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알바 쪼개기’ 부르는 최저임금 인상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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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31면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직원 3명 중 주방 이모를 제외한 홀서빙 직원 2명을 아르바이트로 대체하려 합니다. 최저임금이 시간 당 500원 올랐다고 ‘쪼개기’ 알바를 쓰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보다 정직원 고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네요.”

주휴수당 등 아끼려 14시간씩 고용
나쁜 일자리만 양산되는 역설 우려

서울 영등포에서 6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4) 사장은 갈수록 커지는 인건비 부담에 ‘고용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황에서 임금까지 오르니 더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연평균 7.3% 올라 내년에는 9160원이 된다. 인상폭 자체도 작지 않지만 주휴 수당과 4대 보험, 퇴직금까지 생각하면 사업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더 커진다.

실제로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2000원 가까이 추가된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하루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 때문이다. 여기에 퇴직금과 4대 보험료가 붙는다. 주 평균 15시간 이상 1년 이상 근속할 경우 한 달 분의 퇴직금을 줘야 한다. 시간 당 1000원 정도다. 4대 보험료 가운데 절반 정도를 사업주가 부담하는데 월급 200만원 기준으로 9만원 안팎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500원 정도다. 4대 보험 역시 월 평균 60시간 또는 8일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정규직을 유지할 경우 이 시장이 부담하는 인건비는 시간 당 1만2500원인 셈이다.

정규직 한 명을 주 14시간씩 근무하는 알바 3명으로 쪼개면 최저임금만 주면 된다. 1년이면 700만원 가까이 인건비가 절약된다. 두 명이면 1400만원이다. 이 사장은 “오랫동안 손을 맞춘 직원 두 명 대신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근무할 알바 6명을 구하려니 벌써 머리가 아프지만 한 푼이 아쉬운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에 한숨을 쉬고 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지난해 편의점 점포 당 월 평균 매출은 4800만원이며 직원 보수와 월세, 각종 세금 등을 제할 경우 편의점주가 얻는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13만 4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50% 수준이고, 점진적으로 인상될 경우 고용에 큰 악영향은 없다고 본다. 반대로 말하면 최저임금 수준이 높고 인상률이 가파르면 악영향이 생긴다는 뜻이다. 중기중앙회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12위지만, 중위임금 대비 62.4%에 달해 6위로 평균(54.2%)보다 높다”며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코로나 충격으로 지난해에 11년 만에 처음으로 중소기업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을 중위임금의 60% 수준으로 연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소상공인 등의 인건비 부담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대신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를 포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고용 감소는 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알바 쪼개기로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되는 현상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민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역설적으로 자영업자의 순이익은 오르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고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뺏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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