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논란 속 ‘총여학생회’도… 경희대 총여 폐지 논의

중앙일보

입력 2021.07.17 18:07

업데이트 2021.07.19 15:45

경희대 서울캠퍼스 본관 전경. 사진 경희대

경희대 서울캠퍼스 본관 전경. 사진 경희대

정치권에서 촉발된 여성가족부의 폐지 논란이 거센 가운데 대학가에선 총여학생회(총여)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10년대부터 여러 대학 총여가 연달아 폐지된 상황에서 최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도 총여 폐지 문제가 학내 공식 의제로 급부상했다. 여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해온 총여가 30여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평이다.

경희대 총여 30여년 만에 존폐 기로

지난 16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제53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총여학생회 존폐 및 재편' 관련 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16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제53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총여학생회 존폐 및 재편' 관련 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페이스북 캡처

경희대 총학생회는 지난 16일 오후 7시부터 ‘총여학생회 존폐 및 재편’과 관련한 공개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총여학생회의 미래에 관한 논의를 비롯해 존폐 결정 방식, 대안기구 구성 여부와 방향성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1987년에 출범한 경희대 서울캠퍼스 총여는 여학생들의 학업과 취업 지원·여성학 강좌 확대·화장실 칸 비상벨 확대 설치·생리공결제 올바르게 사용하기 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주목받았다. 경희대 총학생회 측은 “오랜 기간 학생 사회에서 여성은 동등한 ‘학생회 학생’이 아닌 주변적 존재로만 치부돼왔다”며 “그래서 설립된 총여는 대학 내 민주주의 투쟁과 더불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실현해 여학생의 학내 자치활동 참여를 독려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희대 총여는 지난 2006년 성폭행 무고 사건이었던 고(故) 서정범 교수 사태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2017년을 마지막으로 4년째 대표가 없이 궐위 상태에 놓여있다. 총학생회 측은 “페미니즘이 대학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총여 구성원을 향한 비판과 비난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상 총여학생회장은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가 됐다”며 “궐위 상태를 이대로 지속할 순 없어 존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총여 폐지 두고 재학생들 공개간담회

지난 2019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일부 대학 총여학생회의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규탄 집회.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일부 대학 총여학생회의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규탄 집회. 연합뉴스

이날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진행된 공개 간담회에선 경희대 재학생 약 36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여학생 곽모씨는 “총학생회 회칙상으로 존재하는 총여가 현재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활동이 어려워 보인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학내에 여전히 성차별과 성폭력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총여의 역할을 하는 대학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폐지 여부를 두고 진행될 총투표에서 투표권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선 학생들 간의 입장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남학생 김모씨는 “투표권을 여학생들에게만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남학생들이 내는 학생회비의 일부분이 총여에도 예산배정이 되는 상황에서 남학생들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학생 이모씨는 “자치회비를 낸다고 해서 투표권이 당연히 주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생회비를 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치회비는 학내에 있는 여러 동아리와 학회에도 지원이 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연결 지을 수 있는 논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간담회에선 총여 폐지의 과정에서 “모든 성별을 총괄하는 성평등위원회나 인권위원회 등의 자치기구가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또 다른 여학생 이모씨는 “총여학생회라는 명칭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에 정말 취약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름이나 형식을 유지하기보다는 인권위원회나 성평등위원회 등을 새로 신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 당장 폐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논의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나둘씩 사라지는 대학 총여

지난 2018년 10월 8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열린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보이콧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10월 8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열린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보이콧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30여개가 넘는 대학에 존재했던 총여학생회는 지난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아왔다. 건국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는 2013년에 총여를 폐지했고 이후 홍익대학교·숭실대학교·성균관대학교·동국대학교·광운대학교 등도 폐지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2019년에 학생 총투표를 거쳐 총여를 폐지한 연세대학교에선 투표에 참가한 재적생 가운데 78.92%(1만 763명)가 폐지에 찬성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오는 22일 공개 간담회를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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