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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週 漢字] 圓(원)-완전함보다는 너그러움 좇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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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31면

한자 7/17

한자 7/17

『설문해자』에서는 圓(둥글 원)이라는 글자의 짜임을 소리를 나타내는 員(원)과 의미를 나타내는 囗(테두리)로 나눠서 설명한다. 이와는 달리 본래 員이 ‘둥그런 테두리’라는 의미의 글자였으나, 이 글자가 훗날 ‘숫자’ ‘인원’ 등과 같은 다른 의미로 보다 널리 쓰이게 되자 囗(큰입구몸)을 더해 본래의 뜻을 시각적으로 한층 강화한 圓이 출현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됐건 ‘온전히 둥그런 꼴(圜全也)’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고대 중국의 우주관에서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것(天圓地方)으로 여겼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둥글게 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하늘이 둥글다는 명제가 옛사람들에게는 타당하게 받아들여졌을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러나 고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명에서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문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실제 형상을 나타낸다고 이해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하늘과 땅의 관념적 속성을 圓과 方(모 방)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마테오 리치가 전한 지구는 둥글다는 서양의 학설에 대해서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그러한 인식의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뜬 둥그런 보름달처럼 둥그런 형상을 바라보며 인간은 ‘어그러짐 없는 완전함’을 떠올렸던 듯하다. 원만(圓滿)이라는 단어는 그러한 형상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서 유래하는 단어라 할 수 있다. 본래는 ‘성취·완성’을 뜻하는 불교 용어였으나 어느덧 ‘어그러짐 없이 완전함’이라는 의미 파생을 거쳐 오늘날 널리 통용되는 ‘모난 데 없이 둥글고 너그러움’이라는 뜻으로 옮아가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의미의 ‘원만’은 양보와 유연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어그러짐 없는 완전함’은 그것과는 사뭇 다른 엄격함과 완고함을 떠올리게 한다.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저마다 어그러짐 없는 완전에 대한 추구가 미덕으로 칭송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불완전한 것으로 규정된 존재에 대한 혐오와 멸시 또한 암암리에 횡행한다. 저마다의 원 속에 매몰돼 파편화한 채로 공동체라는 커다란 원이 어그러지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가 아닌 공감과 포용이 요청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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