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의 엔드게임] 팬들은 NC의 일탈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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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구단 운영이 어렵다며 리그 중단을 요구한 황순현. [사진 NC]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구단 운영이 어렵다며 리그 중단을 요구한 황순현. [사진 NC]

2016년 1월 11일 창원 마산구장. 자유계약선수(4년 96억원)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박석민은 시무식에서 “‘정의·명예·존중’을 가슴에 새기고 모범을 보이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해 새 동료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NC의 지향점을 정확히 알고 한 대답이었다. 지난 7일 NC가 올린 구단 유튜브. 원정 숙소 일과를 묻자 선수들은 “자야죠(박석민)”, “책 봐요(박민우)”, “밤 10시에 도착하는데(권희동)”, “힘들어요. 코로나도 있고(이명기)”라고 답했다. 영상을 찍은 직후 4명은 서울의 호텔 룸에서 여성 2명과 술판을 벌였다. 6명 중 백신을 맞은 박민우를 제외한 5명(선수는 3명)이 지난 9일과 10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구단의 이기심으로 리그 중단 요청
브레이크 못 건 KBO도 책임 있어
스포츠의 최고 가치인 ‘공정’ 훼손

누구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어떤 방역도 바이러스에 뚫릴 수 있다. 그러나 ‘NC발 코로나 사태’를 바라보는 야구팬의 분노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선수들이 정부의 방역수칙과 KBO 코로나 대응 통합 매뉴얼을 어겼기 때문이다. 또한 NC 구단 대응에도 실망하고 있다.

NC 선수들이 술판을 벌였다는 건 9일부터 소문이 돌았다. NC 구단도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 역학조사가 진행돼 NC 1군 선수 15명이 자가 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6일 NC와 경기한 두산 베어스에서도 확진자 2명(감염경로 미상)이 나와 17명이 경기장에 가지 못하고 격리에 들어갔다.

긴급 이사회에서 이를 중재하지 않은 정지택 KBO 총재. [연합뉴스]

긴급 이사회에서 이를 중재하지 않은 정지택 KBO 총재. [연합뉴스]

이후 상황은 혼란과 의혹의 연속이었다. NC 선수들은 서울 강남구가 진행한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NC는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역학조사 중에도 당국이 개인정보 유출을 최대한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최소한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NC의 침묵은 14일 깨졌다. 강남구가 확진자 5명에 대해 “선수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해서다. 그러자 황순현 NC 대표이사는 “선수들이 숙소에서 외부인과 사적 모임을 가졌고, 구단은 이에 대한 관리부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팬들이 분노한 건 지난 닷새 동안 NC가 보여준 행태다. KBO리그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NC와 두산의 경기는 모두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NC 확진자들은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앞서 두산과 경기했던 KIA 타이거즈 선수 2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 KIA 타이거즈는 이들 대신 2군 선수로 경기를 치렀다. KIA 최형우는 “확진자가 나온 두 팀은 경기를 안 하는데, 우리는 왜 (대체 선수를 투입하면서까지) 하느냐”고 물었다.

최형우의 말에 많은 팬들이 공감했다. 이 사태에 책임이 없는 팀은 손해를 떠안는데, 확진자가 나온 팀은 오히려 휴식을 취했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것이다.

놀라운 건 NC와 두산이 12일 KBO 이사회에서 리그 중단을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KBO가 지난 3월 만든 매뉴얼에 따르면 ‘밀접 접촉자 발생 시 인원수와 상관없이 대체선수들을 투입해 리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이사회 요청도 가능’하다는 부칙이 있다.

‘구단 운영 불가’에는 해석이 필요하다. NC·두산 등의 사장들은 리그 중단을 요구했다. 중재의 책임이 있는 정지택 KBO 총재는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가 두산 출신이어서 한쪽 편을 들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구단 대표는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NC와 두산은 리그 중단을 앞장서 요청해선 안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도 팬들은 다 알고 있다. NC 선수 4명이 사석에서 어울린 사진과 그날 밤 루머가 팬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다. 그리고 매뉴얼이 아닌 이익과 손해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을 봤다. 정의·명예·존중을 말하면서, 일탈·이기·기만의 행동을 한다는 걸 야구팬들은 이번에 똑똑히 목격했다.

결국 KBO리그는 13일부터 중단됐다. 올림픽 휴식기를 포함해 총 28일을 쉬는 셈이다. NC는 일주일 동안 아무런 전력 손실이 없었다. 리그 재개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다른 구단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게 됐다.

공정의 가치는 또 한 번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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