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병부대 장병에 보낸 백신 0개, 나라가 방치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8:52

업데이트 2021.07.16 00:14

지난 2018년 2월 12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향하는 해군 청해부대 26진 문무대왕함(DDH-Ⅱ 4천400t급) 장병들의 파병 환송식 모습.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지난 2018년 2월 12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향하는 해군 청해부대 26진 문무대왕함(DDH-Ⅱ 4천400t급) 장병들의 파병 환송식 모습.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올해 초 아프리카 아덴만으로 파병된 청해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청해부대가 해외 교민 보호 임무를 마치지 못하고 긴급 회항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덴만의 영웅’ 청해부대
백신 공백 6개월 집단 확진
문무대왕함 80여명 격리 중

군 당국은 지난 4월 군 내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청해부대에는 백신을 보내지 않는 등 파병 부대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군은 집단 감염 대책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 나섰지만 이는 지난해 이미 내부적으로 함정에선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15일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현재 청해부대 34진 4400t급 구축함인 문무대왕함 승조원 300여 명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장병은 6명, 유증상 격리자는 80명을 넘는다. 해외 파병부대는 합참에서 직접 지휘한다.

지난 4월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군수도병원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 4월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군수도병원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코로나19 확산은 이달 초 시작됐다. 지난 2일 간부 1명이 감기 증상을 보였고 직후 장병 40여명도 같은 증세를 보였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10일 다수가 감기 증세를 호소해 40여 명이 신속항체검사(간이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으로 나왔다.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폐렴 진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가장 먼저 감기 증상을 보였던 간부와 접촉한 이들 중 인후염 등 관련 증상이 있는 간부 6명에 대해 인접 국가에서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를 한 결과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

14일 밤엔 폐렴 의심 증상을 보이는 간부도 발생해 현지 병원에 이송했지만, 현재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참은 전했다. 현지에서 해당 간부에 대한 확진 여부를 검사한다.

청해부대는 군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2월 출항했기 때문에 백신 접종자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다.

청해부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청해부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바다에 떠 있는데 걸리겠나’ 오판

그럼에도 군 내 코로나19 대책을 총괄하는 국방부는 청해부대가 한국에서 출발해 현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바다에 떠 있는데 설마 걸리겠느냐’는 안일한 인식과 소홀한 관리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백신을 청해부대로 보내 접종하려면 현지 협조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이라 한국에 돌아오면 접종하려 했다”며 “바다에 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서 현지인 접촉도 적어 감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병지에서 현지인을 접촉하면서 방역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해부대는 통상 6개월 정도 작전에 투입된다. 오는 8월 말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상태로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시 육군 9사단(백마부대)에서 장병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시 육군 9사단(백마부대)에서 장병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해군은 바다에서 작전하지만 군수 물자를 받기 위해 수시로 중동과 아프리카 현지 항구에 들어간다. 이번에 폐렴 증세를 보인 간부도 지난달 말 현지 항구에서 군수물자 적재 임무를 수행했다.

군 관계자는 “현지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물자를 옮겨 싣는다”면서도 “보급 담당 간부는 물건을 확인하고 추가 계약을 상의하려면 현지인을 접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무대왕함 장병은 출항 전까지 2주간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는 등 강도 높은 예방 대책을 시행했다. 파병 직전인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PCR 검사를 두 번 실시했고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청해부대 33진(최영함)과 임무를 교대할 때 까지는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방역복 입고 특수작전하나” 

하지만 청해부대를 다녀온 군 관계자는 “현지에서 교민 구조 임무를 해야 하는데 방호복을 입고 특수작전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교민을 함정에 태운 뒤에도 부대원과 격리가 불가능한데 반년 가까이 백신 공백으로 방치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군 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꼬집었다.

게다가 군 당국은 앞서 해외 파병 장병 중 코로나19 확진자 5명이 나오면서 감염 위협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지만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바레인 연합해군사에 파견된 해군 장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2월과 4월에는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견된 한빛부대에서 각각 1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파견 중인 장병 1300여 명 중 960여 명(72.6%)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접종자는 남수단 한빛부대ㆍ레바논 동명부대ㆍ아랍에미리트(UAE) 아크 부대 장병 등이다.

그러나 파병부대 백신 접종자는 대부분 출국 전 국내에서 접종했거나 출국 후 현지 당국 또는 UN의 협조를 받아 파병지에서 접종했을 뿐 국내에서 해외 파병부대로 보낸 백신은 전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UN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동명부대의 경우 복무 기간이 연장된 장병 일부만 UN의 협조를 받아 현지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청해부대 얼마나 멀리 있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청해부대 얼마나 멀리 있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군 안팎에선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이 자력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 아덴만 현지는 중간 기항을 포함하면 항로거리는 9500㎞, 25일 이상 한 달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이 사이 함정 운용 필수인력 중 얼마나 많은 장병이 감염될지 알 수 없다. 그나마 함장과 부함장은 현재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전체 부대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하기 위해 현지 외교 공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정이 집단 확진에 취약한 이유는 고립된 공간에서 다수의 승조원이 24시간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함교를 제외하면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공간이라 자연 환기가 불가능하다. 인공적인 환기 시설은 모두 연결돼 있는데다 청해부대가 배치된 아프리카 해역은 기온이 높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3월 청해부대 29진(대조영함) 검문검색대원이 훈련 중 이동하면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함정은 창문도 없고 외부와 밀폐돼 있다. 중앙포토

2019년 3월 청해부대 29진(대조영함) 검문검색대원이 훈련 중 이동하면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함정은 창문도 없고 외부와 밀폐돼 있다. 중앙포토

코호트 격리 불가능한데 '대책' 발표

함정의 감염 취약성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됐다.

지난해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서 1000명 이상의 승조원이 코로나19에 걸려 작전을 중단하고 괌으로 긴급 피항한 일이 있었다.

지난 4월 서해로 이동하던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도 확진자 38명이 무더기로 나왔다. 지난달 30일 출항해 8월 말 한국에 입항 예정인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호에서도 100여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실이 14일 알려졌다.

합참은 이번 문무대왕함 집단 감염에 대해 유증상자 80명을 코호트 격리했다며 감염 차단에 나섰다고 대책을 알렸다. 하지만 해군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직후 내부 검토를 해보니 함정에서 코호트 격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정박 중 유증상자는 지상 시설에 배치해 상태를 관찰했다”고 말했다. 함정 내 코호트 격리를 '격리 대책'으로 믿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다.

군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확진자와 유증상자에 대해서는 군 수송기를 보내 국내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내부 참모회의에서 “공중급유수송기를 급파해 방역인력, 의료인력, 방역ㆍ치료장비, 물품을 최대한 신속하게 현지에 투입하라”고 주문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현지 치료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환자를 신속하게 국내에 후송하고 다른 파병부대 상황을 점검해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ㆍ지원할 것을 함께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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