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 외우는 교육 필요없어, 원하는 전공 설계할 수 있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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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4일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이 2021년 대학혁신포럼에서 온라인으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학혁신포럼]

지난 14일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이 2021년 대학혁신포럼에서 온라인으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학혁신포럼]

“전 세계 지식창고가 12시간마다 2배가 되는 현실에서, 우리 대학은 너무 느리게 지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교육부 주최 대학혁신포럼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
“생애 10번 진로 바꾸는 시대 올 것
박사 위에 새 학위 만들어 평생 교육”

켄 로스 미네르바 스쿨 디렉터
“수업과정 수천개의 피드백 제공
교수는 강의자 아닌 안내자 역할”

오세정 서울대 총장
“학생이 스스로 원하는 공부하게
대학 전공 사이 높은 벽 풀어줘야”

“고교 졸업생의 65%가 현재 없는 직업을 갖게 될 텐데, 지식 생산 기관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미누 아이프 애리조나주립대 총장)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토론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대학혁신지원사업총괄협의회가 주관한 2021 대학혁신포럼에서다. 14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포럼에는 미네르바 스쿨, 애리조나주립대 등 세계적인 ‘혁신 대학’의 책임자들과 국내 대학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14일 기조강연은 미국의 미래학 싱크탱크인 다빈치 연구소의 토마스 프레이 소장이 맡았다. 그는 자율주행 차량, 스마트 신발, DNA 재조합 기술, 에어택시 등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업의 교육 수요를 대학이 4~5년 전에 앞서 예측하기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뒤 사회초년생들은 평생 진로변경을 8~10번 해야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현재는 박사 학위가 가장 높은 등급의 학위지만, 새로운 교육이 도입되면 박사 학위 위에 새로운 등급이 추가돼 평생에 걸친 배움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는 게 프레이 박사의 생각이다.

켄 로스

켄 로스

15일 강연에는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캠퍼스가 없는 대학’으로 주목받는 미네르바 스쿨의 켄 로스 아시아 디렉터가 나섰다. 그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미네르바 스쿨의 3대 교육 축으로 ▶학제 간 장벽을 허무는 커리큘럼 ▶학생들의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 참여 ▶과제와 피드백을 통한 학생 평가를 제시했다.

미네르바 스쿨은 중간·기말고사 같은 방식의 시험이 없다. 하지만 “수업 과정에서 수천 개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졸업하게 된다”는 게 로스 디렉터의 설명이다.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교수의 역할은 ‘강의자’가 아닌 ‘안내자이자 촉진자’여야 한다”고 했다. 교수를 선발할 때도 연구 및 논문을 기반으로 고용하는 게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 교실 환경을 구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스쿨이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구글·애플·아마존 등 최고의 기업에서 인턴 경력을 쌓아 취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로스 디렉터는 “대학 교육은 직업 교육을 하거나 그저 취업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지혜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 방식으로 자신과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사상가(thinker)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전 세계 수백개의 대학이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파트너십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스 디렉터는 이날 강연에서 “어느 대학인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한국에도 협력대학이 있다”는 것과 “미네르바 스쿨이 공식적으로 미네르바 대학교로 인증될 예정”이란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오세정

오세정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한국 대학의 위기,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를 주제로 서울대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스스로 제안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 총장은 “교수가 신입생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얘기하는 세미나를 갖도록 했다”며 “학생들에게 듣고 싶은 과목이 있으면 제안해 보라고 했더니, ‘웃음의 이해’ ‘퀴어문학의 이해’같은 다양한 과목이 나왔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또 학생이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길도 열어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교수가 전공을 설계해줬다면 앞으로는 학생이 전공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경영학과’는 없지만 학생이 이를 하고자 설계를 하고 예술대학에서 예술을, 경영대학에서 경영을 배운다면 졸업할 때 ‘예술경영 전공’으로 인정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글에 물어보면 나오는 지식을 달달 외워서 토해내는 식의 교육과정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대학도 학생들의 학문적 능력을 키우는 데에 게을렀고 전공 간 벽이 너무 높았는데 이걸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포럼에는 수백 명의 대학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매 강연마다 강연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특히 미국의 시사 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꼽은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에 5년 연속 꼽힌 애리조나주립대의 미누 아이프 총장에게는 국내 대학 관계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아이프 총장은 “한국에는 규모가 작은 대학이 많은데, 이런 대학들은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협력’이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작은 대학이 혁신하려면 더 큰 규모의 대학, 비슷한 규모지만 지향이 다른 대학, 대학이 아닌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라”고 제안했다. 지방대가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지역간 협력을 하거나 한국 밖에서 학생을 유치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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