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 교차접종, 백신 남는 국가는 권고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8 05:00

업데이트 2021.07.18 12:29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치과의사 이모(35·남)씨는 두 달 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로 접종했다. 지난달 말 '긴급 안내' 문자가 오더니 2차 접종은 화이자 백신으로 맞으라고 했다. 그는 "백신이 없어서 교차 접종하는 것 아니냐. 해외 논문에선 효과도 더 좋다 하니 맞으려 한다"고 말했다.

졸지에 아스트라-화이자 맞는 韓 3040
"사실상 선택권 없어…임상시험이냐"
英 연구진 "부작용 확인 불가 수준"
獨 연구진은 "한국 선택 합리적"

반면 경기도 고양시에서 일하는 또다른 30대 의사 최모(35·여)씨는 화이자 변경 통보 문자를 받고선  "1차 때도 선택권 없이 아스트라를 맞았는데, 2차도 백신 선택권이 사실상 없다, 임상 대상자가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을 30대 이상에서 50대 이상으로 상향하면서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인 필수 직군의 3040 종사자들은 교차 접종을 받게 됐다. 이에 해당되는 7월 2차 접종 대상자는 약 76만명가량이다. 2차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택할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간을 매우 짧게 한정해 사실상 선택권이 충분치 않았다.

이렇게 교차접종 대상이 된 요양원 종사자 등은 인터넷 카페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며 걱정을 내비친다. 임신을 준비하는 한 카페 회원은 "1년밖에 되지 않은 백신인데, 부작용에 대한 정보 없이 몸을 맡기는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암 환우 카페에서 한 회원은 "기저질환이 염려되는데 2차로 다른 백신을 맞아야 하면 아예 맞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요양원 종사자들은 찜찜해하면서도 직업적 특성상 "2차 접종을 스케줄대로 하겠다"는 쪽이다.

캐나다·독일·스페인 등 교차접종 채택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백신 2회차 접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백신 2회차 접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교차 접종은 백신이 부족한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캐나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대안적 방편이다. 독일에서는 지난 4월 혈전 생성 우려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연령을 30대에서 60대 이상으로 올리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교차 접종을 시작한 바 있다. 자문위원회는 "안전성 우려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교차 접종에 대해 특히 긍정적인 국가는 캐나다다. 2차 물량 부족에 시달리던 캐나다는 mRNA백신간 교차접종을 허용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해 2차로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해외에서 진행된 교차 접종 연구 결과를 참고했다고 밝혔고 이후 실제 접종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과학자 숨야 스와미나탄 박사가 교차 접종 국가가 느는 것을 "우려스러운 추세"라고 하자 캐나다 정부와 과학자들이 크게 반발해 스와미나탄 박사가 다음 날 발언 수위를 조정할 정도였다.

"아스트라-화이자 면역 반응↑" 연구결과 보니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옥스포드대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옥스포드대 자료사진=AP통신]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옥스포드대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옥스포드대 자료사진=AP통신]

교차 접종의 근거로 많이 언급되는 연구 결과는 다음 세 가지다. 영국 옥스포드대(콤코브 연구), 독일 자를란트대, 스페인 카를로스3세 보건연구소(콤비박스 연구).

①옥스포드대는 60세 이상 지원자 830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화이자-화이자 접종자의 면역 반응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아스트라제네카 순으로 나타났다. (랜싯)

②자를란트대 연구진은 홈부르크에 있는 대학 병원에서 200여명의 참가자를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눠 시험을 진행했다. 2주 후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접종자가 아스트라-아스트라 접종자보다 10배 강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 화이자-화이자 접종자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네이처)

③스페인 마드리드의 카를로스3세 보건연구소의 콤비박스 시험에는 663명이 참가했다. 참가자의 3분의 2는 아스트라-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남은 3분의 1은 아스트라 1회분만 접종했다. 콤비박스 연구조사관 막달레나 캄핀스는 "교차 접종한 사람들이 2차 주사를 맞은 후 더 높은 수준의 항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네이처)

英연구진 "부작용 확인 못해"…獨연구진 "韓, 합리적 선택"

독일 자를란트대 마티나 세스터 교수. [마티나 세스터 교수 트위터]

독일 자를란트대 마티나 세스터 교수. [마티나 세스터 교수 트위터]

'면역 반응'은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한계는 표본이 현저히 작다는 것이다. 콤코브 시험을 주도한 매튜 스테이프 교수는 이런 한계를 거론하며 "5만분의 1에 해당하는 부작용은 고사하고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부작용도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 결과가 동일한 백신으로 1, 2차 접종을 한다는 영국의 정책을 흔드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세 편의 논문은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예비 연구결과에 불과하다"며 이 논문들을 근거로 교차 접종을 결정해도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교차 접종이 시작될 무렵 성명을 내고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임상결과 없이 교차 접종을 결정한 것은 성급하다"며 "적어도 독일은 2차 접종 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게 했고 교차 접종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는데, 그런 게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도 중앙일보에 "새로운 임상시험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자를란트대 연구를 주도한 마티나 세스터 교수는 중앙일보의 e메일 질의에 "독일 정부도 교차접종을 허용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교차 접종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세스터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당시 시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결과가 너무 명확해 중간 연구 단계에서도 이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백신 충분한 美·英 "교차접종 권고 안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백신 종주국'인 미국과 영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청(CDC)는 mRNA 백신과 다른 계열의 백신의 교차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라인에 밝혀뒀다. 교차 접종의 안전성과 효능 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1차와 2차 백신은 같은 종류로 권유하되 백신이 부족한 경우에는 교차 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차접종에 관한 가장 유명한 연구 결과가 영국 옥스포드대 콤코브 시험이지만, 정작 영국은 "연구 결과가 1,2차 동일 백신 접종이라는 원칙을 흔드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긍정적 연구결과에 따라 교차접종을 허용한 독일, 스페인과는 다른 양상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결국 백신이 부족하지 않은 국가는 교차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NYT에 따르면 교차접종에 가장 적극적인 캐나다도 지난 6월 권고가 나올 당시 백신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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