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는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작년 -1% 경제성장률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고, 올해는 선진국으로 평가됐다. 방역은 말할 것도 없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 내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70초 동안 나열한 문재인 정부 평가다. 이 지사는 전날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서도 비슷한 평가와 함께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친인척이 문제가 안 된 첫 번째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방송에서 이 지사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지사는 “대통령께서 (수도권 방역 특별) 회의가 끝나고 집무실로 불러 차 한 잔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문준용씨를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스타일과 비슷하다. 대통령에게 혜택은 안 받겠지만, 피해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친문 원로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하고 온 사실도 방송에서 밝혔다. 자신이 더는 민주당의 변방이 아님을 은근히 부각한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지사는 “어쨌든 당내 세력 관계를 보면 비주류가 분명하다”(지난 12일, KBS 인터뷰)며 몸을 낮췄다. 이틀 만에 정반대로 바뀐 태도에 대해 당내에선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적자(嫡子)이자, 민주당의 ‘신주류’로 자리매김하기로 작정한 듯하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한때 쫓겨날 뻔…이해찬계·민평련 합류로 세 확장
경기지사로 당선된 2018년만 해도 이 지사는 민주당의 비주류였다.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두고 ‘부엉이 모임’의 핵심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맞붙은 후유증이 컸다.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표 의원은 이 지사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2018년 11월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변호인 의견서에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성 친문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이 지사 제명 요구까지 나왔다. 일부 지도부도 이에 찬성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결론 도출에 한 차례 실패한 뒤, 이 지사가 백의종군하고 이를 지도부가 수용하기로 한 뒤에야 가까스로 사태를 진화했다.
이런 이 지사였기에 친노·친문으로의 확장은 대선 도전을 위한 핵심 과제였다. 시작은 이해찬 전 대표였다. 경기도 1기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킨텍스 대표가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측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도 종종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런 노력 끝에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였던 ‘광장’은 이 지사의 외곽조직 민주평화광장의 모태가 됐다. 특히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당 정책위원장을 지낸 조정식 의원이 민주평화광장 대표에 이어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 지사는 최근엔 옛 김근태계가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으로도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29.4%를 득표한 우원식 의원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다. 민평련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우원식(2017년)·이인영(2019년) 등 두 명의 원내대표를 배출한 민주당 주류의 한 축이다. 우 의원과 가까운 박홍근 의원은 현재 이 지사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마지막 관문은 ‘부산 친노’…이재명, 與 주류 될까?
이 지사가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부산 친노’의 지지를 끌어낼지도 관심거리다.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는 전날 전남 목포로 내려가 장인상을 당한 김 지사를 조문했다. 이 지사와 김 지사는 앞서 지난 6월 수도권·비수도권 상생발전 협약을 주제로 만났고, 김 지사는 다음 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 지사를 “큰 틀에서 친문 세력”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 지사의 ‘친문 끌어안기’가 계획대로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옛 ‘부엉이 모임’ 회원들을 포함한 상당수 친문 의원들이 이낙연·정세균 캠프에 모여 있고, 이들은 “이 지사는 적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가장 믿는 사람은 이 지사가 아닌 이낙연”(청와대 출신 인사)이란 말이 여전히 나온다.
이 지사를 추격 중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전남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다운 후보란 것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지켜온 민주당 정신을 이어받고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라며 “제가 함께 경쟁하고 있는 후보 중에서 그런 기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