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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벙커에 안 빠지는 굿샷, 이미지 트레이닝이 중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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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26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핀까지 거리 120m, 물 넘기는데 70m입니다.”

골프, 뇌의 지배가 가장 큰 스포츠 #물에 빠질 걱정하면 실제 가능성 커 #원하는 것만 집중해 공포 지우고 #긍정적인 상상해야 좋은 샷 나와

캐디가 주말 골퍼 A에게 불러준 거리다. 평소 A에게 70m는 부담 없는 거리다. 샌드웨지로 부드럽게 쳐도 충분히 가는 거리다. 그러나 연못을 보니 불현듯 찝찝하다. 이전에 공을 물에 빠뜨렸던 장면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공이 물에 빠질 것 같다는 예감이 뇌리를 스치더니, 조그만 호수에 있는 물이 넘쳐 흘러 골프화와 다리를 통해서 뇌로 올라오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 물이 출렁거리고 점점 커다란 파도가 되어 일렁인다. 두려움에 몸이 얼음처럼 굳는다.

그러고 보니 공이 놓인 상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페어웨이이긴 하지만 평소보다 잔디에 깊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세게 쳐야 할 것 같다. 공을 옆으로 옮겨 놓고 싶은 충동도 든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없다. 양심에 찔리고, 동반자 와 캐디가 보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자신이 없다. 몸이 더 굳는다. 100% 물에 빠질 거라는 확신이 든다. 공포가 뇌를 휘감아 머리가 하얗다. 어떻게 스윙을 해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종일 어드레스 상태로 있을 순 없다. 다운스윙이 너무 빨랐고 뒤땅을 쳤다. 공은 물 한가운데로 빠졌다.

물만 보면 물에 빠지고, 벙커만 보면 벙커에 빠지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히 있다. 왜 그럴까.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뇌는 현실과 상상을 명쾌히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공포 영화를 보면서 식은땀이 흐르고 주먹을 움켜쥐게 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총구가 보이는 사진을 보고 거북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공이 물에 빠질 것 같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면 뇌는 공포에 휩싸여 몸을 평소처럼 제어하지 못한다. 인간이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방어시스템이 작동하면서 근육이 긴장되고 수축되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뇌는 본능적으로 생리학적으로 반응한다. 평소 거뜬했던 1m 점프인데, 밑에 낭떠러지가 있다면 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상상하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축구나 농구 같은 빠른 스포츠에서는 생각하고 행동할 여유가 별로 없다. 생각할 시간이 많은 승부차기 등을 제외하면 주로 본능이 지배한다. 그러나 야구나 골프 같은 스포츠는 빈 시간이 너무나 많다. 야구는 안타를 치거나 포수가 공을 빠뜨리는 등의 특별한 일이 없으면 경기는 계속 끊어진다. 그동안 뇌가 움직인다. 투수는 그동안 자신감이든 불안감이든 뭔가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친다.

골프는 이 여백이 가장 긴 멘탈 스포츠다. 뇌의 지배가 가장 큰 스포츠다. 골프 멘탈을 가르치는 이종철 프로는 “공이 정지해 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많고 복잡해진다. 이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 근수축 현상이 일어나 미스 샷을 유발시킨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어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지면 입스로 발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빤히 호수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 있을까. 집중하면 지울 수 있다. 1999년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시먼스 교수 등이 한 고릴라 실험이 있다.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흰옷을 입은 학생들의 농구 패스 숫자를, 다른 쪽은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의 패스 수를 세라고 했다. 실험 중간에 고릴라 인형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활보하고 가슴을 치고 나간다.  검은 옷들의 패스를 주시하던 그룹 중 고릴라를 보지 못한 사람은 17%였다. 흰옷 패스를 주시하던 그룹 중 고릴라를 보지 못한 사람은 58%였다. 흰옷에 집중한 사람 중 절반이 넘게 검정색 고릴라를 못 봤다. 집중하면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타깃에 가는 것만, 원하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시각화도 부정적 생각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종철 프로는 “뇌는 눈으로 입력한 거리 정보를 운동감각으로 출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조지프 페런트는 저서 『젠골프』에서 긍정적인 시각화를 얘기한다. “의도한 샷에 대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그려본다. 타깃과 그 타깃을 향해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의도를 머릿속에 뚜렷하게 이미지화할 때 몸도 당신의 의도대로 따라준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잭 니클라우스는 공이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가는 모습이나, 공이 특정 지점에서 휘어 홀에 떨어지는 등 완벽한 샷의 이미지를 상상하지 않으면 아예 공을 치지 않았다. 걱정하면서 치는 것과는 결과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대 스포츠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브레인 트레이닝)이 점점 중요해진다. 캐나다 비숍 대학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 세 그룹 중 A그룹은 실제 운동을 하고, B그룹은 운동하는 상상만 했다. C그룹은 아무것도 안 했다. 실제 운동한 그룹은 체력이 28% 높아졌고, 상상한 그룹은 24% 올랐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런 상상의 중요성을 증명한 실험 결과는 여럿 나온다.

정그린 그린 코칭 솔루션 대표는 “이미지 트레이닝은 명상하듯이 느끼며 빠져들어야 한다. 상상을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생하게 느끼면 현실에서도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골프 등 스포츠뿐 아니라 공연, 직장인의 프리젠테이션 등에서도 효과가 크다. 이종철 프로는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상상을 해야 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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