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한경대 총장

임태희 한경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곧 학교를 떠나지만, 이후로도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민규 기자
임태희(65) 국립 한경대 총장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뒤 발걸음을 향한 곳은 교내 커피숍. 아이스크림 1개를 주문한 임 총장은 사장에게 “요즘 방학 중인데 매출은 어떠냐”고 물었다. 사장은 “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미세먼지·기초환경 등 중점 연구 #‘디지털 강소농’ 모델 개발도 진행 #산학협력 통해 성과, 노하우 쌓여 #개강 전 물러나야 구성원들 편해 #‘셀프 임기 단축’ 교육부에 전달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난이 지속하자 한경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내 입점 커피숍·편의점·서점의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다. 임 총장은 “조금씩만 배려하고 양보하면 다 같이 살 수 있다”고 했다.
1939년 안성공립농업학교로 시작해서 오늘에 이른 한경대에 임 총장이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건 2017년 10월 20일. 3선(16~18대) 국회의원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그는 취임 일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새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 2년 후인 2019년에는 ‘2030 한경 비전 선포식’을 열고 ‘길을 만드는 대학, 경기 대표 국립대’를 선포했다. 2030이란 2030년까지 국내 3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의미다.
규정대로라면 임 총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19일까지. 그러나 임 총장은 용단을 내렸다. 그는 “나 하나 임기를 단축하면 모두가 편해진다”며 9월 이전에 총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중앙SUNDAY가 임 총장을 만나 재임 기간 성과와 용퇴 이유 등을 들어봤다.
- 취임 3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신다면.
- “이전에 경험했던 직업들은 현재의 문제 또는 가까운 미래의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학교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치나 행정의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도 학교처럼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 “국립대는 기업이나 민간에서는 할 수 없는 기초 과제나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학교는 미세먼지·기초환경·에이징 테크(Aging Tech) 세 가지 부문을 중점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이 세 가지 부문에서는 나름대로 성과도 냈고, 노하우도 쌓았다고 자부합니다.”
- 미세먼지 연구와 관련해서는 산학협력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하셨죠.
- “한경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선행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9년 국토교통부 주관 5년간 240억원 규모의 ‘도로 미세먼지 저감 및 실증 연구’ 수주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에이징 테크가 무엇인가요.
- “에이징 테크는 노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웰 에이징(Well-Aging)과 항노화·노화 방지 등으로 표현되는 안티 에이징(Anti-Aging)을 합친 기술로 중·노년층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에이징 테크를 통해 국가 또는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첨단기술로 노년층의 건강과 인지능력을 유지·향상함으로써 국가나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청년들이 에이징 테크 관련 첨단기술 인력으로 투입되면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 한경대의 ‘전매 특허’인 농업 분야 연구에서는 어떤 실적이 있었나요?
- “민승규 교수팀이 2019년 전 세계 21개 팀이 출전한 세계 인공지능(AI) 농업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 농업 여건에 적합한 한국형 모델, 즉 작지만 강한 ‘디지털 강소농(强小農)’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평택 한국복지대와의 통합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 “2019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합니다. 20년 후 우리나라 대학 입학정원의 적정 수준은 현재의 30% 이하로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양교가 통합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Technology(기술)+Human(휴먼)+Environment(환경) 친화적 융·복합 인재양성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 셀프 임기 단축을 결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4년 임기이니 10월 19일 퇴임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10월이면 중간고사로 학교가 가장 바쁠 때입니다. 그런 시기에 총장 임기를 시작하면 구성원들의 에너지 낭비가 극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학기 중에 보직교수 인선을 해 보니 여러 면에서 불편과 어려움이 많았어요. 새 학기 시작 전에는 인수·인계를 마무리하고 새 총장님 체제로 새출발하면 좋겠습니다.”
- 공무원·정치인·각료에 이어 네 번째 직업의 임기가 끝나갑니다. 향후 어떤 구상을 하시는지요?
- “저는 국가·사회로부터 과분한 혜택을 본 사람입니다. 공적 책임감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학교에서 추진했던 에이징 테크 분야 연구에 몰두하려 합니다. 또 저는 정치를 했던 사람이자 국정의 중심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분열·갈등·분노·증오의 정치가 통합·소통·대화·동반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8일 발행되는 월간중앙 8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