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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송계 아카데미' 女주연상, 트랜스젠더가 ‘에미’ 품나

중앙일보

입력

MJ 로드리게스가 트랜스젠더 여성으론 처음으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

MJ 로드리게스가 트랜스젠더 여성으론 처음으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불리는 에미상의 올해 수상 후보가 13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여러 후보 중 특히 주목받은 인물은 여우주연상 물망에 오른 MJ 로드리게스(30)다. 트랜스젠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TV 시리즈 ‘포즈(Pose)’에 출연한 로드리게스가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 중 한 명”이라고 보도하며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최초의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ABC 방송은 “시상식은 9월에 열리지만 이미 로드리게스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전했다.

로드리게스가 올해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소식을 전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로드리게스가 올해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소식을 전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후보 지명 소식이 알려진 뒤, 로드리게스는 자신과 비슷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특히 그중에서도 유색인종인 이들에게 이런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의식하지 않고 끈질기게 목표를 향해 살아간다면, 본인의 가치를 알게 되고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로드리게스는 “라틴계, 장애인, 성 소수자들을 TV 화면에서 보고 싶다”며“이 모든 사람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는 드라마 '포즈'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인 블랑카 역할을 연기했다. AP=연합뉴스

로드리게스는 드라마 '포즈'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인 블랑카 역할을 연기했다. AP=연합뉴스

TV 시리즈 ‘포즈’는 1980~90년대 뉴욕의 성 소수자들이 활동한 사교계를 배경으로 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으로 고통과 차별을 겪어야 했던 이들이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애환을 그렸다. 로드리게스는 트랜스젠더인 블랑카 역할을 맡았다. 2019년 커밍아웃한 흑인 남성배우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탔던 빌리 포터(51) 역시 이 드라마에 출연했다.

로드리게스는 미국 뉴저지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꿨던 그는 11세에 뉴저지 공연예술센터에 입학했고, 뉴어크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보스턴 버클리 음대에 들어갔다.

2019년, 동성애 사실을 공개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빌리 포터 역시 드라마 '포즈'에 출연했다. AP=연합뉴스

2019년, 동성애 사실을 공개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빌리 포터 역시 드라마 '포즈'에 출연했다. AP=연합뉴스

그는 2005년 영화 ‘렌트’를 처음 보고 드래그 퀸(여장을 하는 남성)인 주인공 엔젤의 캐릭터에 심취했다고 한다. 실제로 약 6년 뒤 그는 오프 브로드웨이 렌트 리바이벌 공연에서 엔젤 역할에 캐스팅됐다. 미국 인물 전문 매체 바이오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렌트에 출연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호르몬 치료 등 성전환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 의학 드라마 ‘간호사 재키’와 ‘캐리 다이어리’ 등에서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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