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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마리중 1마리만 고향 왔다…야생 보낸 저어새 ‘800km 비행’

중앙일보

입력

강화도 갯벌에서 움직이고 있는 방사 저어새. 사진 국립생태원

강화도 갯벌에서 움직이고 있는 방사 저어새. 사진 국립생태원

야생으로 보낸 멸종 위기종인 저어새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약 1년 만이다. 중국에 머무르다 800km 비행을 거쳐 국내에 도착했다.

'주걱 부리'가 특징, 동아시아 서식 여름 철새 #국립생태원, 지난해 5마리 인공증식 후 방사 #한 마리만 중국 월동 후 800km 날아 한국행

국립생태원은 세계 처음으로 인공증식 후 방사한 저어새 한 마리가 한국으로 돌아온 걸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주걱 모양 부리가 대표적인 저어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분류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필리핀 등 동아시아에서만 서식하는 여름 철새다. 전 세계 90%의 번식 쌍(지난해 기준 1548쌍)이 국내 서해안 일대에서 번식한다. 갯벌 매립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상태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2019년 5월 인천 강화군에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저어새 알 10개를 구조했고, 이 중 4마리를 인공 증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인천 송도 갯벌에서 어린 새끼 한 마리를 구조했다. 이들 저어새 5마리를 대상으로 1년 동안 야생적응훈련을 시켰다. 그리곤 지난해 7월 강화도 갯벌에서 Y21~25라는 번호를 붙여 야생으로 보냈다.

1년 전 방사된 뒤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 저어새의 여정. 자료 국립생태원

1년 전 방사된 뒤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 저어새의 여정. 자료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Y21~23, 3마리에겐 위치 추적기와 가락지를 달았다. 몸 크기가 작은 Y24~25 두 마리는 가락지만 달아줬다. 이번에 돌아온 저어새는 Y21이다. 이 저어새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출발해 중국 저장성 닝보시 리양만에 도착했다. 여기서 월동하던 새는 올 4월 북쪽 타이갱만으로 이동했다. 한 달가량 지난 5월 21일, 중국을 떠난 뒤 800km를 날아 바다 건너 전남 고흥군에 다음날 도착했다.

이 저어새와 같이 떠난 4마리의 친구들은 어떻게 됐을까. Y22~23 두 마리는 월동지로 이주하지 않다가 지난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 하고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Y24는 중국으로 이동한 뒤 올 3월까지 쑤저우시 타이후에서 서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탐조가가 직접 확인한 사항이다. 마지막 Y25는 관찰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상 Y21 한 마리를 빼곤 고향으로 돌아온 저어새가 없는 것이다.

무리를 지은 상태로 논둑에서 휴식 중인 방사 저어새. 사진 국립생태원

무리를 지은 상태로 논둑에서 휴식 중인 방사 저어새. 사진 국립생태원

귀환한 저어새는 전남 영광군 갯벌, 칠산도 등을 거쳐 지금은 충남 보령 해안에 머무르고 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동료들이 곁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저어새 4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한 마리가 같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인공증식 저어새의 우리나라 복귀는 동아시아 고유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보전을 위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함께 보호하는 국제협력 연구가 필수적인 만큼 중국, 대만, 일본 등과 함께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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