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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택시시장 강자된 카카오T…‘수퍼앱 횡포’ 우려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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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승객이 타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승객이 타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가 없는 게 없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커진 영향력 만큼, 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무슨 일이야

15일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에 따르면 카카오T 앱에선 현재 15개 이상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원거리 교통수단으로 항공·기차·시외버스·셔틀이, 중단거리에선 택시·전기자전거가, 자가운전 관련으론 대리·내비게이션·주차·세차·정비·내차팔기 등이 있다. 최근 여기에 퀵·택배도 추가, 물류까지 영역을 넓혔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해

카모가 뛰어든 시장, 판이 바뀌고 있다. 무료 서비스로 사람을 모은 뒤 규모가 갖춰지면, 프리미엄 모델을 내밀어 사실상 유료화하는 식이다. 택시(2015년)가 그랬고 대리(2016년)도 그랬다. 기사는 플랫폼을 떠나기 어렵고, 이용자는 오른 요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택시회사 한 관계자는 “택배·퀵·세차·정비 등 카카오T에 들어온 다른 서비스도 비슷한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택시 시장엔 도대체 무슨 일이?

카모는 지난해 130억원 적자를 냈다. 하지만 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지난해 카모 매출은 2800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1048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택시 자회사 매출만 890억원이다. 일반 법인택시 일평균 매출이 지난해 5%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 업계에선 지난해 일명 '타다금지법' 시행 후 독보적 1위가 된 카카오T가 수익화를 위해 플랫폼 영향력을 과도하게 행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① “평점 낮으면 NO”
카모는 오는 22일부터 택시 기사용 유료 요금제 ‘프로 멤버십’에 새로운 약관을 적용한다. 기사의 평점(승객의 평가점수)이 낮으면 카모가 멤버십 자격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시대 카카오T에 들어오는 택시 콜(호출)이 택시기사들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는 점. 카카오T엔 하루 150만건 안팎의 콜이 몰린다. 지난해 무료로 콜을 받는 일반 택시기사들이 카모가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에 좋은 콜을 몰아준다고 반발한 것도 그래서다. 카모는 콜을 더 받고 싶어하는 기사 수요를 반영해 월 9만9000원에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 멤버십을 올해 초 선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돈을 내더라도 카카오T 평점이 낮으면 카모가 멤버십 가입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사업자와 근로자가 사업 주체인데 주객이 전도돼 플랫폼이 갑질을 주도하는 희한한 세상이 돼버렸다”며 “카모는 이젠 아무리 우리가 얘기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② 요금은 비싼 순서대로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면 가격이 비싼 블랙, 벤티, 블루, 스마트호출 순으로 표시된다. 추가 요금 없는 일반 택시 호출은 창을 밀어 올려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 그마저도 부르면 대기시간이 긴 택시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한 대표는 “주변에 빈 차가 많은데도 승객이 하차하는 택시를 찾아준다는 메시지가 뜨는 경우도 있다”며 “선택은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비싼 요금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사용자 화면이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뭐라고 해?  

① 기사에 약관 개정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카모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 기사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들에게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기사마다) 영업패턴이 다 다르고 여전히 배회영업이 중요한 영업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T 앱 초기 화면에 나오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프로모션 이미지. [사진 카카오T]

카카오T 앱 초기 화면에 나오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프로모션 이미지. [사진 카카오T]


② 승객에 비싼 택시 강요는?
빠른 연결이 가장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카모 관계자는 “이용자가 이동을 원할 때 가장 빠르게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게 최우선 가치라 연결 확률이 높은 서비스 순으로 사용자 화면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기사가 수락해야 하는 일반 택시보다, 자동배차되는 유료 서비스들이 호출에 응할 확률이 높을 수 있다”며 “택시를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서비스로 봐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③ 알고리즘은요?
빈 차가 앞에 있어도 먼 곳의 차가 배차되는 이유에 대해선 “앞에 차량이 있어도, 해당 기사가 콜을 골라잡기한 이력이 있거나, 현재 골라잡고 있는 택시이거나, 평점이 낮은 택시일수 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택시 배차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오히려 플랫폼 기능이 떨어지는데 그런 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카모는 올 들어 구글, 칼라일그룹, LG 등 국내외 유력기업으로부터 5164억원을 투자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약 1조 164억원.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카모는 택시에서 확인한 성공방정식을 다른 시장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규사업에 진출하고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겠다"며 "시너지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도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누적 투자 유치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카오모빌리티 누적 투자 유치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변수는?

카카오T는 전 국민의 80% 이상이 택시 탈 때 쓰는 앱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볼만 하다. 그래서 카모를 주목하는 곳도 여럿.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카모의 택시사업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좋은 콜을 가맹택시에 몰아줬다는 의혹에서 시작했지만 조사는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며 “다만 플랫폼 특성상 어디까지가 시장인지 획정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업계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모가 ‘상생’을 내세우며 다른 스타트업을 종속시키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다만 이는 '타다 같은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 내겠다'고 공언해 놓고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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