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재갈법' 강행 처리 연기한 與…"막무가내식" 비판 의식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15:19

16일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일단 처리를 연기했다. 야당 내부의 코로나 19 상황이 연기의 명분이었지만, "대선을 앞둔 밀어붙이기식 언론통제"란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직전 열린 문체위 전체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소위 위원 3명 중, 이달곤ㆍ최형두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 1차 접촉으로 자가격리 중”이라고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이에 민주당 소속 도종환 위원장은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이 된다”고 제안했고,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도 “미루는 게 타당하다”고 받아들였다.

자가격리 알고 있었던 與…속도전 일단 중지 왜?

표면상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한 여야 간의 합의지만, 사실 민주당은 이미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가격리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달곤ㆍ최형두 의원은 13일 문체위 전체 회의 때도 자가격리로 출석을 못 했고, 소위 개의 통보를 15일 받은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는 민주당에 “나를 포함해 위원 3명 중 2명이 자가격리 중인 걸 알지 않느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이 때문에 "민주당이 자가격리를 명분으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주 법안 소위를 단독 개의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논의한 데 이어 단독 개의를 통해 의결까지 내달리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 위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막무가내로 통과시키는 데 대한 부담이 느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형두 의원은 “민주당이 자가격리를 명분으로 쉬어갈 틈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폭주 기관차 배후엔 김용민의 미디어특위

당초 민주당은 이날 소위 의결을 하고 이달 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했다. 강경파인 김용민 최고위원이 5월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속도전으로 밀어붙여온 타임 테이블이다. 내용도 점점 강해졌다.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최대 5배(원안은 3배)로 늘렸고, 최소배상액(하한선)까지 지정하는 내용을 적용해 학계의 위헌논란까지 불렀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용민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용민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친여 성향의 언론단체까지 “강행 처리를 중단하라”(7일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을 냈지만, 김용민 위원장은 14일 “빠르면 이번 달 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김어준의 뉴스공장’)고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문체위원들이 개의 연기에 합의하면서 23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의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본회의에 올리려면 소위-상임위-법사위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위원 2명의 자가격리가 22일에야 종료되기 때문이다. 도종환 위원장은 이날 여야에 “22일 이후로 소위 일정을 잡으라”고 말했다.

김용민 또 강행 의지…野 “오로지 구속된 의원만 목소리 높였다”

연기 소식이 알려지자 김용민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처리가 뒤로 미뤄지게 돼 안타깝다. 그래도 특위와 문체위 위원 모두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특위 관계자는 “7월 처리는 실패했지만, 8월 임시국회 때는 꼭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민주당 미디어특위가 문체위를 앞세워 어떻게든 대선 전에 언론 규제법을 통과시키려 혈안이 돼 있다”(이달곤 의원)라고 말했다.

한편 최형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논의에서는 민주당 의원님들도 신중 검토 입장이었다. 민주당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인가”란 글을 올리며 연초에 열린 문체위 소위 회의(2월 25일) 속기록을 올렸다. 여기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법)은 현재로서는 수용하기가 곤란”(이병훈 의원), “아직까지는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확실하기 규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유정주 의원) 등 민주당에서도 신중론이 분출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던 민주당 의원도 있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국민이 원하는 것”, “악의적 확대재생산을 발 빠르게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장치” 등 언론사 처벌을 요구하는 강경한 주장을 쏟아낸 이는 당시 언론으로부터 이스타항공에 대한 횡령ㆍ배임 의혹을 받던 이상직 의원이다.

두 달 뒤 헌정사상 15번째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고, 6월 55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최형두 의원은 “오로지 지금은 구속된 한 분 의원님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목소리를 높였다”라고 말했다. 

2월 25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 속기록.

2월 25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 속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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