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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대 아이디 빌려주세요"…요즘 취준생들이 목매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스누라이프(서울대 커뮤니티)아이디 빌려줄 분 아메리카노 사례합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는 이와 비슷한 글이 여러 건 게시됐다. 서울대(스누라이프)뿐 아니라 연세대(세연넷)나 고려대(고파스) 커뮤니티 아이디를 구하는 글도 있다. 입시 배치표상 최상위권인 세 대학은 졸업생과 재학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발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코로나19가 길어지고 기업 공채가 줄어들며 취업박람회나 기업의 대면 설명회가 사라지거나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세 대학의 커뮤니티는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궁금증을 해소하고 정보를 얻을 기회가 줄어든 비대면 시대에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교류가 활발한 일부 학교 커뮤니티의 동향과 정보가 더 소중해진 것이다. 아이디를 빌려서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 애쓰게 된 이유다.

"정보 양과 질 달라" 아이디 빌리는 대학생들   

서울 동대문구 소재의 대학에 다니는 이모(25)씨는 "연대 취업포털에 기업 공고가 잘 올라온다고 해 친구에게 아이디를 빌렸다. 연고대 커뮤니티에선 취업 후기를 많이 풀어주는데 우리 학교는 그런 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정모(25)씨는 "최근 다른 대학 친구에게 아이디를 빌려줬다. 유료 취업 사이트 제휴가 돼 정보가 많다는데 그 학교는 아니라더라. 또 상위권 학교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얻다 보니 졸업생을 통한 신빙성 있는 정보를 위해 아이디를 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커뮤니티 익명게시판 캡쳐.

서울의 한 대학교 커뮤니티 익명게시판 캡쳐.

졸업생도 이직에 참고…"현업 정보 다양" 

내밀한 정보를 찾는 건 졸업생들도 마찬가지다. 종로구 소재 대학 출신 A(33)씨는 최근 빌린 아이디를 통해 정보를 참고해 이직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서울대·연대·고대 커뮤니티에는 공개 안 된 각종 수당 체계, 공채 외 수시 채용, 구체적인 후기 등 내밀한 정보가 많다"면서 "폐쇄적이라 현직자들도 더 솔직해지고 모교 후배가 회사에 오는 게 좋으니 선배들이 더 적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커뮤니티 익명게시판 캡쳐.

서울의 한 대학교 커뮤니티 익명게시판 캡쳐.

일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SKY 친구 없으면 아이디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연인이 커뮤니티 아이디를 빌려달라고 하는데 어떻게들 하냐"는 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인천 소재 대학생 김모(25)씨는 "주변에서는 취업 사이트나 카페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확인한다. 한정된 대학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은 교수가 더 중요"…각 대학들도 노력  

지역 학생들의 반응은 나뉜다. 부산 소재 대학생 김모(26)씨는 "우리는 교수나 선배와 친해지는 학과 생활을 통해 얻는 정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 소재 대학생 전모(26)씨는 "수도권 학생들이 인턴과 정보 접근은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취업사이트 카페 등에 더 들어가 보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온 에어 국제 컨퍼런스 및 채용박람회'에서 참석자들과 온라인 참석자들이 비대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온 에어 국제 컨퍼런스 및 채용박람회'에서 참석자들과 온라인 참석자들이 비대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 관계자들은 비대면 시대에 정보 싸움에서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역 국립대 취업지원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취업 정보를 얻도록 온라인 설명회 일정을 공지해준다. 지역인재 추천 연계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적합한 정보를 찾아 소개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취업지원처 관계자는 "채용설명회 등은 ZOOM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취업사이트들과 제휴를 맺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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