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미 '국무부 2인자' 셔면, 亞 순방서 돌연 中 제외…회담 '급' 기싸움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15:13

업데이트 2021.07.16 15:50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서 중국이 제외됐다. 중국 측에서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누가 회담에 참여하는지를 둘러싼 갈등 끝에 방중 일정 자체가 잠정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서 중국이 제외됐다. 중국 측에서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누가 회담에 참여하는지를 둘러싼 갈등 끝에 방중 일정 자체가 잠정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미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이 중국 방문 일정이 잠정적으로 취소됐다. 회담에 참석하는 중국 측 인사의 ‘급’을 둘러싼 이견이 갈등의 핵심 요소로 지목됐다. 미·중 외교장관 회담과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여겨졌던 셔먼 부장관의 방중 일정이 꼬이면서 양국 간 최고위급 대화를 둘러싼 양국의 기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제외된 웬디 셔먼 아시아 순방
'급 차이' 둘러싼 미·중 갈등
러위청 대신 셰펑 앞세운 中
미·중 정상회담 악재 되나

셔먼 부장관은 당초 다음주 중국 톈진(天津)에서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지난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 주께 셔먼 부장관이 톈진을 방문해 셰펑 부부장을 만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간 회담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발표한 셔먼 부장관의 18~25일 아시아 순방 일정에는 중국을 제외한 한국·일본·몽골 등 3개국을 방문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셔먼 카운터파트 둘러싼 미·중 기싸움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공지된 웬디 셔먼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 일본과 한국, 몽골 등 3개국만 방문한다고 안내돼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쳐]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공지된 웬디 셔먼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 일본과 한국, 몽골 등 3개국만 방문한다고 안내돼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쳐]

당초 미 국무부는 셔먼 장관의 순방 일정을 이르면 14일 오후 홈페이지에 게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관련 일정은 결국 하루가 지난 15일 늦은 오전에야 공지됐다. 셔먼 부장관과 셰펑 부부장의 회담을 둘러싼 미·중 협의 과정에서 막판 돌발변수가 생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5일 셔먼 부장관의 순방 일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중국이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인 러위청(樂玉成) 부부장과의 회담을 거절하며 중국 방문 일정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과 같은 급인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의 회담을 요청했는데, 중국 측에선 외교부 서열 5위에 해당하는 셰펑 부부장과의 회담을 제안하며 결국 일정 자체가 무산됐다고 FT는 전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국무부 2인자인 셔먼 부장관의 급을 감안하면 중국 역시 부부장 중에서도 서열이 높은 러위청이 회담의 카운터파트로 나섰어야 했다”며 “중국은 회담이 성사됐을 경우 미국이 요구하는 인권·민주주의 등 가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회담 요청에 응하면서도 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중국식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셰펑 부부장의 경우 미국 담당이라 중국 입장에선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내세울 만한 명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고위급 회담의 경우 그 급을 맞추고 의전 프로토콜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중국이 일종의 ‘장난질’을 치며 회담 개최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스틴도 '급' 문제로 퇴짜…정상회담 악영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건 관련 행정 명령에 사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특별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P·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건 관련 행정 명령에 사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특별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P·신화=연합뉴스]

미·중 간 ‘급’을 둘러싼 기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2인자인 쉬치량(許其亮) 부주석과의 통화를 3차례나 요청했는데 모두 퇴짜를 맞았다. 당시 중국은 쉬 부주석이 오스틴 장관의 상대로는 급이 높다며 웨이핑허(魏鳳和) 국방부장과 통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셔먼 부장관의 방중 일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인지, 막판 조율의 여지가 남아있는지는 명확지 않다. 다만 최종적으로 중국 방문 일정 자체가 취소될 경우 향후 미·중 간 최고위급 대화를 추진하는데 악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셔먼 부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중 외교장관 회담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출발점에 해당하는 상징적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담의 급을 놓고 계속 반복되는 미·중 간 트러블은 신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양국 간 협의·소통 채널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중 갈등이 지속하며 중국은 미국의 요청사항을 순순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미국 역시 기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강경 일변도로 중국을 대하다 보니 사소한 이견이 큰 갈등으로 비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