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서워? 공포영화 불켜고 보는 '쫄보 상영회' 등장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10:00

업데이트 2021.07.16 10:14

14일 오후 7시쯤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랑종' 겁쟁이 상영회.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관람객을 위해 상영관 불을 환하게 켠 상태로 LED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사진 나원정]

14일 오후 7시쯤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랑종' 겁쟁이 상영회.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관람객을 위해 상영관 불을 환하게 켠 상태로 LED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사진 나원정]

무섭다는 입소문에 불 켜고 보는 ‘겁쟁이 상영회’까지 나왔다. 나홍진 감독이 원안‧기획‧제작을 맡은 태국 공포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의 겁쟁이 상영회가 열린 롯데시네마 서울 건대입구점을 14일 저녁 찾았다.

나홍진 제작 공포영화 '랑종'
불켜고 보는 '겁쟁이 상영회'
롯데시네마 전국 4곳서 인기
10배 밝기 LED 스크린 관람

코로나19 이후 드물게 상영관 입장로에 긴 줄이 늘어섰다. 극장 측이 무서울 때 귀를 막는 용도의 이어플러그를 선착순으로 나눠줬다. 영화 상영 전, 관람 안내 영상 순서를 위해 장내가 잠시 암전되자 “어 왜 불 꺼져?” “불 켜주세요!”라며 객석이 술렁인 것부터 여느 영화 상영과 정반대였다.

귀신 씐 '밍' 화면 덮치자 객석 화들짝

'랑종' 겁쟁이 상영회 안내문. [사진 롯데시네마]

'랑종' 겁쟁이 상영회 안내문. [사진 롯데시네마]

영화는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태국 산골 무당 가문의 초현실적 비극을 그린다. 무당인 이모 ‘님’(싸와니 우툼마)을 취재하던 다큐 촬영팀이 님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이상증세를 찍다 피의 파국에 휘말리는 전개다.

밍의 실체가 설명되는 중반까지 평온하던 상영관은 귀신에 씐 밍이 카메라 렌즈에 확 나타나며 스크린을 덮치는 순간부터 비명이 터졌다. 장내가 밝다 보니 겁먹은 한 관객이 동행에게 와락 매달리는 것도 보였다. 일반상영관에서 열린 시사회 때와 비교하면, 불을 켜고 보는 만큼 긴장감은 덜했다.

공포영화 '쫄보' 위해 LED 특수관 불켰다  

14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랑종' 겁쟁이 상영회에선 무서울 때 귀에 끼는 이어플러그를 선착순으로 나눠줬다. [사진 나원정]

14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랑종' 겁쟁이 상영회에선 무서울 때 귀에 끼는 이어플러그를 선착순으로 나눠줬다. [사진 나원정]

“조명이 켜진 LED 특수관에서 쫄보도 당당하게 ‘랑종’ 관람 가능!” 이날 상영회 홍보 문구다. 이번 무(無) 암전 상영은 LED 스크린을 갖춘 특수관(수퍼S‧컬러리움관)이 있어서 가능했다. LED 스크린은 일반 상영관보다 10배 밝아 불이 켜진 상태에서도 또렷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사기를 이용해 빛을 스크린에 투영하는 형태가 아닌 스크린이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방식이다.

‘팝콘 인증샷' 잇는 공포영화 관람 놀이 

이전에도 ‘애나벨’ ‘곤지암’ 등 공포영화 흥행작의 경우 관객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화를 보다 놀라 팝콘을 떨어트린 인증샷 등을 공유하며 자발적인 놀이 문화가 유행하기도 한 터다. ‘랑종’ 겁쟁이 상영회는 극장이 먼저 관객에게 재밌는 ‘관람 놀이’를 청한 경우다. 코로나19 속 극장 가는 재미를 되새기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영화 '랑종'은 후반으로 갈수록 수위 높은 공포 장면을 쏟아낸다. 묘사가 지나치다는 관객 반응도 나온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은 후반으로 갈수록 수위 높은 공포 장면을 쏟아낸다. 묘사가 지나치다는 관객 반응도 나온다. [사진 쇼박스]

롯데시네마 노원점 오동근 관장이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본사 프로그램팀이 구체화해 행사를 진행했다. 본지와 통화에서 오 관장은 “대작이 줄다 보니까 입장객이 많이 줄어서 소소하게라도 극장에 관객이 오면 좋을 것 같아 제안했다”면서 “최근 ‘컨저링 3’ ‘콰이어트플레이스 2’ 같은 공포영화가 상대적으로 잘 됐는데 ‘랑종’이 무섭다, 기대가 크다는 반응을 들었다. 같은 감독의 전작 ‘셔터’를 재밌게 봐서 기획해봤다”고 했다.

상영관 불을 완전히 켠 채로 영화를 튼 건 1999년 롯데시네마 설립 이래 처음. 2004~2019년 일부 상영관에서 진행한 ‘엄마랑 아기랑’ 상영의 경우 자녀 동반 부모가 편하게 영화를 보도록 불을 반쯤만 켰었다. 오 관장은 “불을 켜고 본다는 게 생소할 수 있는데 마블영화는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상영관 불이 켜진 상태에서 관객들이 쿠키영상을 본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했다”며 “코로나 시국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방역활동을 철저히 준비할테니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봉 후 관람객 평가 "무섭기보다 기괴·잔인"

최동석 롯데시네마 프로그램팀 프로모션 담당은 “최근엔 극장이 단순히 영화만 튼다기보다 고객이 체험하는 공간으로서의 수요가 다양하다. 겁쟁이 상영회는 하루 1회차씩 기획했는데 예매율이 높아 일부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날 상영회는 건대입구 외에 서울 월드타워, 수원, 부산 센텀시티 등 전국 4개 지점에서 열렸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월드타워점에선 좌석점유율(거리두기 좌석 제외)이 77%에 달했다. 국성호 롯데컬처웍스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수원점을 뺀 3개관에서 이날 겁쟁이 상영회 좌석점유율이 ‘랑종’ 일반관보다 20% 정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겁쟁이 상영회는 주말인 17‧18일에도 이어진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하루 1회차이고, 월드타워‧건대입구‧수원점은 2회차씩으로 확대했다.

‘랑종’은 개봉 첫날인 14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약 13만 관객을 모았다. 수위 높은 공포 묘사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다 코로나 시국을 감안하면 선전한 편이다. 다만 "무섭다기보단 기괴하고 잔인하다"는 반응도 많다. 14일 겁쟁이 상영회 관람평은 “다행히 불 켜고 본 게 신의 한 수. 너무 기괴해” “불 켜놓고 볼 필요 없었다” 등 공포 체감도가 다소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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