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발파 않는 최신 공법으로 굴착”…주민들은 불안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17 00:25

업데이트 2021.08.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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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03면

도심 지하 60m 터널 안전 논란

“아파트 곳곳에 금이 안 간 곳이 없을 정도로 건물이 망가졌어요. 건물도 기울고 있고요. 집안 방문도 언제부터인가 닫히지 않고 부엌장도 아귀가 안 맞는 등 문제가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인천 삼두1차 ‘피사의 사탑’ 오명
D등급 은마, GTX-C 관통 우려
전국 곳곳서 SOC 건설 싸고 갈등

지하안전관리 특별법만으론 한계
정기적 모니터링 통해 안전 점검
디테일한 기술적 지침 마련해야

인천 동구에 있는 삼두1차 아파트 주민 이모(80)씨는 한숨을 쉬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지상 주차장에 기아를 중립으로 하고 주차를 해 놓은 차가 저절로 움직일 정도로 땅이 기운 곳도 있다”고 했다. 일부에선 이 아파트를 ‘피사의 사탑’으로 부른다. 37년 된 이 아파트에 사는 600여 명의 주민은 정부와 지자체 등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소송 외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인근 교회와 초등학교 건물 곳곳에서도 균열 현상이 발생했다.

삼두1차, 터널 공사 후 지반 침하돼 소송

주민들은 2017년 개통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인천김포고속도로)의 지하터널 공사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 공사는 국토교통부가 발주해 시공은 포스코건설이 담당했다.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터널 발파 공사가 이뤄진 후 건물에 균열이 가고,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곳에선 2015년 12월부터 2016년 3월 말까지 184차례의 발파가 진행됐다. 1주일에 11번꼴이었다. 조기운 입주민 대표는 “매일 최소 2~3회 정도 발파가 있었는데 집 안 식탁에 떠 놓은 물이 크게 흔들릴 정도였다”며 “인근 중앙시장에서 싱크홀이 생겨 3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19년 4월 아파트의 안전진단 결과가 나왔다. 측정 지점에 따라 아파트가 최대 82cm까지 기울어진 것으로 나왔다. 기울기와 상태평가 모두 E등급이 나왔다. 다만 구조재의 설계 강도, 처음 지을 때 튼튼한 자재를 썼다는 이유 등으로 전체적인 안정성 평가에서는 B등급이 나왔다.

지반침하로 인한 건물 피해는 대규모 지하 발파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19년 국정감사 당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포스코건설은 지하수 유출 방지를 위한 차수공법을 700m 구간에 적용하는 것으로 설계에 반영했지만 실제 차수공법 시공은 40m 구간에 그쳤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은 “이 아파트의 부등침하 변형의 원인은 지하수 유출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파트 비대위 측은 2018년 12월 국토부와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추후 법원 판결에 따라 절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삼두아파트 구간 터널 발파시 감리 입회하에 절차대로 진행했다”며 “발파진동규제 기준(생활소음, 진동)을 법적 기준치인 75db 이내로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파트에 설치한 지표침하계, 건물경사계, 균열측정계를 통해 계측한 결과 공사 전후 수치는 관리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명했다.

대규모 사회기반기설(SOC) 공사 과정에서 지하 공간 개발로 인한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광명~서울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항동지구 지하에 만들어질 온수터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게 된다.

시행사인 서서울고속도로 관계자는 “지하 터널을 설계할 땐 항동지구에 학교나 아파트가 없었다”며 “설계 기준에 맞게 최대한 안전하게 시공하겠다”고 했다. 2010년 5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항동지구를 공공택지지구로 선정했을 때는 이미 고속도로 지하 터널 설계가 끝났을 때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전에 계획됐다는 이유만으로 터널 공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동주민연합 김모(60)씨는 “이미 계획된 공사였어도 대단지 아파트 계획이 수립된 뒤에는 수정됐어야 옳다”며 “피해 보상은 사후 대책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시행사는 주민 우려를 고려해 원래 깊이인 30~40m보다 더 깊은 지하 50~60m에 터널을 뚫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광역급행철도 노선의 확정으로 대규모 지하공사가 예정된 지역주민들도 불안함을 호소하며 공사 전 철저한 사전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GTX-C 노선이 지나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구간 변경으로 GTX-A 노선이 지나가게 될 청담동 주택단지도 논란이 되는 지역이다.

42년 된 은마아파트는 10년 전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건물 외벽과 주차장엔 균열이 곳곳에 보이고, 각 세대에서는 온수를 틀면 녹물이 나올 정도로 낡았다. 이 아파트에서 20여년 째 사는 주민 정모(68)씨는 “정부는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입주민으로서 걱정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선을 600m만 우회해서 건설하면 주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공사 기간과 비용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구간은 지하 60~70m 깊이로 공사가 진행된다”며 “이 아파트 일대 지질은 단단한 암반층으로 안정성 문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마아파트 지하 전 구간은 발파를 하지 않는 최신 TBM공법(원통형 굴삭기를 땅속에 넣어 수평으로 굴진해 터널을 시공하는 방법)으로 굴착할 예정이어서 소음과 진동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사 전에 주민 설명회 등 공감대 부족

대규모의 지하구간 공사를 놓고 벌어지는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위험시설을 기피하는 ‘님비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지하를 개발하면 지하수가 흐르는 길이 인위적으로 바뀌어 건물이 있던 땅의 지반 안정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주민들 입장에선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지하 공사로 인해 지하수가 유출돼 호수 수위가 내려가는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하 공간 안정성 논란이 일자 조사를 벌여 눈에 띄는 지반침하 등 이상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유무를 꾸준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이상이 없어 보여도 지하 공간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상근 교수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만으로는 지하수 유출 방지 등 대책에 한계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어떻게 관리·시공·설계해야 하는지 등 디테일한 기술적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갈등 조정에 소홀한 것이 주민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시공사 등에만 책임 소재를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국토부 등이 나서서 적극적인 중재와 대책 마련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부, 공사 중 문제 생기면 조사하고 분쟁에 적극 개입해야”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지하 공간 개발에 따른 주민 불만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민과 공사 주체에게만 갈등 해결을 맡겨 놓을 것이 아니고 정부 당국과 시행사, 시공사 등이 사전, 사후에 주민들과 충분한 정보 공유, 문제 원인 조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찬우(사진)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은 특히 “국토부가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구리시 대형 싱크홀 발생 사건 당시 국토부가 조사위를 꾸려 적극적으로 원인을 밝히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 좋은 예라는 것이다.

지하개발에 따른 갈등이 벌어져도 국토부가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국토부가 재판부, 검찰보다 민자사업에 대해 더 잘 검토할 수 있는 전문기관 아닌가. 국토부가 먼저 나서서 정리하면 거기에 따라 재판부는 판결을, 처벌 기관은 처벌을 내리면 된다. 그리고 민자사업이라 하더라도 정부 보조금으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국토부가 적극 개입할 명분이 충분히 있는데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어떻게 개입해야 하나.
“공사 중 문제가 생겼을 때 국토부가 전면에 나서서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 원인이 부실시공이면 바로 시공사에 벌점을 부과하는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공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2020년 8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발생한 폭 17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 [뉴스1]

2020년 8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발생한 폭 17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 [뉴스1]

지하개발에 따른 지반침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지하수가 유출되면서 흙이 유출되면 지반에 공동이 생긴다. 쉽게 말해 빈 공간이다. 공동이 커질수록 지반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통 지하수만 유출되는 경우 땅이 내려앉진 않는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대규모 지반침하 사고는 대부분 토사 유출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지반침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근본적으로는 지하수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도심지에 노후한 상수관을 교체하고, 지하 터널 공사를 할 땐 차수 공법을 면밀히 적용해야 한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지반침하 현상이 없는지 시공사가 책임지고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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