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주류 자처 이틀 만에 ‘文 독대’ 과시…與 주류 교체 시도?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8:38

이재명 경기지사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국에서 진행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방송에서 70초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를 나열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국에서 진행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방송에서 70초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를 나열했다. 뉴스1

“한반도 문제는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작년 -1% 경제성장률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고, 올해는 선진국으로 평가됐다. 방역은 말할 것도 없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 내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70초 동안 나열한 문재인 정부 평가다. 이 지사는 전날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서도 비슷한 평가와 함께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친인척이 문제가 안 된 첫 번째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방송에서 이 지사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지사는 “대통령께서 (수도권 방역 특별) 회의가 끝나고 집무실로 불러 차 한 잔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문준용씨를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스타일과 비슷하다. 대통령에게 혜택은 안 받겠지만, 피해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친문 원로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하고 온 사실도 방송에서 밝혔다. 자신이 더는 민주당의 변방이 아님을 은근히 부각한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지사는 “어쨌든 당내 세력 관계를 보면 비주류가 분명하다”(지난 12일, KBS 인터뷰)며 몸을 낮췄다. 이틀 만에 정반대로 바뀐 태도에 대해 당내에선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적자(嫡子)이자, 민주당의 ‘신주류’로 자리매김하기로 작정한 듯하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한때 쫓겨날 뻔…이해찬계·민평련 합류로 세 확장

경기지사로 당선된 2018년만 해도 이 지사는 민주당의 비주류였다.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두고 ‘부엉이 모임’의 핵심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맞붙은 후유증이 컸다.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표 의원은 이 지사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2018년 11월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변호인 의견서에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성 친문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이 지사 제명 요구까지 나왔다. 일부 지도부도 이에 찬성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결론 도출에 한 차례 실패한 뒤, 이 지사가 백의종군하고 이를 지도부가 수용하기로 한 뒤에야 가까스로 사태를 진화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와 이해찬 전 대표의 모습. 김경록 기자

2020년 더불어민주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와 이해찬 전 대표의 모습. 김경록 기자

이런 이 지사였기에 친노·친문으로의 확장은 대선 도전을 위한 핵심 과제였다. 시작은 이해찬 전 대표였다. 경기도 1기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킨텍스 대표가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측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도 종종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런 노력 끝에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였던 ‘광장’은 이 지사의 외곽조직 민주평화광장의 모태가 됐다. 특히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당 정책위원장을 지낸 조정식 의원이 민주평화광장 대표에 이어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 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선인 우원식 의원은 민생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식 지지하기로 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 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선인 우원식 의원은 민생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식 지지하기로 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이 지사는 최근엔 옛 김근태계가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으로도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29.4%를 득표한 우원식 의원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다. 민평련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우원식(2017년)·이인영(2019년) 등 두 명의 원내대표를 배출한 민주당 주류의 한 축이다. 우 의원과 가까운 박홍근 의원은 현재 이 지사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마지막 관문은 ‘부산 친노’…이재명, 與 주류 될까?

이 지사가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부산 친노’의 지지를 끌어낼지도 관심거리다.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앞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앞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는 전날 전남 목포로 내려가 장인상을 당한 김 지사를 조문했다. 이 지사와 김 지사는 앞서 지난 6월 수도권·비수도권 상생발전 협약을 주제로 만났고, 김 지사는 다음 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 지사를 “큰 틀에서 친문 세력”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 지사의 ‘친문 끌어안기’가 계획대로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옛 ‘부엉이 모임’ 회원들을 포함한 상당수 친문 의원들이 이낙연·정세균 캠프에 모여 있고, 이들은 “이 지사는 적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가장 믿는 사람은 이 지사가 아닌 이낙연”(청와대 출신 인사)이란 말이 여전히 나온다.

이 지사를 추격 중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전남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다운 후보란 것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지켜온 민주당 정신을 이어받고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라며 “제가 함께 경쟁하고 있는 후보 중에서 그런 기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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