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흰뺨은 무리 생활을 하기도 해서 새끼들이 어미를 떠나는 시기를 특정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다만 생식 능력을 갖는 시기가 생후 250일 정도 지나서라서 그때쯤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룰 수 있겠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