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만든 '어쩌다 투사들' [이상언의 '더 모닝']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8:20

업데이트 2021.07.16 08:50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중앙포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중앙포토]

안녕하세요? 오늘은 문재인 정부가 요직에 발탁했으나 불의를 참지 못해 결국 정권에 대항하는 길을 걷게 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기차를 타기 전 아내가 ‘지금 같은 비상한 시기에 집에 가만히 있지 현직 검사가 왜 내려가느냐’고 만류했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 현직 검사로서 대통령님 유족 측이나 참여정부 관계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고도 싶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이 치러진 2009년 5월 29일에 조남관 당시 광주지검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장이 검찰 내부통신망(e프로스)에 올린 글입니다. 그날 그곳에 간 유일한 현직 검사입니다. 자신이 다녀왔다는 것을 이처럼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현직 검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은 검찰 수사에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으로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습니다.

봉하마들에 다녀온 그해 가을부터 관운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법무부의 인권조사과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권한은 별로 없고 골치 아픈 일은 많은 자리입니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 때엔 한직으로만 돌지는 않았습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장 자리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안양지청, 순천지청, 서울고검을 전전하게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검사의 성향에 예민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있던 시절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조남관 서울고검 검사는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이 됩니다. 그 뒤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차장으로 승승장구합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그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더불어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검찰 안팎에서 거론됐습니다. 두 사람은 전주고 동문입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친정권 검사 대오에서 스스로 이탈했습니다. 그는 e프로스에 “총장님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뒤 검찰총장 대행 역할을 맡았을 때는 한명숙 전 총리를 기소한 검사에 대한 ‘정치적 처벌’을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검찰총장 자리를 발로 차버렸습니다.

결국 그는 지난 3월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됐습니다. 통상 정권에 밉보였거나 역할이 애매한 검찰 간부가 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어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정면으로 들이받았습니다. 또다시 e프로스에 글을 올렸습니다. “절차적 정의는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조남관 원장은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주변의 검사들이 말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노무현ㆍ문재인 정권에 애정이 있었던(또는 있는) 인물로 봐야 합니다. 이런 이마저 ‘검찰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시대가 투사를 만듭니다.

어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그 역시 원칙을 지키려다 어느 날 반정부 인사가 됐고, 결국 투사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조 원장을 포함해 이 세 사람은 문재인 정권이 키운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자리를 줘 빛나게 했고, 나중에는 박해를 해 소신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이 ‘어쩌다 투사들’이 정권을 흔듭니다. 무도한 정치의 자업자득입니다.

조남관 원장이 박범계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어제 일의 경위와 배경을 설명하는 기사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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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관, 박범계에 반박 "임은정 주임검사 교체? 사실 아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을 두 차례 불기소 처분했던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이 15일 “절차적 정의는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한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결과 발표에 대한 전임 대검 지휘부의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전날 “대검이 주임검사 교체 등을 통해 절차적 정의를 훼손하고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자초했다”고 지적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원장은 박 장관이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에서 감찰3과장으로 주임검사를 교체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임 연구관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등에 고검검사급 이상 검사 비위의 감찰 및 수사는 감찰3과장이 담당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원장은 “감찰3과장 이외의 다른 검사가 사건을 처리하려면 검찰총장이 배당 또는 재배당 지시를 해야 하지만 전임 (윤석열) 총장은 임 연구관에게 그런 지시를 한 바가 없다”며 “임 연구관은 수사권이 없는 감찰3과 소속 다른 연구관들처럼 주임검사인 감찰3과장을 보조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연구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주임검사 지정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감찰부장이 주임 검사를 변경하려면 상사인 전임 총장의 명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전임 총장이 그런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1차 불기소 결정과 관련해 박 장관이 “대검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한 소수 연구관으로만 회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조 원장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제의했지만 한 감찰부장이 거절했다”며 “그래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감찰3과장, 임 연구관, 감찰3과 소속 검찰연구관 2명이 이 사건에 관여한 바 없는 (다른) 검찰연구관들과 함께 논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임 연구관이 회의체 참여를 거부해 할 수 없이 나머지 인원들이 장시간 논의했고, 그 결과 전원일치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사퇴 당시 대검 차장이었던 조 원장은 검찰총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3월 5일 한 전 총리 수사팀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대검 부장회의 재검토’ 지시를 내렸지만 3월 19일 재차 불기소 결정이 나오자 법무부·대검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무리한 한명숙 구하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취한 조처지만, 합동감찰에서도 당시 수사팀이 위증교사를 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수사팀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한 감찰부장이 합동감찰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수사팀검사 2명에 대한 ‘검찰총장 경고’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3년의 징계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시효가 없는 경고 처분을 통해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적 징계는 아니지만, 경고를 받으면 1년 이상 감찰관리 대상자로 지정되는 등 불이익이 작지 않다.

하지만 “대검 감찰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는 합동감찰 검사들의 의견에 따라 외부인사 8명과 검사 1명으로 구성된 감찰위가 열렸고, 여기서 경고 청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

김수민·김민중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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