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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력 센 람다, 치명률 무려 9%" 온라인 뒤집은 소문 실체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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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페루 이키토스 한 묘지에서 노동자가 무덤을 파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페루 이키토스 한 묘지에서 노동자가 무덤을 파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스더 복지팀장의 픽: 람다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의 악몽같은 동거가 1년 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돌연변이가 생기기 쉬운 것으로 알려진 RNA 바이러스 답게, 코로나19는 제 모습도 여러차례 바꿔왔습니다. 영국ㆍ남아공ㆍ브라질ㆍ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했죠. 국내에서는 한동안 전파력이 1.7배 강하다는 영국발(發) 알파 변이가 세를 불려가더니 이제 알파보다 2배 더 세다는 인도발 델타 변이가 4차 대유행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와중 ‘람다 변이’란게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변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센데 치명률이 9~10%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보통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한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면 치명률이 떨어지고, 치명률이 높아지면 전파력이 떨어진다고 하죠. 전파력과 치명률을 동시에 높이는 변이란게 가능할까요.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자료와 외신 보도를 종합해 람다 변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람다(λㆍlambda)는 그리스어 알파벳의 11번째 문자를 의미합니다. 람다 변이(C.37)는 인류가 찾아낸 열한번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입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건 2020년 8월 페루였습니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RNA바이러스 특성상 변이는 수백, 수천가지가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변이가 다 위험한건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WHO는 변이 가운데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 변이, 관심 변이로 분류해 관리합니다. 예를 들어 전파력이 월등히 높거나, 치명률을 높이거나 또는 백신의 방패를 뚫는 능력이 특출날 것으로 보이는 변이죠. 현재 우려 변이는 알파(영국발), 베타(남아공발), 감마(브라질), 델타(인도) 4가지 입니다. 지난달 14일 WHO는 이 변이를 ‘관심 변이’로 분류했습니다. 관심 변이는 아직 위험성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변이입니다. 람다를 포함 에타, 요타, 카파 등 4종입니다.

WHO는 람다를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관심 변이로 분류했지만 아직 람다의 정체에 대해 알려진게 없습니다. 전파력이나 치명률도 정확히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람다 변이 치명률이 9%?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지난 4월, 페루 리마에서 한 남성이 탱크에 산소를 충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지난 4월, 페루 리마에서 한 남성이 탱크에 산소를 충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최근 페루에서 나오는 신규 확진자 90% 가량이 람다 감염자라고 합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0.5%에 불과했지만 급격히 불어난 것이죠. 페루는 이미 인구의 0.56%(19만명)이 코로나19로 숨진,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나라인데 람다 변이마저 덮친겁니다. 람다는 남미를 중심으로 퍼졌고, 미국ㆍ캐나다ㆍ프랑스 등 29개국에서 확인됐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도 신규 확진자 3명 중 1명은 람다 변이 감염자일만큼 번졌다고 합니다.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98만명, 이 중 19만명이 숨졌으니 코로나19 치명률이 9.4%에 달합니다.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 ‘람다 변이 치명률이 9~10%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와있습니다. 페루의 코로나19 치명률을 람다 치명률로 옮겨 쓴 것이죠. 그렇지만 페루는 람다가 확인되기 이전에도 치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또 람다가 퍼진 다른 나라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치명률은    2.15%, 2.11%로 세계 평균 치명률(2.15%)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람다 변이의 치명률이 높다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페루의 인구 대비 확진자 규모를 고려하면 변이가 치명률을 높인다기 보다는 갑작스러운 확진자 폭증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람다 변이는 백신 방어력을 잘 뚫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칠레는 인구의 60%가량이 백신을 접종했고 강력한 락다운(봉쇄)을 유지했는데도 다수가 람다에 감염됐다고 합니다.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이 중국의 시노백ㆍ시노팜 백신을 주로 접종했는데 이 백신들의 효과가 떨어진 탓이라는 반박도 제기됩니다. WHO는 “아직 람다 변이가 더 치명적이라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람다가 다른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지, 중증 환자로 악화할 가능성을 높이거나 백신 효과를 떨어트리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람다는 아직 한국에선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김은진 중앙방역대책본부 검사분석팀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국내에서 람다 변이 확인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 및 현재 사용하는 치료제가 어느 정도 유효하다는 판단은 있지만, 근거 자료를 더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변이가 계속 발생하고 퍼지는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답은 백신 접종 뿐입니다. 방역 조치만으로 바이러스를 막는건 불가능하니까요. 최근 람다가 유입된 캐나다의 CTV뉴스는 “델타, 람다 등 변이는 예방접종하지 않은 사람을 타깃으로 번질 것”이라며 “그래서 가능한 빨리, 많이, 완전히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캐나다의 접종 완료 인구는 47.6%입니다.

그런데 특정 나라만 백신을 맞아서 될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새로운 변이의 출현과 전파를 최소화하려면 세계 접종률이 일정 이상 돼 바이러스 전파 자체가 줄어야 한다네요. 케리 보우먼 토론토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CTV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로나19를 큰 그림으로 볼때 우리나라의 접종률 뿐 아니라 세계 나머지 나라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매우 낮은 예방접종률을 유지하는 한 이런 변이는 우리에게 앞으로도 계속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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