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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청약 별따기…카뱅 등 IPO 유망 주식 미리 ‘사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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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15면

장외시장 문전성시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한 비상장 주식시장 거래 사이트를 통해 카카오뱅크 주식 100주를 1주당 8만1000원에 매수했다. 26일 시작하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 공모 청약은 경쟁이 치열해 큰돈을 넣어봐야 몇 주 받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씨는 “증권사 중복 청약마저 불가능해 청약한다고 해도 10주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비상장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IPO 희망공모가 상단인 3만9000원의 두 배가량이지만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3만9000원으로 확정되고 8월 5일 코스피시장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간다면 이씨의 수익률은 약 25%에 이를 전망이다.

공모주 상장 첫날 잇단 ‘따상’ 흥행 #IPO 앞둔 기업에 ‘선투자자’ 몰려 #K-OTC 상반기 거래 8000억 육박 #개인 간 거래 많아 사기 피해 우려 #상장 중단돼 자금 묶일 가능성도 #기업 결산공시·증자 등 확인해야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장외 주식시장이 문전성시다. IPO 공모주로 재미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를 앞둔 기업의 주식을 찾아 나서고 있는 영향이다. 비상장 기업이라도 주식회사라면 주식은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다만 코스피·코스닥시장과 같은 ‘장내’가 아니라, 사설 사이트 등 ‘장외’에서다. 거래 역시 증권사 트레이딩시스템(HTS·MTS)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 간 개인이 직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상장 기업의 주식 정보나 거래를 주선하는 사이트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두나무의 ‘증권플러스비상장’, 피에스엑스의 ‘서울거래소비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이트를 찾는 투자자들은 역대급이다. K-OTC의 올해 상반기 거래금액은 8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1% 늘었다. 증권플러스비상장의 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3만 명 수준이었으나 4월엔 30만 명을 돌파했다. MAU는 한 달간 한 번이라도 사이트·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한 사람을 뜻한다. 그만큼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얘기다. 장상호 금융투자협회 K-OTC부 차장은 “자사의 주식도 등록하고 싶다는 기업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K-OTC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기업 수는 139개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비상장 주식에 투자자가 몰리는 건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흥행과 무관치 않다. 최근 장외 주식시장의 인기 종목은 단연 IPO를 앞두고 있는 기업이다. 8월 초 상장이 예정된 카카오뱅크는 증권플러스비상장 기준 하루 평균 3만 건이 넘게 검색됐다. 비슷한 시기 IPO가 예정된 크래프톤도 하루 평균 검색량이 1만3000건에 이른다. 될성부른 기업을 찾아 일찌감치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도 꾸준히 증가세다. 금융권 종사자인 이모(48)씨는 “지인들끼리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괜찮은 기업이 있으면 장외시장을 이용해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게 (장외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3년 전 장외시장에서 매입한 마켓컬리 주식을 최근 다시 장외시장에서 모두 처분했는데, 수익률이 400%에 이른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비상장주식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거래할 수 있는 툴도 다양해지면서 장내 주식과 비상장 주식의 구분이 옅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비상장 기업의 주식 거래는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이다. 증권플러스비상장 등 K-OTC를 제외한 사이트·어플은 대부분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나 매도·매수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매도·매수인을 찾으면 매도·매수인끼리 문자 메시지나 전화 등을 통해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K-OTC는 코스피·코스닥처럼 자체 트레이딩시스템에서 거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탁결제원에서 정한 통일규격증권만 거래하기 때문이다. 통일규격증권은 예탁결제원에서 정한 규격에 맞춰 증권 번호가 부여되고, 예탁결제원을 비롯한 증권대행기관에서 명의개서(名義改書·권리자 변경에 따라 장부·증권 명의인의 표시를 수정하는 것)를 하는 증권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는 일종의 중고 물품 거래와도 비슷해 매수할 땐 주의해야 할 게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사기다. 중고 스마트폰을 샀는데 벽돌이 배달된 것처럼 언제든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선 거래 상대방의 신변 사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은행이나 증권사 안심계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은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시세’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호가(부르는 값)가 거래가격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매수 전 기업을 철저히 분석해 호가가 ‘적정한 가격’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일부 장외시장 사이트에선 ‘기준가’를 제시하고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이후에도 고려해야 할 게 적지 않다. 비상장 기업인만큼 공시 등에 대한 의무가 상장 기업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 등의 주요 이벤트를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비상장 주식 투자자는 스스로 기업 홈페이지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상장 기업은 매출 등에 대한 결산공시는 물론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건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매수 전 액면분할 등 주가 변동이 큰 이벤트가 없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주가는 4월 1주당 289만원 선이었는데, 액면분할을 거친 뒤 5월 53만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기존 가격대로 계약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대감’만 갖고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지난해 상장한 하이브(빅히트엔터)는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1주당 40만원에 거래됐으나, 상장 이후 최고점은 30만원 정도였다. 카카오게임즈도 지난해 장외시장에서 1주당 7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됐으나, 상장 후 이 가격에 도달하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외시장은 거래가 많지 않다 보니 가격이 왜곡될 수 있고 상장 후 주가와 차이가 클 수 있다”며 “기업이 상장을 중단하거나 악재가 발생해 거래가 끊기면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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