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학위 이상' 채용이 차별? 교육부도 헷갈리는 차별금지[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7.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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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차별금지법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10만서명 보고 및 입법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10만서명 보고 및 입법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에 학력을 포함시키는데 반대했던 교육부가 의견을 철회했습니다. ‘차별을 옹호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찬성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하지만 학력에 대한 차별을 무조건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갈립니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합리적 이유 없는 학력 차별은 금지돼야 하며 입법 취지에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오후 교육부가 내놓은 ‘차별금지법 검토의견’에는 “학력 포함에 이견 없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불과 한달여 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학력 포함을 반대했던 교육부가 의견을 뒤집은 셈입니다. 당시 교육부는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학력에 의한 차별을 법률로 규제할 경우 과도한 규제”라고 밝혔습니다.

'대졸' '박사' 걸어 고용이나 입학 제한 금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교육부 의견이 바뀐 것은 진보 진영의 거센 비판때문으로 보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고교서열화, 대학서열화, 학력간 임금 격차 해소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가 학력으로 인한 차별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출하다니 부끄럽다”고 비난했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의 골자는 고용이나 모집, 입학 등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과 장애, 출신, 성적지향, 학력 등의 차별을 막는 것입니다. 법안에서 ‘학력’이란 교육기관의 졸업이나 이수, 학위취득 등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중졸이나 고졸, 대졸, 석사, 박사 등의 조건을 걸어 고용과 입학을 제한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달여 전 교육부 의견대로 학력은 개인이 노력해 성취한 결과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학력을 타고난 성별이나 출신 등의 요소와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학력은 오롯이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가정 환경 등 극복할 수 없는 요소가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학력=능력'인가 아닌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치러지는 지난달 3일 강원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치러지는 지난달 3일 강원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능력주의’에 대한 시각과도 유사합니다. ‘학력이 곧 능력’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고용이나 입학에 있어서 학력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채용을 할 때 ‘석사 학위 이상’이라는 제한을 두는 것은 업무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기 위한 합리적 차별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학력은 능력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거셉니다. 기업 등이 직무와 상관없이 ‘대졸’로 제한을 두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것입니다.

학력을 총괄하는 교육부도 오락가락할만큼 쉽게 의견은 엇갈립니다. 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 20여년간 정치권에서 시도됐지만 지금까지 입법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제 구실을 하려면 이념이나 당위로 밀어붙일 일은 아닐 것입니다. 법안에서도 언급했듯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뭔지, 반대로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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