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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명 목숨 앗은 그놈보다 더 세다…올여름 덮칠 '역대급 폭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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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불볕더위가 이어진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횡단보도 앞에서 한 어린이가 손에 쥔 온도계가 45도를 넘어서고 있다. 뉴스1

불볕더위가 이어진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횡단보도 앞에서 한 어린이가 손에 쥔 온도계가 45도를 넘어서고 있다. 뉴스1

기상청, “20일 이후 심한 폭염” 예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재확산하는 가운데 오는 20일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각 자치단체와 산업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이 한창인 상황에서 역대급 폭염과의 전쟁까지 치르게 돼서다.

코로나19 방역에 '폭염 대책' 겹친 자치단체·산업현장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20일 이후 거대한 북태평양 고기압 기단에 대기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 영향이 더해지면서 역대 최악의 무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보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자는 2015년 1056명, 2016년 2125명, 2017년 1574명, 2018년 4526명, 2019년 1841명 2020년 1078명 발생했다. 이중 사망자는 2015년 11명, 2016년 17명, 2017년 11명, 2018년 48명, 2019년 11명, 2020년 9명에 달했다.

2018년 온열환자와 사망자가 많은 것은 열돔(heat dome) 현상에 따른 폭염(기온 33도 이상)이 한 달 이상 지속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최근 10년간 연평균 폭염은 대구 27.6일, 합천 24.3일, 밀양 22.8일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역대급 무더위 예보…폭염 극심 2018년엔 48명 사망

15일 특보 발효 현황(오후 3시 기준, 기상청 캡쳐)

15일 특보 발효 현황(오후 3시 기준, 기상청 캡쳐)

폭염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저소득층 노인과 서민이다. 저소득 노인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집 안에서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버티는 경우가 많다. 더위가 심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 불리는 대구시가 해마다 냉장고가 없는 쪽방 주민을 찾아가 얼음물을 전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선식 등 폭염 예방 물품을 지원하는 이유다.

충남도는 노인 돌보미·사회복지사 등 5만1985명을 재난도우미로 활용해 독거노인이나 거동 불편 주민과 수시로 연락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등 돌보고 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 기간으로 정해 비상근무에 들어간 상태다.

부산 해운대구는 250여명으로 재난 도우미를 구성해 전화·문자를 하거나 직접 가정방문을 해 독거노인 3500여명의 안부를 묻는 등 돌보고 있다. 부산 동구도 최근 쪽방촌 일대 독거노인 등 500명에게 여름 내의와 모기 기피제, 참치통조림 등을 지원했다.

전국 자치단체들은 역대급 폭염 소식에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문을 닫았던 실내 무더위쉼터와 경로당을 속속 개방하고 있다. 현재 부산의 경우 전체 실내 무더위쉼터 1296곳 가운데 71%(924곳)가 운영 중이다. 부산시내 경로당 848곳은 1차 백신을 맞고 14일이 지나야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동구 복지지원과 김순영씨는 “경로당과 무더위 쉼터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고, 마스크를 꼭 쓴 채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해 노인들이 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냉방기를 갖춘 실내 무더위쉼터와 경로당에는 손 소독제와 체온계, 구급의료함 등이 갖춰져 있고, 출입 때 반드시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자치단체, 무더위 쉼터·경로당 등 속속 개방 

부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기록한 초복인 1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산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첫 나흘 연속 50명을 초과하면서 비상에 걸렸다. 송봉근 기자 20210711

부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기록한 초복인 1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산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첫 나흘 연속 50명을 초과하면서 비상에 걸렸다. 송봉근 기자 20210711

대구시는 시내 곳곳에 횡단보도 대기 시민 등을 위한 그늘막 400곳을 부산시는 70곳을 조성 중이거나 운영하고 있다. 또 대구에선 올해 양산 대여소 160여 곳을 설치해 양산쓰기 운동을 진행 중이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를 7도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부산시도 대구시처럼 연제·동래·동구 등 3개 지역에 양산대여소를 두고 양산쓰기 운동을 벌인다.

충남도는 주민을 위한 실내 무더위 쉼터 4767개와 실외 쉼터 51개를 운영한다. 횡단보도 등에는 690개의 그늘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도로 노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량도 운영한다.

방역 위해 일부 쉼터 폐쇄, 쿨링포그 운영 안 해

선풍기로 시원한 여름 나세요!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봉사원들이 29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야외주차장에서 취약계층 700세대에 전달할 선풍기를 트럭에 싣고 있다. 이번 물품은 부산지역 적십자 희망풍차 결연세대 및 취약계층에 지원되며, 여름철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고 선제적 재난대응을 위해 전달하게 되었다. 송봉근 기자

선풍기로 시원한 여름 나세요!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봉사원들이 29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야외주차장에서 취약계층 700세대에 전달할 선풍기를 트럭에 싣고 있다. 이번 물품은 부산지역 적십자 희망풍차 결연세대 및 취약계층에 지원되며, 여름철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고 선제적 재난대응을 위해 전달하게 되었다. 송봉근 기자

해운대구는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하루 3번 살수차 4대를 동원해 도로 전역을 오가며 물을 뿌린다. 또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의 중앙분리대에 설치한 자동 살수장치를 평상시 3회에서 폭염 특보 때 4회 이상 가동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폭염 특보 발효 때마다 냉동 탑차에 물병을 싣고 다니며 공원이나 도시철도 역사 등에서 시민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반면 각 지자체들은 코로나 19 확산 우려가 있는 쿨링포그(cooling fog, 증발냉방장치)는 올해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쿨링포그는 파이프에 노즐을 촘촘하게 설치한 뒤 물을 안개처럼 분사하는 장치다.

도로엔 주기적으로 물 뿌려 도심 온도 낮춰   

부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기록한 초복인 1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산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첫 나흘 연속 50명을 초과하면서 비상에 걸렸다. 송봉근 기자 20210711

부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기록한 초복인 1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산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첫 나흘 연속 50명을 초과하면서 비상에 걸렸다. 송봉근 기자 20210711

방역과 폭염대비는 산업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소를 둔 부산 한진중공업은 현장 노동자에게 오전에 얼음 생수, 오후에 빙과류를 지원하고 있다. 초·중·말복 때는 삼계탕 특식을 제공한다.

뜨거운 철판 위에서 용접하는 용접사에게는 시원한 공기를 불어 넣는 에어 조끼를 지급했다. 이정환 한진중공업 부장은 “방역을 위해 구내식당에는 칸막이를 설치하고 식사 인원 분산을 위해 배식시간도 조절하고 있다”며 “주 2회 사무실과 작업 현장, 공사 선박은 소독한다”고 했다.

전국의 가두리양식장 등에서도 적조와 고수온 비상이 걸렸다. 고수온 주의·경보 때면 어류 폐사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서다. 앞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2일을 기해 전국 연안에 ‘고수온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고수온 관심 단계는 수온이 섭씨 28도에 달하면 발령된다.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이상 지속하면 경보가 발령된다.

조선소·양식장 폭염과 고수온 비상 

부산소방재난본부 구급대원들이 폭염에 대비해 시원한 얼음패드를 넣은 얼음조끼를 착용하고 있다.[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소방재난본부 구급대원들이 폭염에 대비해 시원한 얼음패드를 넣은 얼음조끼를 착용하고 있다.[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충남도는 천수만 고수온 피해 대응팀을 꾸려 가두리양식장을 찾아 양식밀도 낮추기, 먹이 공급량 조절, 그물망 세척, 차광막 설치 등을 지도 중이다. 경남 사천시도 양식장에 면역증강제 공급,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 가입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소방본부는 온열환자 구급활동을 강화한다. 부산·충남소방재난본부는 각각 구급차 70대와 110대에 냉방조끼·아이스팩·생리식염수 등 9종의 폭염 대응 장비를 갖췄다. 김상식 충남소방본부 구급팀장은 “지난해 충남도내 온열환자로 인한 구급 출동은 77건이며, 이 가운데 71명이 병원에 이송됐다”며 “탈진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시원한 장소로 이동한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온열질환자를 위한 응급의료키트에 들어있는 생리식염수, 정제포도당, 이온음료, 얼음팩, 생수 등.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온열질환자를 위한 응급의료키트에 들어있는 생리식염수, 정제포도당, 이온음료, 얼음팩, 생수 등.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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