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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대 버려진 '전기차 공동묘지'···세계 1위 생산국 中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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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항저우시 위항구 외곽 공터. 천여 대의 전기차가 방치돼 있다. [샤오시신문 캡쳐]

항저우시 위항구 외곽 공터. 천여 대의 전기차가 방치돼 있다. [샤오시신문 캡쳐]

중국 항저우시 위항구 외곽 공장 지대. 너른 공터에 천여 대의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람이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바짝 붙여 세워놓은 차들, 그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수풀은 차문까지 가렸다. 차량 표면에는 이끼가 덮였고 곳곳에 녹이 슨 상태다. 차종을 보니 모두 전기차 일색. 마치 ‘전기차 공동묘지’ 같은 풍경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생산국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항저우시, 영업용 전기차 장려 정책에 #렌트카 업체들 보조금 타내려 ‘사재기’ #도로 혼잡에 갑자기 배터리 규정 강화 #줄도산에 중고 전기차 무더기 방치돼

수년 째 방치돼 수풀이 차를 뒤덮고 있다. [샤오시신문 캡쳐]

수년 째 방치돼 수풀이 차를 뒤덮고 있다. [샤오시신문 캡쳐]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장 인근의 한 정비소 직원은 “버려진 차량들은 전부 렌트카 회사들이 사들인 영업용 전기차”라며 “몇 년 전부터 계속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택시만큼이나 우버와 같은 렌트카 영업차량이 많다. 개인이 차를 임대해 휴대폰으로 콜을 받아 운행하는 형태다.

일부 차량은 시트의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 새 차로 받아와 그대로 방치해뒀다는 얘기다. 이곳만이 아니다. 항저우시 외곽 최소 4~5곳에서 이처럼 버려진 차가 수천대에 이른다고 샤오시(小時)신문은 전했다.

항저우 외곽의 또다른 공터에 전기차가 방치돼 있다. [웨이보 캡쳐]

항저우 외곽의 또다른 공터에 전기차가 방치돼 있다. [웨이보 캡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건 전기차 배터리의 급속한 발전과 중국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 변경 때문이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항저우시는 2018년 영업용 차량을 당시 ‘신에너지차’로 불리던 전기차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내수 자동차 기업인 창안(長安), 웨이라이(蔚來) 등이 앞다퉈 전기차 모델을 내놓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전기차량 운용 목표를 달성해야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렌트카 회사들이 앞다퉈 구입했다. 자동차 기업들은 영업용 전기차 수요를 노려 배터리 성능을 낮춘 특별 모델을 할인가에 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듬해인 2019년 항저우시가 느닷없이 규정을 바꾸면서 벌어졌다. 영업용 신에너지차의 도로 운행 허가 요건이 주행 거리 250㎞ 이상, 수명 5년 이하 차량으로 강화됐다. 도심 차량이 급증하자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나온 조치 중 하나였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의 경우 비교적 신차 가운데 배터리 1회 충전으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차량만 영업용 운행을 할 수 있게 된다. 항저우 당국의 의도는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을 감안, 배터리 용량이 큰 차 위주로 운행하게 해 전체 차량 댓수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2018년 창안 자동차가 내놓은 전기차 모델 번번(奔奔). 배터리 완충시 주행 거리는 200~250km였다. [바이두 캡쳐]

2018년 창안 자동차가 내놓은 전기차 모델 번번(奔奔). 배터리 완충시 주행 거리는 200~250km였다. [바이두 캡쳐]

렌트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업체들은 '특별 모델'도 1회 충전에 200~300km 운행이 가능하다고 선전했지만 막상 엄격해진 성능 검사를 통과한 차량은 많지 않았다.

업체들은 급한대로 가격을 낮춰 개인 판매로 돌리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성능 낮은 배터리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데다 배터리 내구성 때문에 중고차 자체가 인기가 없었다.

결국 렌트카 업체들은 빚더미에 앉았고 처분을 못한 차량은 폐차조차 못해 방치되기 시작했다. 우웨이창 저장과기대 교수는 “저렴한 전기차 판매가 초기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영업용 전기차의 운행 기준을 높인 후 초기에 구입한 업체들은 폐차하거나 부품만 뽑아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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